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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나 태주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꽃이 예쁘다느니 하늘이 파랗다느니
그리고 오늘은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역에 나가 기차라도 타야 할까 보다고 말을 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 두고서
기차를 타고 무작정 떠나온 길
작은 간이역에 내려 강을 찾았다고
그렇게 짧은 안부를 보내주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둔 채로 그렇게 떠나온
도시에서 이 강물이 그렇게나 그립더니만
가을이라 쓸쓸한 노을빛 강가에 서고 보니
그리운 것은 다른 어느 것이 아닌 사람이더라고
그렇게 당신의 그리움을 전해왔습니다
끝내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그 강가 갈대숲에 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았노라고 말을 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내색도 없이 접어두고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외웠다 했습니다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간다지
저 강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지
그렇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자니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더라고
나도 흐르고 너도 흐르고
우리 모두 어디론가 흘러가더라고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 둔 채로
그렇게 흐르는 것은 인생이더라
사랑한다는 말은 끝끝내 접어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