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길 떠나 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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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길 떠나 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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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부모한테 태어난 사연도 지금 이곳에 오기 위함이었습니다. 오줌 싸고 동 쌌던 것도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옛날 옛날에…’ 이야기 듣던 것도, 엄마 등에 업혀 토닥토닥 자장가 듣던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함이었습니다. 걷다가 놀다가 넘어져 무릎 깨져 피 흘린 것도 어린 시절 동네 아이와 싸우다가 얼굴 할퀴어 아파했던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름 모를 새를 좇아 숲 속을 헤집고 다닌 것도, 아슬아슬 절벽 위에 곱게 피어 있는 꽃을 꺾으려다 굴러 떨어져 죽을 뻔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갑순이와 오순도순 엄마 아빠 하자며 소꿉놀이 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소 똥을 밟아 미끄러진 것도, 벌에 쏘여 눈두덩이 퉁퉁 부었던 것도, 여름 밤에 모기에 물어 뜯겼던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고, 풍뎅이를 잡아 목을 잡아 비틀어 눕혀 놓고 발버둥치는 것을 재미있어 했던 것도, 개미굴 옆에 앉아서 재미 삼아 개미를 죽였던 것도 모두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웃 동네 갑순이가 보고 싶어 가슴 설레고 길을 가다 마주치면 얼굴 붉힌 사연도, 어른이라도 된 것처럼 점잔도 빼고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던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고 세상을 알고 사람을 알아보겠다고 신화다 철학이다 천문지리를 기웃거리고 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성현을 흉내 내어 깨달아 보겠다고 명상도 해보고 신앙도 가져 보고 수행도 해보고 한 것은 지금 이 곳에 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가져 기른 것도, 부부싸움을 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술 한잔 마시고 넋두리를 하고 친구를 만나 차 한잔 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해 받은 것도, 음해(陰害)받은 것도,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는 길 길목마다 마주친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였던 것도 또 선택하고 한참 지난 뒤에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한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벼락이 내려쳐서 서낭당 큰 나무 밑둥치가 부러지고 뒷산 큰 바위가 쩍 갈라진 것도, 휘몰아치는 폭풍에 집 내려앉고 논밭 떠내려 간 것도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미움도 고움도, 행복도 불행도, 억울함도 서러움도, 그리움도 허무함도, 안타까움도 서운함도 온갖 사연사연 모두가 지금 이 곳에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고 보면 올 것도 없는 길을 참으로 멀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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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아기는 담긴 마음이 없어 슬퍼도 슬픈 줄 모르고 그냥 방글방글 웃고 기뻐도 기쁜 줄 모르고 그냥 방글방글 웃는다. 어린이는 담긴 마음이 굳지 않아 엄마한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