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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010. 15:08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가지미와 바라미에게는 한 순간도 놓은 적이 없는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만나는 일입니다.
연년생인 가지미와 바라미의 아버지는 둘째인 바라미가 태어나자마자, 가지미가 겨우 한 살박이 젖먹이었을 때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아버지가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믿고 동도 트기 전 새벽에 마을 뒷산 깊은 골짜기에 숨어있는 옹달샘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아이들 아버지가 돌아오게 해 달라고 하늘에 빌었습니다.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해마다 남편의 생일이면 남편이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밥상 앞에 앉아 있기라도 한 듯 정성스레 생일상을 차려놓곤 하였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가 아버지를 찾을 나이가 되면서부터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떠한 분인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잘 생기고 체격이 건장한데다가 힘이 장사이어서 해마다 단옷날이면 씨름대회에서 마을 대표로 나가서 황소를 타오곤 했다는 이야기며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는 날이면 마을 곳곳을 돌며 빗물에 씻겨 내려간 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허물어진 돌담을 쌓아 올리기도 하면서 마을의 궂은일 어려운 일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결하였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이러한 아버지를 좋아하여 이장을 맡아달라고 간청할 때마다 아버지는 늘 해왔듯이 이대로 그냥 온 힘을 다하여 마을과 마을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면서 완곡히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어서 돌아와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날이 꼭 올 것이니 그 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하여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말로 이야기를 끝맺곤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듣는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어머니 무릎 앞으로 바짝 다가 앉아 귀를 기울였고 아버지가 씨름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황소를 상으로 받았다는 대목에서는 손뼉을 치면서 환호하였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에게 아버지는 영웅이었고 우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을 어른이나 아이들이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흉을 볼 때면 가지미와 바라미는 속상해 하다가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새겨놓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의연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그러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겨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지미와 바라미의 마음 깊숙이 아버지의 존재가 또렷이 새겨졌고 그러한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갔습니다.
본적도 없는 아버지가 꿈에 나타난 적도 있었습니다. 꿈에 나타나는 아버지는 늘 잘 생기고 건장하였으며 또 힘이 장사였습니다. 마을의 궂은 일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도맡아 하였고 이웃사람들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마음을 다하여 도와주는 헌신적인 분이었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음 깊이 되새기면서 언젠가 돌아오실 아버지를 맞이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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