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餘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여백(餘白)

1 2,832 NZ코리아포스트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배낭에 넣었습니다. 혹시 필요할 지 몰라 하얀 종이 한 장도 챙겨 넣었습니다. 배낭을 매고 길을 떠났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이르렀습니다. 배낭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얀 종이에 아름다운 경치를 빼곡히 담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하얀 종이를 배낭에 곱게 접어 넣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얼마를 가다가 먼저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 다다랐습니다. 다시 배낭을 열고 먼저 번에 아름다운 경치를 그렸던 것 말고 다른 하얀 종이가 있나 찾아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의 하얀 종이 뒷면에 두 번째 그림을 그리는데 이번에는 종이를 반으로 접어 반만 그렸습니다. 다시 길을 떠납니다. 참 이상합니다. 먼저 보았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습니다. 배낭에서 다시 하얀 종이를 꺼내어 남은 반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 세 번째 경치를 담았습니다. 혹시 더 좋은 경치가 있으면 그리려고 반의 반을 남겨놓았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까지 본 세 번의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난 것입니다. 반의 반이 남은 곳에다 네 번째 풍경을 담았습니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꽤 오랫동안 걸었는데도 네 번째 본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다운 곳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길을 걷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네 군데씩이나 찾아 그렸네’ 흐뭇해 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걸었습니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계속 걸어갑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쯤 길이 딱 끊어진 곳에 다다랐습니다. 낭떠러지 끝에 서서 바라봅니다. 수 천길 낭떠러지 저 건너편에 도저히 이 세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선경(仙境)이 저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풍경에 비하면 앞서 본 네 군데 풍경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보고 말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라 혹시나 그림그릴 종이가 있을까 싶어 배낭을 열고 이 구석 저 구석 샅샅이 찾아봅니다. 그러나 종이라고는 네 군데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 종이 말고는 없습니다.

한 장밖에 없는 종이가 이미 그림으로 가득 차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그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습니다.

태어나 살면서 온갖 것을 마음에 담아놓았습니다. 부모형제, 친구 - 인연들도 담아놓고 살던 집, 고향산천, 여행했던 곳 - 온갖 장소도 담아놓고 과거지사(過去之事), 장래계획(將來計劃) - 세상사(世上事)도 담아놓고 보석, 고급 옷 - 가지고 싶은 것도 담아놓고 학문, 신앙도 담아놓았습니다.

욕심부리고 집착하는 마음도 담아놓고 사랑도 미움도 기쁨도 슬픔도 열등감도 우월감도, 시기 질투하는 마음과 시비 분별하는 마음도 희망과 실망도 담아놓았습니다. 온갖 마음들로 가득 차있어 복(福)이 들어갈래야 들어갈 여백(餘白)이 없습니다. 온통 복스럽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있어 복스럽지 못한 삶 삽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가방 안에 온갖 좋은 것 들로만 꽉 찻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백 만한  공간도 사실 없지만 ..ㅎ

[349]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댓글 1 | 조회 2,389 | 2007.01.30
"내가 수면제를 먹고, 땅 속에 들어가 누우면 그 위에 흙을 덮어 주시겠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체리 향기'(1997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는… 더보기

[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댓글 1 | 조회 2,432 | 2007.01.15
향기는 언제나 내 주변에 가득하다. 바람 따라 허공의 이곳 저곳을 떠돌기도 하고 가라앉아 있기도 하다가 소용돌이 치다가 내 코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우연히, … 더보기

[347] 나는 바다로 갔다

댓글 1 | 조회 2,223 | 2006.12.22
낯선 풍경들이다. 비릿한 내음도, 짭쪼름한 바람도 풍겨 오질 않는다. 파라솔을 펴 놓고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파는 아주머니도 없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 더보기

[346] 천국을 한 병씩 나눠 드립니다

댓글 1 | 조회 2,568 | 2006.12.11
시인 바이런이 말했던가. ‘와인과 모짜르트와 책이 있는 곳이 천국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계적 와인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 뉴질랜드가 천국임에 틀림없다.우… 더보기

[345]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Ⅱ

댓글 1 | 조회 2,150 | 2006.11.27
내 나이 네 살 때였어.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파셨어. 아마 검은 머리가 값이 더 나갔었나봐. 비녀 속에 숨어 있는 검은 머리를 찾아내서 무쇠 가위로 싹둑 … 더보기

[344]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1)

댓글 1 | 조회 2,171 | 2006.11.13
“그게 어디 있더라?” 남편이 마치 현 진건의 ‘빈처’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온다. 또 시작되었구나. “분명히 여기 둔 것 같은데---.”… 더보기

[343] 식물의 사생활(2)---넌 어느 별에서 왔니?

