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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는 우리말로 신탁이라고도 하는데, 신뢰를 기반으로 타인이 내 재산을 대신 소유/관리하는 모든 것들을 통칭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소유주는 누구인지 쉽게 알수가 없고, Trustee (트러스티)라고 불리는 타인이 보통은 껍데기뿐인 법적 명의 및 통제권을 갖고서 각종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비즈니스를 하시거나 기타 이유로 자산보호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선택하시는 방법 중에 하나는 family trust를 만드는 것일겁니다. 또한 집 구매를 하실 때에도 한번씩 얘기는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은 본인과 전문가들 (변호사 혹은 Public Trust 등)을 Trustee로 놓고, 자식들을 final beneficiary 즉 실제수혜자/소유주라고 명시하는 서류를 만든 후에,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들을 trust로 넣는 방식을 택할겁니다. 그러한 상태로 내 비즈니스가 실패해서 채권자들의 압박 혹은 파산에 직면하게 되었더라도 trust에 넣어진 자산은 타인 (beneficiary)의 재산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채권자들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겁니다.
이러한 family trust를 재산분할 보호 차원으로 해 놓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기존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재산분할 법 상으로는 내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부관계가 성립되어 버릴 수도 있고, 내가 일평생 모은 자산의 반을 별거와 함께 상대방에게 나눠줘야 할 수도 있으며, 혼전계약서를 썼더라도 그게 100%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family trust조차도 재산분할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첫째, 가정법원에서는 재산분할법 44조항에 의거하여 아래와 같은 특정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family trust의 재산을 원래명의로 다시 되돌려 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법이 적용되면 대부분 반반 나누게 될 겁니다. 혹은 44C조항에 의거하여 보상금 지급으로 대신할 수 있구요)
1. 최소 한쪽 배우자가 (trust등으로) 재산 처분을 했고
2. 그 재산 처분으로 인해 상대방의 재산분할 권리가 어려워졌으며
3. (처분된 재산이 처분 시점에 공동재산이었든 단독재산이었든 상관 없이) 그 재산이 처분이 안되었다면 별거 시점에 공동재산이 되었을 것이고
4. 처분을 받은 사람 (trust 등)은 선의가 없었거나 정당한 가치 지불을 안 한 경우.
가장 흔한 예가, 혼자 구매했더라도 같이 살게된 집을 (즉 family home을) 관계 중에 trust로 명의를 바꿔 버리는 경우입니다. Family home은 혼자 명의라도 무조건 반반 나누어야 하는 공동재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위 3번 조건 때문에, 보통은 부부관계 이전에 trust로 자산 처분을 한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낮을 것입니다. 부부관계 전에 갖고 있었던 재산은 기존 칼럼에서 다루었듯이 별도재산일 확률이 높으며, 딱히 trust로 처분하지 않았어도 적극적으로 섞지만 않으면 별거 시점까지 별도재산으로 계속 남아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부부관계 중간에 trust로 자산 처분을 한 경우에는 이 조항이 발동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특히 1번 항목의 ‘재산 처분’을 법원에서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당연히 재산의 명의를 trust로 바꾸는 것도 (그 댓가로 돈을 받았던 안 받았던) 처분이고, trust로 빼놓은 집의 모기지를 개인 통장에서 갚았다면 그것도 재산 처분입니다.
또한 한 판례에서는 부동산 매매 계약서 (보통 많이 쓰는 Agreement for Sale and Purchase of Real Estate) 상으로 purchaser 옆에다 처음에는 사실혼부부 둘의 이름을 같이 썼다가, 부인의 이름은 지웠다가, 그 다음에 Deed of Nomination (타인을 지명하여 부동산 구입을 완료하게 하는 것) 을 작성하여 trust로 구입을 완료한 경우에, (1) 부인 이름 지운것 (2) trust로 구입을 완료한 것 – 두가지 모두 ‘재산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trust 소유의 특정 자산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조건이 부합한 경우에 고등법원에 constructive trust (추정신탁)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1. 신청인이 그 자산에 대해 직접적 간접적 기여를 하였다 (금전적, 비금전적 포함)
2. 신청인이 그 자산에 대한 권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3. 그 기대가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합리적이다
4. 그 자산의 법적명의자 (trustees)도 권리를 포기하는것을 예상하는게 합리적이다
배우자도 trustee가 아닌 경우, 혹은 관계 훨씬 전에 trustee가 된 경우에는 재산분할법이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이 경로를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재산분할법이 아닌 일반판례법이 적용되는 소송이기 때문에 같이 산 집이기만 해도 재산분할법 보다는 성립시키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자산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있다면, 자신의 기여도가 그 혜택보다 훨씬 높아야 합니다.
예를들어서 배우자가 결혼하면서 집을 가져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배우자 명의가 아닌 배우자 부모님의 명의로 되어있었다 (그것도 나중에 알고보니 trustee로), 내가 그 집에 살면서 이것저것 고치고 mortgage 를 대납했거나 혹은 rent를 내었다. 이 정도로는 클레임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집에 살면서 내는 그 정도 금액은 일반 세입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권리가 합리적이었다고 보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배우자 부모님이 구두로 혹은 서면으로 계속 ‘그 집은 너희집이다’라고 공언을 했고, 특히 그 공언을 토대로 내 돈을 몇만불 몇십만불 들여서 집을 수리했다거나 하면 집의 소유권 일부를 주장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거구요.
이걸 정리하자면, family trust를 아래와 같이 사용하면 재산분할 보호 및 다른채권자들로부터의 자산 보호까지 거의 완벽히 가능하지 싶습니다:
1. 아무와도 관계 중이 아닐 때 trust 설립 및 재산 처분
2. Trust와 나와의 관계는 완전 단절 (즉 내가 trustee로도 있지 않고, 그냥 부모님이나 변호사나 Public Trust 등을 trustee로 믿고 맡김)
3. Trust로 절대 돈을 빌려주지 않음. 즉 모기지가 낀 집을 trust를 통해서 샀을 때, trustee 나 property manager 통해서 렌트를 주고서 그 렌트로 모기지, rates 등 각종 비용을 부담.
4. Trust로부터 돈을 아예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공동명의 통장이 아닌 별개 통장으로 관리 (기존 칼럼에서 다루었듯이 10조항에 의거하여 trust로부터 받는 수익은 기본적으로는 별도재산이지만, 그게 배우자의 돈과 섞이기 시작하면 그 수익뿐만 아니라 trust 안에 들어가 있는 재산의 상태까지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재산분할 겉핥기는 끝났습니다. 다음 칼럼부터는 뉴질랜드 법과 다른 종류의 인간관계를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