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스타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강북스타일

3 3,224 김영나


이민 생활의 방향, 성패는 뉴질랜드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는지, 최초 며칠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법 신빙성이 크다. 내가 하버브리지 남쪽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이유도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선배 때문이었다. 선배의 자녀들은 일명 오클랜드 8학군이라는 남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내 아이도 그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참담해 뉴질랜드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학군 타령이라니---? 선배는 또 하버브리지 북쪽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 이민 생활 적응이 어려우니 되도록 남쪽에서 살라고도 말했다. 새들은 알에서 깨어나 처음 본 것, 첫 소리를 어미라 알고 따른다. 이민 초자인 나는 알에서 막 깨어난 새일 수밖에. 
 
세월은 흘렀다. 한국 교민의 8,90%가 노스쇼어 시에 둥지를 틀었다. 자연히 한국 식품점, 식당, 야채가게, 건강식품점 등이 대부분 강북에 터전을 꾸렸다. 건강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와 지방을 날려준다는 에어로빅 교실도 북쪽이다. 각종 이벤트도 북쪽을 중심으로 개최되곤 했다. 배추 농장을 가거나 한인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선 북으로 갈 수밖에.  

하버브리지를 건너 북쪽으로 올라갈 때면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인 허리가 잘린 한반도의 데자뷰를 느낀다. 하버브리지가 평화의 다리이고 나는 평양으로 달리고 있는가, 금강산 구경길에 나섰는가. 혹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소통이 불통인 조국의 비극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한국에는 강남 스타일이, 오클랜드에는 강북 스타일이 존재하고 있음을 신기해 한다. 한국은 북반구, 뉴질랜드는 남반구여서?

봄이 막 움트던 날, 하버브리지 북쪽 밀포드의 일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날씨는 화창했고, 자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나의 강남이 오래되어 비 내리는 흑백 필름이라면, 강북은 낡은 흑백 필름에 칼라를 입히고 흥행을 기다리는 명작 영화 같았다. 거의 일년 만에 만난 지인들은 늙지 않는 명작 속 배우들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로를 반겼다.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넘어선 ‘강남 스타일(싸이)’의 여자와 사나이였다.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우리가 만난 일식당은 인근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주문한 음식은 한 편의 서정시처럼 정겨웠다. 연어의 붉은 색과 오이 장아찌의 초록, 노르스름한 생강편과 스시 위로 뾰족 올라온 아보카도가 오밀조밀 조화로웠다. 조그만 국자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 디저트가 담겨 있었는데, 붉은 산딸기와 초록 민트가 장식되어 있었다. 요리는 눈으로 감동받고, 코로 입맛 다시고, 입으로 즐기는 것. 내 눈이 먼저 사로잡히고 곧 이어 코와 입과 위장이 포획되었다.  



음식처럼 정직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편법을 써서 맛 있는 척, 좋은 재료를 넣은 척, 정성들여 만든 척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거짓은 조미료처럼 역겨운 맛을 낸다. 그래서 밥 한 사발에 김치 한 그릇이라도 엄마의 음식이 맛 있는 법. 진실하므로.

“제가 사는 남쪽에는 이 정도로 하는 집을 찾기 힘들어요. 정통이 아니면서 척척척 하니까요.” 

우리 일행은 한 편의 시를 위장에 집어 넣고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알프스의 나라에서 온 주인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깊고 부드럽고 천박하지 않은 커피 맛이었다. 위안과 향기와 황홀한 사랑이 내 입 안을 한 바퀴 돌고 또 한 편의 시처럼 위장으로 내려갔다. 요즘엔 가슴을 감동시키고 머리를 냉각시키는 시(詩)보다 위장을 포만감 있게 부풀려 주는 맛 있는 음식이나 좋은 차, 향기로운 술이 더 좋다. 속물이 다 되었다. 오클랜드 강남 여자가 오클랜드 강북 스타일을 좋아라 했다. 하지만, 이민 오자마자 닻을 내린 제2의 고향에 정이 들어서 강북으로 이사 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한국의 강남은 소시민이 갈망하는 삶의 지향점이 되어버렸다. 물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섹스어필과 코믹이 믹스되어 강남의 라이프 스타일을 B급 오락물로 평가절하시켰다. 전략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강남, 오클랜드의 강북 스타일은 확실히 질적으로 우수한 면이 있다. ‘배부르게 먹었어요?’가 아닌 ‘맛있게 먹었어요?’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는 시절이니까. 
 
