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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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Ⅱ)

0 개 2,705 KoreaTimes
  미식 축구 선수였던  O.J.Simson은 94년, 전처와 그녀의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지문, 혈흔, DNA, 발자국, 모발 등 CSI 수사의 모든 정황은 99.9999% 심슨이 범인이었다. 변호사는 이렇게 반론한다.

  "그럼 0.0001%는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천문학적 변호사 비용과 문제 있는 배심원 제도가 유죄를 무죄로 뒤집었다는 견해도 있지만, 0.0001%의 확률은 여타의 논란을 잠재우는 설득력이 있었다. 심슨은 혐의를 벗고 풀려 난다.

  Simson이 0.0001%의 확률 게임에서 살아난 것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위풍당당했다면, 0.001g의 쇠고기만으로도 검역 주권과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 낼 수 있었다.

  Gerald Wells 박사(영국)는 2007년, '광우병 경구 감염 양에 따른 질병 이환율과 잠복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소에게 광우병 변형 프리온 100g을 경구 투여 했을 때 100% 광우병이 나타났다. 광우병 변형 프리온  0.001g을 15 마리의 소에게 경구 투여시 한 마리에게서 광우병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현재까지의 과학 기술로 측정할 수 있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의 최소량은 0.001g이다. 이 결과는 꼭 쇠고기를 섭취하지 않더라도 쇠고기 가공식품이나 화장품, 의약품, 수술 도구 등에서도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년 전 광우병이 발생한 영국은 병원의 수술 도구를 모두 일회용으로 교체했지만, 지난해에도 5명이 인간 광우병으로 죽었고 지금도 3명이 죽어가고 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63명이 죽었다. 영국 정부는 변형 프리온에 감염된 잠재적 인간 광우병 환자가 1만 4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변형 프리온들이 긴 잠복기에서 깨어나 '이제부터 시작이야'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면?

  일본은 21, 23개월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20개월 미만의 미국 소만 수입하고 있다. 한국민들이 요즘 일본을 부쩍 부러워하는 것은 한 사람의 국민도 광우병으로 희생시킬 수 없다는 정부와 관료들의 마인드 때문이다. 일본처럼 권위 있는 광우병 연구소를 마련하여 우리 정부측에서도 당당하게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는 일이 그리 어려운가?

  미국은 해마다 4천만 마리를 도축하고 있는데, 천 마리당 한 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 캔자즈 주의 고급육 생산업체인 CreekStoneFarms에서 일본 수출을 위해 광우병 전수 검사하겠다고 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재판까지 했지만 미 농무부는 불허했다. 한 마디로 뭐하러 긁어 부스럼, 아니 긁어 광우병 만드느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미국의 소비자 단체, CNN 등에서도 자국 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고, 심지어 한국민들에게 도와 달라고 옆구리를 찌르고 정보를 흘리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쇠고기는 지금도 미국 각지에서 리콜 소동을 벌이고 있지만, 거대 축산 기업과 미 정부의 커넥션은 '황금 만능'의 반석 위에서 견고하기만 하다.

  20일 미 농무부는 다우너(downer) 소에 대한 도축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소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개고기 먹는 것을 트집 잡더니 '눈가리고 아웅'식 패를 슬쩍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30개월 이상은 수입업자들이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횡설수설하고 미국측은 화를 냈다.짜고 치는 고스톱 판은 서로 사인이 안 맞을 경우 뒤끝이 항상 안 좋다. 정부는 국민의 편이 되는 것이 상식이 아니던가.

  도무지 합리성과 상식이 제로인 대한민국 정부의 '존재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의 심성을 눈꼽 만큼이라도 찾아내 위안 삼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국민들은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데, 정부는 눈가리고 귀막았다. 입만 살아서 기만, 기망하고 있다.

  촛불 시위장에 젖먹이를 업고 나와 길바닥에서 우유를 타 먹이는 어미의 모습을 보았는가? 데모라면 신물이 나는 부모가 또 거리로 나와야 했고, 그 무릎을 베고 아이들은 잠들어 있다. 싸늘한 밤공기에 우유를 먹고 체하지나 않았는지, 감기나 걸리지 않았는지 가슴이 조여 온다. 국민들을 왜 저렇게 생고생을 시키는가?

  지난 해 12월, 24세의 영국 청년 앤드류 로드가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 로드는 아들의 최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앤드류는 끔찍하고 소란스럽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4일 밤 낮 동안 내 아들이 살기 위해 싸울 때, 나는 그를 안고 있었다. 비록 앤드류의 뇌는 인간 광우병으로 망가졌지만, 그의 24년 된 육체는 포기하기를 거부했다. 그의 심장은 강했다."

  우리는 그녀의 호소를 기억해야만 한다.

  "아무도 내 아들의 죽음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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