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가진 것에 매여 산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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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07. 11:34
KoreaTimes ()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사람은 무엇이든지 마음에 담아두고 산다. 오감(五感)으로 느낀 일체 -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피부로 느낀 촉감 - 를 마음에 담아 놓고 산다. 사는 동안에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도 모두 마음에 담아 놓고 산다.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 고향집, 논밭이 질펀한 들녘, 어린 시절 뛰놀던 뒷동산, 가재 잡던 시냇물, 학창시절 다녔던 학교 운동장, 교실, 학교 건물 -- 살았던 곳, 가본 곳 모두 담아 놓는다. 부모 형제,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외삼촌, 고모, 이모, 사촌 형제자매, 조카, 동네 친구, 학교친구, 직장 동료 -- 온갖 인연을 다 담아 놓는다. 아끼던 물건, 가지고 싶었던 것들도 가득 담아 놓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연들 - 기쁜 사연, 슬픈 사연, 좋은 사연, 궂은 사연.... - 모든 사연들도 다 담아 놓는다. 이루고자 했던 꿈도 담아 놓고, 욕심도 담아 놓는다. 기쁨도, 슬픔도, 노여움도, 한숨도, 사랑도, 미움도 다 담아 놓는다. 지식도, 정보도, 온갖 아름알이를 다 담아 놓는다.
사람은 마음에 담아 둔 것에 매여 산다. 마음에 담아두기 때문에 매여 산다. 인연으로 맺어진 부모, 처자식과 서로 아끼며 그냥 살면 될 것을 집착하는 마음에 담아 놓고 산다. 그러니 멀리 떨어져서도 서로 근심 걱정을 하고 또 마음에 담아 놓은 사람이 자기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속상해 하고 서운해 한다. 필기구가 필요하여 볼펜을 사서 필요할 때 쓰면 되는데(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욕심을 내어 2백 만 원짜리 몽블랑 만년필을 하나 사면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마음에 담아두기 때문에) 늘 몽블랑 만년필에 매인다. 어디를 가나 만년필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만년필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 해서 어디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마음을 놓는다. 좋은 일을 하고서 했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으면 그것을 드러내어 자랑하려 하고 내세워 인정받으려 한다(예수님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였고 佛家에서는 善業이 惡業보다 더 나쁘다 하였다). 사장이 된 사람이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그냥 하면 될 것을 ‘내가 사장이다’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언행이 달라지고 사장 대접을 받으려 하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서운해 한다. 잘못 된 것을 마음에 가지고 있으면 옳은 것을 가르쳐 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 천동설(天動說)을 알고 있는 사람은 지동설(地動說)을 이야기해 주어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과대학에서 서양의학 이론을 배운 사람은 거기에 매여서 동양의학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어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온갖 것들을 다 가지려 하고 하나라도 더 가지려 한다. 그리고 한 번 가진 것은 절대 놓지 않으려고 꼭 붙들고 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가진 것에 더욱 더 매이게 되고 그 속에 갇혀 그것이 다 인줄 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가져도 완전한 존재가 될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불만인 채로 끊임없이 가지고 또 가져도 더 가지려 하는 욕심에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