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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007. 10:21 KoreaTimes ()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사람은 태어나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내 안에 담아 두고(가지고) 산다. 그리고 담아 둔 그것 밖에 모른다. 담아 둔 만큼만 행하고 산다. 더도 덜도 아니고 담아 놓은 만큼, 담아 놓은 행하고 산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사람은 한국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겪은 것밖에 모른다. 처음 여행하는 외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 나라에 대해서는 내 안에 넣어 놓은 것이 없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한국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 외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흔히들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편다고 말하지만 상상할 수 있는 것도 보고 듣고 배우고 겪은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이지 그것을 넘어서는 것을 상상하지는 못한다. 내 안에 들어있지 않은 것을 상상할 수는 없다. 내가 본 적이 없는 색상(色相)을 상상할 수 있는가? 없다. SF(scientific fiction)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의 모습도 이미 보고 듣고 배워서 아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들의 변형된 모습이거나 여러 생명체들의 부분부분을 짜집기 한 복합된 형태들이다. 어떤 것은 곤충을 닮았고, 또 어떤 것은 파충류나 문어처럼 생겼고, 파충류나 곤충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 복합된 것도 있다.
그러니 금강산에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 금강산을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해 주어도 가보지 못한 금강산의 제 모습이 그려질 리가 없다. 자기가 가 보아서 아는 산의 모습이나 그림으로 본 적이 있는 산의 모습 밖에는 떠올리지 못한다.
사람들이 성현들의 말이나 행적을 기록한 경전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것도 성현들의 말이나 행적이 사람들이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님이고 귀머거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성현의 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무리 깊이 연구하여도 알 수가 없다. 지가 가진 그것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또 성현들의 말은 현재 그와 같이 되어 살라는 것이지만 내 안에 내가 경험한 것만 들어있어 그만큼 밖에 살지 못한다. 성현들이 말한 것만큼 살게 되는 그것이 들어 있지 않아 그렇게 살 수가 없다. 내 안에 그것이 들어있어야 (그와 같이 되어야) 그렇게 살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삶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 밖에 모르는 좁아 빠진 마음을 다 닦아 버리고 나마저도 다 버릴 때 그와 같이 될 수 있다. 나를 다 없애어 나를 다 벗어나야 성현들이 말하는 존재가 되어 그 삶을 살 수가 있다. 그렇게 될 때 성현들이 말한 자비를 베풀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