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1 2,673 코리아타임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바보구나, 그리고 참 나쁜 사람이구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대못질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뉴질랜드로 떠나오기 전날, 기운없고 많이 아파 보이는 엄마는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14K인지 18K인지 모르겠는데---, 가운데 알은 3부짜리다. 근데 네 운동화를 못 사서 어떡하니? 운동 열심히 해야 하는데--- .”

내가 앓았던 병마에서 해방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며 운동화를 사러 가자고 내 손을 잡아 끄셨던 엄마는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돌아온 것을 못 내 안타까워 하셨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일흔 중반의 엄마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나를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듯 했다. 엄마는 눈물을 훔치면서 주섬주섬 핸드백을 뒤지더니 만원짜리 한 뭉텅이를 또 내게 쥐어 주셨다. 한 푼, 두 푼 모은 쌈지돈임에 틀림없다. 됐다고 안받으려는 내게 필요한 것 사라며 떠 안기는 엄마.

한국에 다녀온지도 달포 가까이 되었지만, 나는 한 밤중에 베갯잇을 적시다가 그 눅눅함이 참을 수 없어 수건을 베개 위에 얹고 자는 일이 많아졌다.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목에 매달린 목걸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수 십년만에 마련한 목걸이일텐데---. 나는 엄마 목걸이 하나 해준 적이 없는데---.

오늘 낮에도 너무 더워서 설핏 졸다가 꿈에 엄마를 보았다. 붉은 쇠고기를 칼로 쓱쓱 썰고 계셔서 무슨 꿈인가 전화를 했다. 내가 떠난 후 몸이 많이 안 좋아지시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시지 못한다고 했다. 당장 달려가서 죽이라도 끓여 드려야 할 텐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이국만리에서!

늙은 부모님과 살고 있는 막내 동생은 나와 아들이 떠나오자 그 허전함에 전화통을 붙들고 울먹였다. 동생은 내 얼굴에 맛사지도 해주고 곱게 화장도 해주었다. 머리를 감으면 드라이로 말리고 셋팅을 말아 세련된 헤어스타일도 만들어 주었다.

막내는 방송이며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별미집을 데리고 다니면서 맛난 것을 너무 많이 사 주어서 나와 아들은 자연히 몸무게가 늘어 버렸다.

“배불러!”

내가 숟가락을 놓으면 막내는
“뉴질랜드 가면 못 먹으니까 많이 먹어 둬!”

그러면서 자꾸 권했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게장과 매실 장아찌, 더덕과 바닷말 무침을 떨어뜨리지 않고 식탁에 올렸다. 엄마는 내 옆에서 게를 뜯어 주면서 “먹을만 하니? 잘 곰삭았니?” 물으시고 나는 게장 몇 조각으로 밥 한 그릇을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그네들의 사랑으로 버무려진 음식들이 어찌 맛이 없겠는가!

구정날은 내 생일 파티를 함께 했다. 대보름 전날이 생일이지만, 뉴질랜드로 돌아가면 누가 케익이나 하나 사주겠냐며 엄마는 아예 생일상을 마련하셨다. 막내가 케익을 사오고 세째는 홍삼엑기스를 내게 선물했다. 오빠 올케 동생들 조카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고 나는 촛불을 끄면서 눈물이 그렁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향과 가족과 작별하고 타향에서 처절하게 가슴 아파하는 나는 그저 허깨비이고 바보다. 손톱 만큼의 내 실체가 있다거나 자아가 있다면 나는 단명할 것이다. 온 몸의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시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내버리고 온 사랑과 그리움들이 내 육신에 사무쳐서이다.

하루에도 몇 번, ‘가고파’라는 가곡이 머릿 속에 맴돈다.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 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그날 밤 그 눈물 없던 때로 돌아갈까 돌아가 >

색동옷을 입고 덩실덩실 춤추던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들, 나를 위해 울어주고 웃어주는 이들과 한데 얼려 기뻐하던 나날들은 희미하게 바래가고 있다. 언제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시절로.

