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과 함께 햄버거 체인점에 갔다. 작은 애가 Combo를 시키는데 주문사항 3, 4가지가 추가된다. Drink는 Rasp-berry(없어서 결국에는 다른 것으로 시켰지만)로, 얼음은 빼고, Sauce는 Spicy로 등등. 필자는 지금도 Drive-in-Thru는 하지를 않는데 그 이유가 이민 초기에는 얼굴 맞대고 하는 영어도 잘 안 들리는 판에 스피커로 왕왕거리면서 하는 영어가 잘 들어올 리가 만무하기에 뒤 차 대기하고 있는데 망신당하느니 아예 주차하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해서 받아 갔고 다시 차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맘이 편했던 탓이다.
어느 정도 영어가 귀에 들어오는 시점에서도 잘 이용을 안 하게 된 것은 귀찮게 자꾸 물어 보는 종업원 때문이었다. 그냥 콤보7 하면 알아서 주고 나도 알아서 먹으련만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드링크할거냐, 소스는, 얼마만 더 내면 큰 사이즈 드링크 나오는데 등등.
반면 작은 애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원하는 것이 없으면 짜증도 낼 정도이니 아버지와는 아무래도 다른 세대인 듯하다. 이는 단순히 그 애가 영어를 잘 구사해서라기 보다는 아버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아이를 데리고 중국식당 가서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 ‘모두 자장면으로 통일'해서 일괄적으로 아버지가 주문했다가는 상당히 컴플레인이 들어올 것이다. 이제 그 애들의 시각을 내가 수용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 다양한 뉴질랜드 사람들 ******
위의 아이 같은 경험을 이 곳 키위들을 접하면서 종종 한다. 2달러짜리 물건을 사면서도 이것 저것 따져 보고 그리고 산 후에도 반품을 요청하는 손님들에 대한 사례들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고객들로부터 듣는다. 이들을 “아따! 2달러짜리 사면서 되게 말 많네!” 했다가는 당장 커뮤니티 차원에서 항의데모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이 곳 토박이 키위 업소주들도 이런 고객들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고객이 가고 나서 뒤돌아 서서 한숨을 쉬더라도 면전에서 불쾌감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이 사회에는 그만큼 상대방이 나와 다르고 따라서 그 사람의 권리와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뉴질랜드에 이민 온 소수민족에게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장려하기 위하여 기금까지 지원해 주는 이 사회일 정도로 나와 다른, 또 주류사 회와 다른 비주류에게도 따뜻한 시각을 견지하는 이 뉴질랜드는 열린 사회임을 느낀다.
***** 적대적으로 닫혀 있는 일부 한국인들 *****
반면 이들보다 늦게 뉴질랜드 호에 승차하는 일부 한국인 이민(희망)자들에게서는 기존 탑승객과는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부터인지 아니면 오고 나서부터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세계관만을 고 집하면서 이 뉴질랜드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와 다른 남들이 함께 이 세상을 살 수 있고 실제 살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자들이다.
몇 주전에 한 고객이 상담 차 방문해서 얘기를 나누는 도중 그 분께서 대뜸 ‘어느 교회 나가세요?’ 물어 보는 것 이다. “저 교회 안 나가는데요”라고 답하자 기가 막히다 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아직까지 교회를 안 나가느냐면서 예수 믿으라는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도 기분이 나빠 상담하고 싶지 않으니까 사무실을 나가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다른 종교를 믿고 있는 신자일 수도 있는데 어떻 게 무턱대고 그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그 전에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두 번 더 했었다. 만약 필자가 그 분들에게 이민컨설팅 하다 말고 개신교말고 다른 종교를 믿지 왜 교회를 나가느냐고 말한다 면 과연 어떻게들 생각했을까? 참으로 남이 자기와 다를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공존이 존재함을 배우지 못했음이 아닐 수 없다.
***** 단군상의 목을 자른 자들은 뉴질랜드 오지 말라 *****
몇 달 전 뉴스를 통해 한국의 어느 도시에 있는 단군상의 목이 하루아침에 잘라진 뉴스를 본적이 있다. 이런 유사한 사건이 이전에도 있었고 그 배후가 단군의 존재를 우상시 여기면서 계속적으로 부정해온 특정 종교집단 소속의 소행 임을 추정할 수가 있었다.
정말로 야만적 집단/개인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신념과 주장이 다르다 하여 물리적인 폭력을 그것도 무엇이 찔리는지 남이 보지 않는 야밤에 실행하는 그런 집단……….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런 집단소속의 한국사람들은 절대로 이 곳 뉴질랜드에 오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뉴질 랜드가 다양한 인종, 종교 그리고 문화의 이민자를 받아 들이면서 같은 뉴질랜더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것에 암적인 요소로 작용할 부류들이다.
이런 사람들보다는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아시안커뮤니티에 나아가 자신이 왜 아시안 이민을 반대하는지 당당히 연설하는 윈스턴 피터스가 이 뉴질랜드 사회에 도움이 되고 기존 한국인 이민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 테러가 런던에서 행 해졌을 때 이 곳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도 반달리즘과 같은 행태가 벌어졌는데 이는 곧 통제력없는 10대 백인 청소년 들에 의해 행해진 것이 드러났다.
***** 세상의 다원성에 대한 인정여부를 조회하자 *****
이들은 어리기에 그렇다 치더라고 조직적으로 이런 행태를 자행하는 집단들은 도무지 이 사회가 다원주의 사회라는 것을 인정치 않으려는 자들의 조직된 집단이기에 심각성이 크다고 본다. 자신이 믿는 신만이 유일한 선이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절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자들은 절대로 뉴질랜드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범죄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경찰신원조회만 할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고의 소유자인지도 가능하다면 조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한국인들 중에 이러한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지 못한 자들이 적지 않은 것같다. 지난 번 황우석 파동 때도 가족간에도 어느 편이냐를 가르고 이에 따라 황빠, 황까하면서 나중에는 왜 논쟁을 하는지도 잊다시피 그저 상대방에 대한 증오만 남은 상태에서 완승을 위해 상대를 전적으로 부정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들, WBC 야구 대회가 가진 의미를 망각한 채 일개 일본 야구선수에 불과한 이치로를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으로 죽이고 싶도록 증오하는 광적인 사람들, 또 이와 다른 측면에서 몇 주전 팔 레스타인 국민을 모두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주한 이스 라엘 대사의 강연회를 역설적으로 학문과 발표의 자유라고 하면서 옹호한 한국의 모 대학(사고의 다양성을 옹호한 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세계의 다원성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이다) 등등.
***** 같이 사는 사회, 뉴질랜드 *****
얼마 전 노스쇼어 시에서 주최한 아프리카 난민 초청강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말 그대로 난민은 이민자와 달리 이 나라에 도움되는 것이 없다. 돈과 기술을 가져오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그들의 정착에 돈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받아들이고 이웃으로 정착시키려는 뉴질랜드인들의 노력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나와 종교, 피부색, 문화 그리고 언어도 다르지만 한 하늘 밑에서 같이 숨쉬고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