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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2010. 17:13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6%대다. OECD 국가의 평균 실업률이 8.7%에 이르는 것에 비춰보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통계는 수치일 뿐 실물 경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경제 활동 인구를 실업자 숫자로 나눈 후에 100을 곱한 것. 통상적으로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경제 활동 인구에 속하지만, 일할 의사가 없다고 답하면 비경제 활동 인구로 분류된다. 게다가 임시직이나 계약직 등 불완전한 취업자 역시 경제 활동 인구로 계산이 된다. 때문에 통계 수치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의 실업자와 불완전 고용자들이 존재하게 된다.
아시안들의 실업률은 9%대로 훨씬 높다. 2008년 Massy 대학의 ‘New Settlers Programme’은 이민자들을 고의로 차별하고, 특히 비영어권 이민자는 더욱 차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차별과 유창하지 못한 영어 실력, 비전문성 등으로 아시안들은 대부분 뉴질랜드 노동시장의 가장 열악한 곳에서 혹사 당하거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난 4월 2일, 존키 총리는 복지 제도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개편 내용의 골자는 한 마디로 복지 수당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업 수당 지급은 1년으로 제한하고 1년 후 재신청 하는 경우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것. 실업 수당을 받는 이들이 2008년에는 3만 5천 명이었는데, 2009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6만 6천 3백 명에 이르러 납세자 부담과 국가 채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육아 수당을 받는 편부모는 막내 자녀가 6세가 된 후, 질병 수당을 받는 이들도 주당 최소 15시간을 근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5월 말 ‘Trade Me’에 올라온 구인 광고는 7천 5백여개. 1위는 IT 직종으로 932개, 2위는 Trade&Services의 784개, 3위는 Healthcare로 744개다. 만약 6세된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일자리를 찾아나선 엄마가 IT, 의사 간호사 등 전문직이거나 부족 직업군의 구직자라면 쉽게 취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특출난 기술도 능력도 없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막막하다.
존키 총리는 ‘수당을 받으면서 사는 삶 보다 일을 하면서 사는 삶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누가 모르랴! 너무나도 지당한 말씀이다. 정상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위정자가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보살피기를 자처한다면 ‘실업자’가 왜 놀고 있는지, 다각적으로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실업은 크게 자발적 실업과 비자발적 실업으로 나뉜다. 일은 하고 싶은 데 불경기로 일자리가 없다, 혹은 능력도 있고 일할 의사도 있는데 구조적인 문제로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경우는 비자발적 실업에 속한다. 이런 비자발적 실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기 부양, 금융 정책을 펼쳐야 하고 산업의 종류를 다양화 해서 실업자들을 흡수해야 한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쉬고 있거나 계절적 요인으로 실업 상태인 사람들은 그들에게 걸맞는 구인 구직 정보라든지 유휴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고용시장은 줄어들고 대책도 없는데 어디서 일자리를 찾으라는 말인지?
2008, 171만 개였던 일자리가 지난 해 9월, 166만 개로 4만 4천 개가 줄어들었다. 올해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불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9년 2월, 존키 총리는 2백 여명의 경제 중역들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회의를 했었다. 회의 결과를 얼핏 살펴보니, 수천 명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만불의 자금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이어서 선뜻 밀어부칠 수 없는 어려움이 엿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법은 이민자들의 돈보따리 밖에 없는데, 버티고 있다.
엊그제, 남편의 지인 두 명이 일자리를 의논하러 우리 집에 왔다. 일이 없어져서 집에서 놀면서 막걸리를 담갔노라고 펫트병을 내밀었다. 나는 오래 전 보았던 ‘The Full Monty’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국의 남부 요크셔,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된 남자들의 페이소스가 담긴 영화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실업을 탈출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여성 전용 클럽에서 누드 쇼를 해서 돈을 벌기로 작정한다. ‘홀딱 벗었다’라는 제목처럼 그들은 여성 클럽에서 홀딱 벗는 쇼를 성공적으로 마치지만---.
손님들은 밤늦도록 막걸리를 마시면서 의논했는데, 뚜렷한 묘책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막걸리 한 잔에 거나해졌다. 호탕하게 웃을 때마다 붉어진 주름골이 열정적으로 꿈틀거렸다. 가엾은 사람들---, 누드 쇼라도 하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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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다보니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님이 말씀하신 누드쇼도 쉬운 직종으로 빗대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생각만큼 쉬운 직종은 아닌듯 하네요. 항상 노력하는자에게 길이 열린다는 진리가 진리임을 느껴보는 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