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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성경과 도시락을 동시에 펼쳐 읽고 먹으면서
말씀과 도시락 어느 맛에 기쁜지 구분이 안 될 때.
몸에 남은 수술 자국을 보며 잘 견뎌낸
내가 자랑스러울 때.
지갑 속에 넣은 이십 달러짜리 지폐가
한 달이 지나도 그대로일 때.
비워져 가는 자동차 기름이었는데
아내가 타고난 뒤 가득 채워져 있을 때.
건강해야 한다며 잡곡밥만 올라오다가
갓 지은 흰쌀밥이 식탁에 올려졌을 때.
진통제 한 알에 두통이 시원하게 사라졌을 때.
목련화 가곡을 엄정행의 목소리로 들을 때.
갑자기 오는 비에 흠뻑 젖었는데
아무도 만난 사람 없이 집에 왔을 때.
도중에 써지지 않아 돌려 빼낸 볼펜심에
다 사용하여 잉크가 안 보일 때.
그저 나사 하나 돌려 고쳤을 뿐인데
아내가 맥가이버 보듯이 나를 볼 때 .
다 썼다고 버리려다 다음날
돌돌 말아 눌렀는데 치약이 나올 때.
혹시 내일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
버리지 않고 두고 나올 때.
아내의 손으로 가지런해져 있는
내 속옷 서랍장을 열었을 때.
끝까지 호기심 잃지 않고 살고픈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