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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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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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있다 보면 가끔씩 평일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절에 업무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오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법당에 들어와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다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가버리는 신도 아닌 신도들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종교시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더군다나 교회와 달리 불교사찰은 오래 전부터 관광지화 되어 버렸기 때문에 누구나 출입 할 수 있다는 관습이 몸에 배어 있어 이렇게 불쑥 법당을 찾아오는 이들을 뭐라 탓하지 않을뿐더러 공양 시간이 되면 의례히 이들에게 공양을 대접하는 것이 절집의 풍속이다. 
 
그런데 이렇게 절에 불쑥 찾아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이런 절집의 풍속을 잘 몰라서, 혹은 스님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부엌에서 공양을 준비해 드려도 굳이 사양하고 마다하며 그냥 돌아간다. 하지만 간혹 용기를 내어 스님과 공양을 같이 하거나 차담(茶談)을 나누는 분들도 있다. 이럴 경우 물어보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왜 절에 왔는지를 말하게 된다. 물론 오랜 절집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대충 그 분들의 사정(고민)을 알 수 있기도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의 번민과 고뇌를 스스로 말 함으로써 다시 한번 그 번뇌를 객관화 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 늘 만족하고, 바라는 것이 없으며 주야장천(晝夜長川) 그 날이 그날처럼 일생을 보낸다면 과연 그 인생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이 내가 뉴질랜드에 간다니까 “뉴질랜드는 재미 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요”라고 이야기 하던 것이 생각난다. 근 10여 년에 걸쳐서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며 생활해온 나로서는 이 표현에 적극 동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묘한 것이 한국에 있으면 조용하고 한적한 그래서 그날이 그날인 뉴질랜드가 그리워지고 반대로 한동안 뉴질랜드에 있으면 북적북적하고 소란스런 한국의 지하철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 100퍼센트의 만족을 이룰 수 없으며 그래서 우리에겐 늘 번뇌와 망상이 따라 다니게 된다. 이런 번뇌와 망상은 우리를 무지(無知)하게 만들며 이 무지는 다시 우리를 실패 또는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고 존재의 고통을 다시금 실감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않던 부처도 떠 올리고 예수도 찾게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가 행복 하려고 하면 할수록 거기에는 반드시 번뇌가 존재하며 실패와 좌절의 고통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런 쓰라린 아픔을 몇 번 겪다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낙담하며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수 억겁에 쌓인 우리들의 업보(Karma)와 습관은 단번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어찌 보면 실패하고, 실수하는 것이 중생들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진다면 그는 이미 신의 반열에 오른 우리하곤 다른 차원의 존재 일 것이기 때문이다.

번뇌와 실패와 좌절이 있기에 우리 중생은 끊임없이 참회하고 다시 기원하며 새롭게 시도하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를 반성하고 또다시 다짐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 중생들의 삶인 것이다. 이런 과정이 종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행위인 것이다. 

번뇌와 고통이 없는 깨달음, 실패와 좌절이 없는 성공은 그만큼 그 가치가 퇴색되게 마련이며 완전한 깨달음, 완전한 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 번뇌와 깨달음, 실패와 성공은 둘로 쪼갤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적인 이 둘의 관계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아서 늘 같이 따라다니며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빛과 그림자와 같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대승불교에는 여러 부처님이 계시는데 이 가운데 아미타 부처님이 주관하시는 서방정토 극락세계가 있다. 바로 기독교의 천당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다. 불경에 이르기를 이곳은 중생이 서쪽으로 십만 억 국토를 지나야 다다를 수 있는 멀고도 먼 세계로 묘사되는, 모든 불자들의 이상향(?)이다. 그렇다면 서방정토 극락세계는 아무도 갈 수 없는 허구의 세계라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늘 비유로써 가르침을 주셨는데 극락세계의 의미 또한 그렇다. 어느 어리석은 중생이 극락세계에 가겠다고 서쪽으로 십만 억 개의 나라를 통과해야 하는 무지막지한 여행을 떠나겠는가. 이 가르침의 본 뜻은 극락세계가 아주 먼 곳에 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나에게 있어 가장 먼 곳이 극락이 되는 것이고 그곳은 바로 지금 서 있는 나의 뒷자리가 되겠다. 내가 향하고 있는 앞을 향해서 계속 간다면 영원히 나의 뒷자리에 다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번뇌가 들끓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실패의 아픔이 처절한 그 자리에서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그 마음을 180도 돌려서 자신을 위로하고, 다시금 희망을 다짐하는 그래서 새롭게 용기가 가득 찬 그 자리가 바로 극락세계인 것이다. 

원효대사께서는 “一切唯心造”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모든 분별 즉,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많다 적다, 등등의 우리를 욕망과 갈등과 번민에 빠지게 하는 이런 감정들은 모두가 우리의 마음 작용이며 이 들끓는 마음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회광반조(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의 끊임없는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번뇌와 망상은 이런 수행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되고 따라서 수행하는 이는 번뇌와 망상,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늘 옆에 두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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