눈물 많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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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많은 남자

4 2,307 김영나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이가 있다. 2년 전 퇴임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룰라 다 실바’다. 그는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가방끈이 토끼 꼬리처럼 짧은 소년은 일자리 얻기가 어려웠다. 소년 룰라는 일을 찾아 헤매다가 절망하여 길거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조금 커서는 선반공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하나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당선증을 받으면서 펑펑 울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아보지 못한 그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증서였기 때문에. 그 후로도 그는 불쌍한 국민들 때문에 자주 울어 ‘눈물의 룰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눈물의 룰라는 ‘왜 부자를 도우면 투자라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비용이라고 하는가’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펼쳤다. 초반에 그의 정책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브라질이 곧 망할 것이라고 외국 투자자들도 모두 떠났다. 하지만 룰라는 굴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았다. 국민 생활이 나아지면 내수가 늘고, 내수가 늘면 투자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결과, 그가 재임한 8년 동안 하루 1달러로 연명하던 빈곤층 4천만 명 정도가 중산층으로 도약했다. 재임 초 12%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이 4%로 떨어지고, 경제 성장률은 7.5%를 달성했고, 브라질은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눈물의 룰라는 2010년, 지지율 87%라는 경이적 기록을 남기고 퇴임했다. 퇴임식 때 그는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정치를 하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라’는 말을 남겼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룰라는 내 우상이다. 그를 깊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뿐 아니라 전 세계 정치가들은 그를 롤 모델로 삼고 성공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한다. 심지어 한국의 모 정치 캠프에서는 정권 욕심에 룰라를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룰라를 우상으로 삼고 있다는 오바마를 비롯, 과연 어느 정치인이 룰라의 눈물과 심장의 피를 닮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이 자신들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인양 낯선 눈빛을 보내면서, 룰라를 흉내내는 제스처와 립 서비스만 할 뿐인데.
 
룰라는 ‘정치란 어머니의 마음’이라고도 했다.
 
“밥은 먹었니? 아픈 데는 없고? 집은 춥진 않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부쳐줄까?” 

한국의 노모와 통화하면, 특별히 감동받을 내용도 아닌데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힘이 생긴다. 우리에겐 어머니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더구나 요즘 지구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야말로 어머니의 마음과 손길로 갈무리해야 제대로 꽃피울 수 있다.

복지는 그 사회의 역사나 시대적 상황, 인구 구성에 따라 무척 복잡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어서 전문가들도 어렵다고 말하지만, 목적은 분명하다. 배 고프면 먹을 수 있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고, 피곤하면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고,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복지 정책의 첫 걸음은 룰라의 믿음대로 국민 구성원의 대다수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도 유명한 줄푸세(세금 줄이자, 규제 풀자, 법질서 세우자) 정책에서 복지로 화두가 전환됐고, 여야 할 것 없이 배분과 복지, 정의 등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복지와 정의는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까지 말하는 정치인도 있다.

뉴질랜드는 복지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연 정부 곳간이 알뜰하게 관리되어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많은 이들의 입에서 ‘어렵다’는 말이 신음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전 세계의 서민들은 항상 어려웠다. 경제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세금의 적절한 배분, 통치자의 리더십, 희망을 주는 정치, 사회 경제 정의는 찾기 어렵고 오직 비용만 감축하려는 정책 때문에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세계의 지도자들이 ‘눈물 많은 남자’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전쟁이 사라지고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해졌을까? 밀려오는 상념 속에 야생 독수리 같은 푸틴, 오바마, 존키, 이명박 등등의 눈빛 위로 눈물 젖은 룰라의 눈이 오버랩 되었다. 
 
syahn
룰라가 펼쳤던 정책을 보니 문득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생각납니다. 그라민 은행이 빈곤층과 신용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 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망할 것이다' 라고 했지만, 실제로 상환율이 99% 에 달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요. 이렇듯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진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직접 시도해 보아야 할 텐데요. 악어의 눈물이 아닌 룰라의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ygna7
syahn님!
어쩜 댓글이 너무 좋네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안철수 교수의 '안철수 생각' 책에서도 그랬다는군요.
복지에 치중해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고요---
요즘은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지는데 대책 마련은 미온적인 듯 합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세요.
Vegetarabbit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당장 배고픈 이에게는 먹을 것이 필요할 것이고 추위에 떨고 있는이에게는 집이 필요하겠지만 국고에도 한계가 있고 전세계 먹여살려야할 인구가 70억명에 육박하는 이 시기에 복지라는 것이 마냥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결국엔 인간 스스로가 고무되고 자립하여 스스로 먹을 것은 마련하고 살 곳을 마련할만한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복지라는 것이 교육과 인재양성에 좀더 집중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어줄 때가 있다면 나태해지고 무능력해지는 자식에게는 따끔한 훈육과 잔소리도 필요한 법이지요... 개인적으론 뉴질랜드는 좀더 따끔해질 필요가 있고 말 잘듣고 똑똑한 아이들을 외국에서 입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은 조금더 보듬어주는 부모가 되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ygna7
vegetarabbit님!
반갑습니다.
우리에겐 좋은 정치가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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