한인 이민 사회가 질적 양적으로 발전해서 강남과 강북이 소통하고,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등 지방의 교민들까지 아우르는 아름다운 날들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eoqkr
아무리 편법을 써서 맛 있는 척, 좋은 재료를 넣은 척, 정성들여 만든 척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거짓은 조미료처럼 역겨운 맛을 낸다. 그래서 밥 한 사발에 김치 한 그릇이라도 엄마의 음식이 맛 있는 법. 진실하므로..
 

“제가 사는 남쪽에는 이 정도로 하는 집을 찾기 힘들어요. 정통이 아니면서 척척척 하니까요.”

.......
지금같은 불경기에 사업하시는 교민분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시고 계십니다. 겉으로 생생내지않고 묵묵히 좋은날을 희망삼아 힘들어도 버티고계시는 분들이 많은걸로 알고있습니다.
참 슬프네요... 남쪽에 있는 식당들은 편법을 써서 역겨운 맛이나는 식당으로 전략해 버린것 같아...
척척척 하면서 사업하시는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가족의 생계가 달린문제인데...
척척척 하면서 치맛바람 날리시는 분들 북쪽에 더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여긴 한국이아닌 뉴질랜드인데...
슬픕니다...
남쪽사는 교민...
은하수별
남쪽에 대한 생각도 편견일 수 있어요. 어디서 살던 마음 행복하게 사세요. 남과 비교하다 보면 지역은 보이지만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돈이 많아서 치맛바람이 아니라 돈에 을 숭배하기 때문에 이상한 바람도 부는 것 아닐까요? 모두 소박하고 생생하게 살아갑시다
ygna7
이 글의 덕목은 맨 마지막 문장에 있답니다. 사실 남과 북을 동쪽과 서쪽으로 바꿔도 별 문제 없어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가 볼만한 식당] 이탈리안 레스토랑 - Da Vinci's

댓글 0 | 조회 3,845 | 2009.10.13
피자, 파스타, 샐러드 등 다양한 이탈리안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 더보기

[가 볼만한 식당]Mexican Cafe

댓글 0 | 조회 2,705 | 2009.10.05
Mexican Cafe는 오클랜드 중심부에 있는 식당으로 다양한 라이브 밴드 공연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 더보기

[가 볼만한 식당]SHEINKIN 레스토랑 카페

댓글 0 | 조회 2,699 | 2009.10.05
오클랜드 중심부 Lorne St에 위치한 SHEINKIN 레스토랑 카페ⓒ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 더보기

[가 볼만한 식당]KHAO 타이 레스토랑

댓글 2 | 조회 3,052 | 2009.10.05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카오 타오레스토랑은 식물성 자연재료를 사용한 소스로 만들어진 음식들을 제공한다.ⓒ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 더보기

[가 볼만한 식당] 벨기에 생맥주와 홍합

댓글 3 | 조회 3,319 | 2009.09.24
벨기에 생맥주와 홍합 (De Post)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Z경제요약 - 그린에너지시대 도래 外 (07년 11 월 8일)

댓글 0 | 조회 1,024 | 2007.11.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11월8일) … 더보기

NZ경제요약 - 중국, 국부펀드 개설 外 (07년 10 월 5일)

댓글 0 | 조회 811 | 2007.10.1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10월5일) … 더보기

NZ 경제요약 - 국내 항공요금 낮아지나 外 (07년 8월 31일)

댓글 0 | 조회 938 | 2007.10.1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8월31일) … 더보기

NZ 경제요약 - 두바이 회사, 오클랜드공항 매입? 外 (07년 8월10일)

