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 너나 잡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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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너나 잡수세요!

1 2,677 KoreaTimes
돼지 리오와 소 무피우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았다. 영화 매트릭스(MATRIX)를 패러디한 미트릭스(MEATRIX)가 바로 그것. 무피우스는 리오에게 말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아름다운 처녀는 목동의 피리 소리에 맞춰 소 젖을 짜고, 송아지가 엄마 품을 파고 들며 음메음메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은 환상이라고. 무피우스는 진실을 알고 싶으면 빨간 캡슐의 약을, 환상 속에 살고 싶으면 파란 캡슐을 먹으라고 리오에게 말한다. 리오는 빨간 캡슐을 먹는다(나도 빨간 캡슐을 먹었다).

리오가 무피우스를 따라 간 곳은 미국의 공장식 축산 농가. 멀리서부터 악취가 코를 찌른다. 소들은 나무 틀 속에 한 마리씩 갇혀 있다. 햇빛도 쐬지 못하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없다. 심지어 고개를 돌릴 수도 없다. 소의 꼬리를 자르고, 닭의 부리를 자르기도 한다. 동물은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 주사를 맞고 근근히 연명하다가 도살된다. 도살장 또한 제대로 위생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육식의 종말(Beyond Beef)'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창고마다 수많은 고깃덩이가 쌓여 있고…, 그 주위로 수천 마리의 쥐들이 내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독이 든 빵을 놓아두는데, 쥐들은 그것을 먹고 죽었다. 그러면 쥐들과 빵과 고깃덩이들은 모두 한꺼번에 가공장치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 취재한 내용은 더욱 더 충격적이다.
드넓은 벌판에 소들이 만원버스라도 탄 듯 빽빽하다. 걸을 수도 뛰어 놀 수도 없다. 서로 몸을 비비며 간신히 숨 쉬고 있는 소떼들. 수십 톤에 이르는 소들이 쏟아 낸 배설물은 늪처럼 고여서 소들은 반신욕이라도 하듯 다리를 담그고 있다.

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젖은 먹어 보지도 못하고 다른 동물(돼지나 닭, 광우병 위험이 제기되자 소는 제외됨)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다. 한편, 나무 형틀 속에 나란히 갇혀 있는 소들은 자신의 몸을 옥죄이고 있는 나무를 계속 핥아댄다. 철분의 섭취를 제한시켜서 육질을 좋게 만들려는 인간의 계획 때문에 소들은 철분 결핍에 시달리고 끝없이 뭔가를 핥아 댄다고. 살기 위한 소들의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권리는 산산이 파괴되었다. 차라리, 닭의 산란률을 높이기 위해 밤에도 전등을 켜놓는 행위는 애교에 가깝게 느껴진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나는 인간이라는 게 부끄럽다. 그토록 순하디 순한 눈망울의 소들이 형벌처럼 생을 유지하고 있다니….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말살된 식품을, 캐나다와 유럽 연합에서는 금지된 성장호르몬(rBGH) 외에도 각종 약품이 투약된 미국산 수입고기를 조국의 가족들이 먹어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 광우병은 또 얼마나 무서운가. 광우병은 단백질의 변성을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 방법이 없다. 미국에서는 살코기는 문제가 없다고 호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인간 광우병 환자 32명 중 8명의 근육에서 광우병 유발 물질인 변종 프리온 단백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치매인 줄 알았던 병의 상당수가 광우병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혹 나의 친정 아버지도?

초식 동물인 소에게 동물의 내장이나 피, 뼈로 만든 사료를 먹이고, 네 발 달린 짐승을 마음껏 걷고 뛰지 못하게 하고, 눈이 있으되 푸른 하늘을 누릴 수 없게 만든 인간들, 기대하시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죄값을 어떻게 기막히게 치르게 될지.

요즘 조국에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막바지 조율 작업으로 시끌벅적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먹거리에 관한 문제는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달린 문제다. 어떠한 국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민자들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말고 여러 대화창구를 통해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핵의 위험을 경고하는 핵시계가 지난 1월, 5분 전에 맞춰졌다고 한다. 만약 우리 식탁의 위험함에 경종을 울리는 시계가 있다면 아마 1분 전이나 2분 전 쯤이 되지 않을까? ‘위험한 식탁'의 저자 존 험프리스는 “우리는 이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 떨어지면서 ‘아직은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트릭스에서는 위험한 식품은 소비자가 외면해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하고, 소규모 가족농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오늘 나는 고국에 계신 부모, 형제에게 전화를 걸어 빨간 캡슐을 먹였다. 그리고 불쌍한 소와 동물들에게 속죄했다. 안전하고 맛있으니 많이많이 먹으라고 파란 캡슐을 먹이는 이들에게는 ‘친절한 금자씨'가 제격이었다.

“너나 잡수세요!”
쌔엠
먹거리는 하늘이 낸사람 만이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을 천사 대용으로 아이들에 보냈단 우스게 소리도

있네요..자연계에서 과식하는건 사람 뿐인데 그런 욕심들로

생태계를 망치면 순환의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은 그것을 

되받지요. 살찌지 않는게 미덕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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