짧은 시간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가족과 함께 있지 않고 혼자 제 멋에 겨워 지리산을 한달 가까이 방랑하다가 돌아오고 언제 오냐고 묻는 엄마에게

“서울 가면 골치 아파서---뭐 특별한 일도 없잖아?” 이렇게 말했다.

맏딸인 나와 함께 있는 공간의 공기만으로도 행복하실지 모를 일이었는데, 나는 참회한다. 왜 이런 일들의 의미가 한참 후에야 깨달아질까. 다음에 가면 꼭 부모님 곁에서 맛난 것도 만들어 드리면서 지내야지, 결심하지만 또 마찬가지로 바보짓을 하다 돌아올 것임을 안다.

이승에서 부모 자식으로 인연이 되어 맺어진 그 사랑스럽고 가여운 사람들을 살아 생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나, 둘 ---세 번째 손가락에서 나는 망설이면서 울컥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소월님의 글귀에 이런말 있습니다.

정히 그러시다면 옛날에 잊었노라는..

가족은 엣적 가죽 같기도 합니다.

그 질긴 연으로 말하자면..

어찌 하남요.. 영나님.

그냥 웃지요 라는 맺음말속에서

행복해 지시길 바래요..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

댓글 2 | 조회 3,078 | 2009.04.16
예상대로 뉴질랜드 이민 문호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한다. 별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실업률은 증가하고, 기댈 곳이라고는 돈 싸 짊어지고 들… 더보기

도대체 누가?

댓글 0 | 조회 2,852 | 2009.03.24
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자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던 중, 대리석으로 자신의 여인을 조각한다. 그는 그 조각상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 더보기

시간이 없다!

댓글 0 | 조회 2,497 | 2009.03.10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자신이 꾸었던 꿈을 소재로 '꿈(こんな 夢を 見た)'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8편의 단편 영화로 이루어진 '꿈'은 저마다 인상… 더보기

현재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댓글 1 | 조회 2,674 | 2009.02.25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바보구나, 그리고 참 나쁜 사람이구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 더보기

Runner's High

댓글 1 | 조회 2,621 | 2009.02.10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겨울날에는 먹을 것이 귀하기 마련이다. 과일도 야채도 해산물도---. 그래서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잔뜩 먹고 새로운 먹거리가 돋아나는 … 더보기

女幸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2,688 | 2009.01.28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구나! 한국에 와 있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편리함, 섬세한, 친절함이 사회 구석구석에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 더보기

끽다거 그리고 점다래

댓글 0 | 조회 2,803 | 2009.01.13
내가 지리산 자락 화개(花開)에 머무른 것은 잘한 일이었다. 화개 버스 정류소에 가면 구례, 하동, 부산, 남해, 서울 가는 버스들이 시간 맞춰 들어온다. 나는 … 더보기

산골짜기 불빛

댓글 0 | 조회 2,476 | 2008.12.23
나는 지리산 골짜기로 토꼈습니다. 비속어를 사용해 죄송하지만 가끔은 비속어 한 마디에 내 영혼이 카페인이라도 들이킨 듯 반짝 빛납니다. 내 방 앞을 흐르는 강물은… 더보기

길 위에서 만나다

댓글 0 | 조회 2,432 | 2008.12.10
잘 살고 있어? 헤어진 옛 애인이 전화를 걸어와 괜스레 안부를 물으면 여자는 '그저 그래' 라고 대답하는 샹송이 있다. 슬픔이 촉촉히 베어 있는 음성으로 노래와 … 더보기

측은지심이 으뜸

댓글 0 | 조회 2,499 | 2008.11.25
나의 친정 엄마는 '불쌍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교통 사고로 아들을 앞세워 보낸 외삼촌도 불쌍해 죽겠고, 천식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데 개미새끼 한 마… 더보기

그 여자의 식탁

댓글 2 | 조회 2,907 | 2008.11.11
여행의 백미는 그 지역의 별미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행의 추억이 혀에 남아 있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흥으로 가끔 되살아 난다. 북경 천안문 광장 앞… 더보기

희망의 이유

댓글 0 | 조회 2,816 | 2008.10.30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박사가 지난 18일 웰링턴 동물원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17일, TV3의 앵커맨 Campbe… 더보기

누드 비치

댓글 0 | 조회 6,848 | 2008.10.15
우리 동네 과일 가게에서, 적당히 잘 익은 키위를 고르느라 손으로 살짝 키위를 잡았다 놓았다 하던 무심한 순간이어서 그랬을까. 나는 간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 … 더보기

WETA를 아십니까?