댓글 0 | 조회 1,003 | 2007.08.1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8월10일) … 더보기

NZ 경제요약 - 식품비 올라간다 外 (07년 7월12일)

댓글 0 | 조회 793 | 2007.07.1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7월12일) … 더보기

NZ 경제요약 - 키위달러 25년 최고外 (07년 6월8일)

댓글 0 | 조회 878 | 2007.06.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6월8일) 국… 더보기

[조석증 경제칼럼] 고금리, 고환율 二高時代, 二年間 지속된다 (07년 6월8…

댓글 0 | 조회 1,013 | 2007.06.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석증 경제칼럼 (07년 6월8일) 고금리,… 더보기

[주학성 특별기고] 07년 예산안 정리 (07년 5월 31일)

댓글 0 | 조회 1,440 | 2007.05.31
키위세이버, 달콤한 유혹 (07년 예산안) 2007년 예산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키위세이버다. 그동안 NZ정부는 저축증대를 부르짖어 왔으며… 더보기

NZ경제요약 - 변동금리 10% 돌파 外 (07년5월4일)

댓글 0 | 조회 928 | 2007.05.0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5월4일) 국… 더보기

[주학성 특별칼럼] 세금신고 나도 해야 하나? (07년5월4일)

댓글 0 | 조회 1,731 | 2007.05.0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금신고 나도 해야 하나? - 주학성(07년… 더보기

NZ 경제요약- (07년 3월30일)

댓글 0 | 조회 870 | 2007.04.1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3월30일) … 더보기

[조석증 경제칼럼] 미국의 주택버블 붕괴와 NZ 주택시장 (07년 3월30일)

댓글 0 | 조회 1,666 | 2007.04.1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석증 경제칼럼 (07년 3월30일) 미국의… 더보기

세미나 요약 (07년3월6일, 9일)

댓글 0 | 조회 836 | 2007.03.15
아래 기사는 지난 3월6일과 3월9일 도체스터 경제세미나에서 국내경제 발표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실제 Presentation은 대부분 그래프와 도표로 진행되었으… 더보기

[조석증 경제칼럼] 키위달러 상승행진, 이제 끝나나? (07년2월28일)

댓글 0 | 조회 942 | 2007.03.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석증 경제칼럼) 키위달러 상승행진, 이제… 더보기

NZ 경제요약- (07년 2월28일)

댓글 0 | 조회 1,179 | 2007.03.01
NZ 경제요약- 주학성(07년 2월28일) 1. 국내 경제 2. 금리, 환율 동향 3. 경제 토픽 4. 부동산 시장 5. 주식 시장 [국내경제] ■ 임금, 알게 … 더보기

NZ 경제요약- (07년 2월2일)

댓글 0 | 조회 872 | 2007.02.28
1. 국내 경제 2. 금리, 환율 동향 3. 경제 토픽 4. 부동산 시장 5. 특집 분석: 주택가격, 어디로 가나? 6. 주식 시장 [뉴질랜드 경제동향] [국내 … 더보기

나의 지음(知音)은 어디에?

댓글 2 | 조회 2,987 | 2012.10.24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가만히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재주들이 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이심전심이 가능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 더보기

침묵의 봄

댓글 0 | 조회 1,976 | 2012.10.09
봄날 밤, 벚꽃놀이를 했었다. 동행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웃음치며 내게 왈칵 달려들던 정숙한 듯 요부 같던 벚꽃의 뜨거운 기운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바람이라도… 더보기

좋은 일, 나쁜 일, 이상한 일

댓글 0 | 조회 2,390 | 2012.09.25
수십 년 영화를 만들었고, 거장이라 불렸지만 영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김기덕 감독도 ‘아리랑’에서 &lsq… 더보기
Now

현재 강북스타일

댓글 3 | 조회 3,225 | 2012.09.11
이민 생활의 방향, 성패는 뉴질랜드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는지, 최초 며칠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법 신빙성이 크다. 내가 하버브리지 남쪽에서 13년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