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 아!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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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아!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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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다. 아일랜드 태생의 작가인 죠지 버나드 쇼를 꼭 한 번 만나는 일이다. 깡마른 몸에 희고 긴 수염, 지팡이가 트래이드 마크인 쇼. 형형한 눈빛으로 인간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쏘아보다가 툭- 내뱉는다.

“집안 망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즐겨라. 미인은 처음 볼 때는 매우 좋다. 그러나 사흘만 집안에서 함께 있다 보면 더 보고싶지 않게 된다. 어버이라는 것은 중요한 직업이다. 그러나 이 직업을 위한 적성검사를 한 적이 없다.”

  그 옛날, 쇼가 남긴 일화는 방금 걸러 낸 술처럼 상큼하다. 한 여인(맨발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으로 추정)이 그를 흠모하여 프로포즈했다.“당신 머리에 내 외모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요.” “당신 머리에 내 외모를 닮은 애가 나오면 어쩌겠소?”
‘채식주의자’였던 쇼가 94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신문 기사마저도 그의 위트와 재치를 흉내냈다.“---염소와 양이 매에에에 울며 장례 행렬을 따랐다.”

  인류에 회자되는 명언은 많다. 그러나 쇼의 어록처럼 세기를 뛰어넘어 폐부를 깊숙이, 그러나 유쾌하게 찌르는 말을 발견치 못했다. 특히 최근, 쇼의 어록이 어찌나 한국과 뉴질랜드에 딱 들어맞는지 아찔할 정도다.
  “모든 게 들통났다. 빨리 도망쳐라!”
  쇼는 어느 날 고관 대작들에게 장난삼아 편지를 보냈다.그 시절에도 뒤가 구린 사람들이 많았는지, 편지를 받은 사람 대부분이 도망갔다고. 한국 사람들은 간덩이가 부어서 줄행랑치지도 않는다. 앉은 자리에서 오리발만 내밀 뿐. 요즘 한국은 대선주자들의 '들통내기'가 뒷전으로 물러났다. 동국대 교수이며 광주 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신정아의 학력 위조에 자리를 내준 것. 국민들 관심의 물꼬를 돌리려는 정치권의 책략이 어찌나 맞아떨어졌는지, 학력 위조의 주인공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학계, 방송계, 예술계, 종교계 등 각 분야에서 모두 엮였다. 빠지면 섭섭해서.  

  거짓 환상에 자신을 꿰 맞추는 놀이를 즐기다 보면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경지에 이른다. 일명 '리플리 효과'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주인공 '톰 리플리(알랭 들롱 분)'에서 유래된 용어다. 한국의 '리플리'들은 실력보다 간판이 우선시 되는 사회 분위기 탓을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개인의 양심 문제다. 허황되고 급한 성취욕이 낳은 거짓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태양은 가득한데' 등골이 서늘했던 영화의 라스트 신처럼, 튼실한 닻에 거짓과 파멸이 줄줄이 낚여 올라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들은 쇼의 소박하고 신실한 삶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쇼는 가방 끈이 짧았다.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둔 것이 전부였다. 쇼는 독학으로 문학과 라틴어를 공부하여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25년 '인간과 초인(잔다르크의 얘기를 다룬 성녀 조앤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38년에는 그리스 신화의 조각가 '피그말리온' 얘기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다. 이 작품은 뮤지컬로 롱런하다가 1964년 오드리헵번 주연의 My Fair Lady로 각색되어 아카데미 7개 부분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왜 한국이 '재미있는 지옥'일까? 도덕적 양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키를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른다. 쇼의 한 마디를 음미해 보자. “지옥은 표류하는 것이고 천국은 키를 잡고 조종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1,2번째로 머리가 좋은 민족이다. 그 좋은 머리를 어디에 사용하는가. 사기죄, 위증죄, 무고죄가 일본보다 100배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선거 구호가 '이 사람 믿어 주세요' 였겠는가. 심지어 모 방송사에서는 사기 예방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대검찰청에서는 '신뢰 인프라 교란 사범 단속반' 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특별 수사반까지 편성되었다. 백남준의 말처럼 '예술은 사기꾼 놀음'이고 어쩜 인생은 고도의 사기극일지도 모른다고? 쇼는 또 일침을 가한다. "거짓말쟁이의 가장 큰 형벌은 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그 자신이 아무도 믿지 못하는 데 있다."

  한편, 뉴질랜드의 자화상은 어떤가? 얼마 전 오클랜드 공항이 두바이에 팔리고, 뉴마켓의 라이온 레드 맥주 공장 부지가 호주 AMP에 팔렸다. W 쇼핑센터를 비롯, 굵직한 사업 추진은 거의 외래 자본이다. 주택, 의료, 유학산업, 인재유출 등도 거의 수수방관하고 있다. 곪아 터지기 직전이 되어야  칼을 든다. 응급 상황이 아니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도 세운 것일까?

  “우물쭈물(오락가락, 전전긍긍, 갈팡질팡 등)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쇼의 묘비명이다. 쇼가 농담처럼 내뱉은 말 속에 온갖 답이 있다. 쇼는 1856년에 태어나 1950년에 죽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버린 쇼는 아직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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