댓글 0 | 조회 3,090 | 2008.09.23
만약, 만약에 말이다. 60억이 넘는 지구인이 한 사람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자. 지구가 떠돌이 행성과 박치기를 해 한 순간에 공중분해 되거나, 지진이… 더보기

어깨 힘 좀 빼시죠 ? - 베이징 올림픽 유감

댓글 0 | 조회 2,761 | 2008.09.10
베이징 올림픽 기간 내내 행복하셨는지? 자유, 평등,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 내는 명승부와 진기록, 숨겨진 이야기들에 박수 치며 감동하고 눈물 흘렸는지? 나는 불편… 더보기

얼어죽을 놈의 낭만!? - 2. 소라, 동백, 고구마

댓글 0 | 조회 3,873 | 2008.08.27
가스 히터가 피식피식 푸헬헬 소리를 내다가 꺼져 버렸다. 하필 억수로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밤이었다.가난한 잡가(작가 아님)는 손, 발, 코가 시려… 더보기

얼어죽을 놈의 낭만!? - 1. 겨울비

댓글 0 | 조회 2,986 | 2008.08.13
하늘에 해가 있기나 한 것인가. 이번 겨울은 참으로 수상하다. 비가 두어 달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린다. 주택가 곳곳이 침수되어 대피 소동을 벌이고 폭풍우에 쓰… 더보기

[385]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Ⅱ

댓글 0 | 조회 2,324 | 2008.07.22
어떤 여자가 먹을 것을 훔치다가 걸렸다. 경찰이 여자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바나나, 빵, 야채 등이 박스 가득 담겨 있었다. 돈으로 따지면 3, 40불어치나 될… 더보기

[384]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Ⅰ

댓글 0 | 조회 2,820 | 2008.07.08
범죄란 '사회의 질병'이다. 질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병이 발생했다면 주저없이 완치시키고, 아예 질병이 얼씬 못하도록 체질과 환경을 … 더보기

[383]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Ⅳ)

댓글 1 | 조회 2,365 | 2008.06.23
2년 전, 오클랜드 사이먼 스트리트의 한 건물에 큰 입간판이 걸렸다. 벌거벗은 여자가 무릎과 팔을 이용 네 다리로 서 있고 유방에는 유착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여… 더보기

[382]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Ⅲ)

댓글 0 | 조회 2,437 | 2008.06.10
세계 제3차 대전은 식량 전쟁이다. 대한민국은 그 전쟁 중에 이미 핵폭탄을 두어 방 맞았다. 미국산 쇠고기로 한방 맞고, 5월 1일, 미국산 유전자 변형(GM)옥… 더보기

[381]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Ⅱ)

댓글 0 | 조회 2,705 | 2008.05.27
미식 축구 선수였던O.J.Simson은 94년, 전처와 그녀의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지문, 혈흔, DNA, 발자국, 모발 등 CSI 수사의 모… 더보기

[380]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Ⅰ)

댓글 1 | 조회 2,227 | 2008.05.13
내 아들의 유아 시절, 입이 짧아 2Kg 정도 체중 미달이었다. 나는 아들과 무던히도 머리싸움을 했다. 사과, 귤 주스를 만들어 우유병에 넣고 빨게 하다가 슬쩍 … 더보기

[379] 샴 트윈(Siamese Twin)의 비극

댓글 0 | 조회 2,616 | 2008.04.22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한 20년쯤이나 되었을까, 나는 신문을 읽다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1811년, 당시 태국의 이름은 '샴(sia… 더보기

[378] 타마릴로가 익는 계절

댓글 0 | 조회 2,892 | 2008.08.13
수년 전 집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닐 때였다. Open home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어느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당 한쪽에 붉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달고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