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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008. 11:15 KoreaTimes ()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2년 전, 오클랜드 사이먼 스트리트의 한 건물에 큰 입간판이 걸렸다. 벌거벗은 여자가 무릎과 팔을 이용 네 다리로 서 있고 유방에는 유착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여자의 엉덩이에 'GE'라는 글자가 낙인처럼 찍혔다. 잘 만들어진 광고라고는 볼 수 없었다. 본래 목적보다는 젊은 여자의 나체가 우위를 점했다. 눈썰미 있는 이들만이 'GE'를 놓치지 않았다. 그 무렵 'GE free' 시위대가 오클랜드 시내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뉴질랜드는 GMO 대신 GE(Genetic Engineering)라는 말을 사용한다.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되도록 버려야 한다. 그러나 또 내겐 절대로 내버리고 싶지 않은 대쪽 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뉴질랜드는 100% pure하다'가 그것. 나라를 평가하는 덕목들을 인간 유전자 지도인 '게놈'처럼 배열해 놓는다면 뉴질랜드의 유전자는 '절대 순수' 바로 그것이었다. 뉴질랜드는 핵과 GE 식품 등이 없는 청정지역, 이상향이며, 뉴질랜드의 유전자에는 그런 인류의 꿈 기록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구축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지구가 멸망해 가더라도 뉴질랜드는 최후의 보루로 남으리라! 나는 쓸쓸해 하며 통탄한다. 그 꿈은 오해였다!!!
크라이스트 처치 남서쪽 Lincoln facility의 2.5헥타르에서 'The GE Allium Seed'에 대한 실험이 수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AlliumSeed는 양파, 마늘, 파, 리크 등으로 미국의 Monsanto와 Seminis(멕시코 종자 회사, 2005년 몬산토에 인수 합병) 등의 다국적 회사에서 종자가 수입되고 있는 것.
십자꽃과 식물인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등도 실험 대상이다. GE free NewZealand in food and environment(이하 GE free NZ)와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과 과학적 근거들은 모두 무시되고 있다. 실험 공간 안에서 수정을 마치고 수정에 사용된 곤충도 모두 죽이므로 안전하다는 것. GE free NZ의 대변인 클레어 블리클리는 GE food로 식탁이 오염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항변한다.
"모든 염려와 걱정, 의견들이 무시되고 있어요. ERMA (Environmental Risk Management Authority)는 사람들이 이 일에 더 이상 관심갖지 않기를 바라고 있죠. GE가 안전하지 않다는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있는 데도. 소 귀에 경읽기지요."
그녀는 또 "수백만 달러의 돈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강탈(rape of human rights)하고, 위험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해야 할 ERMA가 위험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GE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고 성토했다. 놀랍지 않은가? 'ERMA와 뉴질랜드 정부' 대 '한국 농림부와 한국 정부'가 판박이라니! 마이클 무어 감독의 'SICKO'에 나왔던 대사처럼 권력자들의 생각은 같은가!
"교육받고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국민은 휘어잡기 어렵다. 사람들은 배워도 안되고 건강해도 안되고 사기충전해도 안 된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
하는 수 없다. 소비자로서의 권리, 음식의 소중함, 생명과 지구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우리 개개인이, 특히 주부들이 나서는 수 밖에.
www.gefreefood.org.nz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식품 1199 품목에 대한 GE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잠깐 살펴보자.
※ May Contain GE(붉은색); NescafeCoffees/Milo/SaraLee Products/Mother Earth Break fruit Bars/Bluebird Chips/Health plus chips 등.
※ Changing(주황색-GE 원료를 점차 감소시키고 있는 식품); CitrusTree Juices/Just Juice/Keri Juice/Anchor butter/Calci kids/Inghams Chicken 등.
'health-'’나 'mother earth-'에 뒤퉁수를 얻어맞았다.웰빙 기름이라고 속고 있는 canola(유채)유도 대부분 캐나다산. 캐나다는 유채 재배 면적의 80%가 GM이다. 지난 해 12월 발간된 '뉴질랜드 한인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 교민의 대부분은 한식을 선호하고 있다. 순 한식 13%,한식 위주 47%, 한식 기타 반반이 38%였다. 보글보글 된장찌개라도 먹으면서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려면 GM 콩이 주 원료인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만드는 기업에도 압력을 넣어야 한다.
옥수수알 길게 두 줄 남겨 놓고 하모니카도 불고, 대궁에 막대를 꽂아 등긁게도 만들던 내 기억 속 풍경들이 사라져간다. 콩을 너무 좋아해 '콩새'라는 별명이 붙었던 나의 어린 시절, 볶은 콩을 주머니에 한 줌 넣고 다니며 오물오물 먹던 고소한 기억들도---. 이제 음식은 더 이상 사랑, 정성, 그리움, 추억을 엮어 낼 수 없다. 클레어 블리클리가 사용한 'rape'가 '강탈, 약탈'보다는 '강간'에 더 가깝지 아니한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터전, 존귀하게 존속해야 할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