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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009. 17:13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공기도 물도 넘치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흐른다. 공기가 많은 곳은 기압이 높고(高氣壓) 공기가 모자라는 곳은 기압이 낮다(低氣壓).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는데 이와 같은 공기의 흐름이 바람이다. 이와 같이 공기는 넘치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흘러 균형을 이룬다. 높은 곳은 운동에너지가 넘치고 낮은 곳은 상대적으로 운동에너지가 모자라는 곳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균형을 이룬다. 빗방울이 하나 둘 모여 개울을 이루고 강물을 이루어 흐르다가 바다에서 균형을 이룬다.
공기도 바람 되어 그냥 흐르고 물도 강물 되어 그냥 흐른다. 아무런 의도 없이 하늘 뜻 따라 그냥 흐르지만 그 흐르는 원리에 변함이 없다. 모자라고 넘치는 곳이 생기면 그냥 모자라는 곳으로 흘러 균형을 이룬다.
바람이 불다가 나무를 만나면 나뭇잎을 흔들어 때 끼인 먼지를 떨어 내고 병든 나뭇잎을 떨구면서 제 갈 곳으로 간다. 다 익은 나무열매를 떨구어 다람쥐가 주어 먹게 하고 씨앗을 멀리 날라 번성하게 하며 제 갈 길을 간다. 그렇게 제 갈 곳으로 흐르면서 만물을 숨쉬어 살게 한다. 산골짝에 물이 흐르다 큰 바위를 만나면 그냥 바위를 돌아 흐르고 돌아 흐를 여건이 되지 못하면 잠시 흐름을 멈추고 고였다가 넘쳐 흐른다. 더러운 것이 있으면 깨끗이 씻어 내고 탁한 것이 섞여 들면 이리저리 돌아 흐르면서 맑은 물이 될 때까지 탁한 것을 걸러 낸다. 그렇게 흐르면서 온갖 목숨 있는 것들이 목을 축여 살게 한다. 아무런 바램도 조건도 없이 그냥 만물을 살린다.
바람이 불다 거추장스러운 모래 언덕을 만나면 힘 자라는 대로 한 알 두 알 모래 알을 모래 언덕이 깎여 나가 바람 길을 방해하지 않게 될 때까지 쉼 없이 나른다. 모래 언덕을 무리하여 치우려 하지 않는다. 계곡을 흐르는 물이 물길을 가로막는 바위를 만나면 억지로 바위를 밀어내지 않고 바위를 껴안고 쓰다듬으면서 흐르고 흘러 바위가 물길을 방해하지 않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깎아 낸다.
바람은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다. 태풍이 되어 분노를 토해내다가도 어느새 봄바람 미풍이 되어 천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러다가 미친 회오리 바람이 되어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하늘높이 휩쓸어 올린다. 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빗방울이 개울 되어 흐르고 개울이 모여서 강물 되어 흐른다. 강물이 흘러 흘러 바다에 이르면 파도 되어 출렁이면서 밀물 되어 밀려오고 썰물 되어 쓸려 나간다. 물이 흐르다 웅덩이에 고이면 수증기 되어 하늘에 오르고 구름 되어 흐르다가 눈비 되어 하늘에서 내려와 천지를 씻어 내린다. 겨울이면 얼음 되어 숨죽이고 있다가 봄이 되면 스르르 녹아 천길 만길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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