댓글 1 | 조회 2,528 | 2006.10.24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를 떠올려본다. 눈이 얼굴의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주름투성이인 ET가 긴 손가락을 내밀어 인간의 손가락과 조우하는 순간, 지구인들은… 더보기

[342] 식물의 사생활(1)---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댓글 1 | 조회 3,175 | 2006.10.09
텃밭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나는 한동안 들떠 있었다. 상추, 깻잎, 고추는 기본이고 호박, 오이, 가지, 토마토, 완두콩에 배추, 무까지 다 키워보리라. 겨우내… 더보기

[341] 거기에, 김치는 없었네

댓글 1 | 조회 2,360 | 2006.09.25
미국 월간잡지 ‘헬스(health)’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김치를 꼽았다. 김치는 스페인의 올리브유,인도의 렌틸(콩의 일종),그리스의 요거트, 일본… 더보기

[340] MASSAGE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댓글 1 | 조회 2,963 | 2006.09.11
동서남북도 제대로 분간 못하던 이민 초자 시절에 내 눈에 제일 많이 들어왔던 건 ‘massage’라는 간판이었다. `massage’라면 목욕탕에서 때미는 아줌마가… 더보기

[339]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져

댓글 1 | 조회 3,608 | 2006.08.22
효도 중 으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어머니는 나의 사춘기 시절부터 “제때제때 연애해서 결혼해 주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더보기

[338] 밤 나들이

댓글 1 | 조회 2,093 | 2006.08.22
<필자 김영나씨는 성균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기자와 방송작가 생활을 했다. 뉴질랜드 이민 7년차이며,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 한국어를 가르… 더보기

[373] 신청자도 이민절차에 대한 이해를 가지자

댓글 0 | 조회 6,326 | 2008.01.30
이민신청은 일생에 있어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임과 동시에 인생의 향방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가능한 완벽한 일 처리를 요한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접 하… 더보기

[372] 2008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는 분들께

댓글 0 | 조회 3,414 | 2008.01.15
<영어의 준비> 모든 이민 카테고리에 있어 영어 요구조항이 있는 현 뉴질랜드 이민법이므로 이민 희망자 분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소프트 랜딩을 위해서 한국… 더보기

[371] 뉴질랜드 이민, 2007년 변경사항들

댓글 0 | 조회 3,420 | 2007.12.20
2007년에 변경된 이민법 조항 중 신청자에게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부분들을 발췌하여 요약해본다. 1. 새로운 기술이민 점수배정표 적용 (2007년 7월 30일 시… 더보기

[370] 기술이민 관련 고려 사항들

댓글 0 | 조회 2,860 | 2007.12.11
<배우자 관련 점수계산> 기술이민 의향서를 제출하기 위해 점수계산을 하게 되는 데 단순히 점수계산표만을 보고 계산했다가 실수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 더보기

[369] 한국인 3,40대의 유학 후 이민, 어려워지는가?

댓글 0 | 조회 3,371 | 2007.11.28
<Form time to time의 의미는?> 2007년 11월 26일부터 발효되는 기술이민을 주로 한 이민법 변경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는데 직접적… 더보기

[368] 11월 변하는 NZ 이민법 조항들

댓글 0 | 조회 2,975 | 2007.11.12
1. 부모초청 관련 이민법 이미 지난 11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모초청 영주권 신청 시 스폰서가 되는 자녀(배 우자 포함)의 연간 소득이 NZ$29,897… 더보기

[367] 소리없이 강하다, 필리핀 이민자들

댓글 0 | 조회 2,974 | 2007.10.24
<재미없는 2007년>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렸던 어메리카 컵 결승전에서도 팀뉴질랜드가 접전이라 할 수 없는 성적으로 스위스 알링기팀에게 져 컵 탈환… 더보기

[366] 영주권 받은 이후 고려할 사항들

댓글 0 | 조회 4,680 | 2007.10.09
<진짜 영주권?> 뉴질랜드에서 받았든 한국에서 받았든 최초 받은 영주권은 어떤 분들 표현대로 이후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영주권이 아닌 … 더보기

[365] 취업비자(Work Visa)에 대한 이해

댓글 0 | 조회 3,765 | 2007.09.25
<취업비자와 취업허가의 상관관계> 한국 말로 '취업비자'라고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다양한 용어와 개념들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취업비자는 '… 더보기

[364] 뉴질랜드 학생비자/퍼밋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741 | 2007.09.11
<학생비자/퍼밋 신청비에 대하여> 이민컨설팅을 하면서 내내 의아했던 점이 있는데 학생비자 /퍼밋(Student Visa/Permit)의 신청비(Fee)… 더보기

[363] 뉴질랜드 언론 그리고 교민지에 대한 단상

댓글 0 | 조회 3,021 | 2007.08.28
Made in China가 유죄? 지난 몇 일간 연이어 장난감에서부터 의류에 이르기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결격성이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더보기

[362] 유학 후 이민에 대한 몇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2,889 | 2007.08.14
<7.30 발표 이후> National Certificate Level 4를 Qualification으로 적시한 대부분의 Trade Occupation… 더보기

[361] 유학 후 이민에 암운이 드리우는가

댓글 0 | 조회 2,903 | 2007.07.23
<7월 30일부터 변경되는 내용들> 7월 10일 발표되어 7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민법의 부분적 변경 내용의 골자는 대략 아래와 같다. -기술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