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만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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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만델 가는 길

frank727
0 개 451 들풀

25번 도로는 템즈의 외곽을 스치며 코로만델로 이어지고 있다.


서쪽으로는 간이역만한 기차역이 있어 소금창고처럼 황량하며 이국적이다.


목수가 직업인 내 친구 마크가 살았던 옛 경찰서 건물은 아주 오래된 건물들과 어울려 더욱 이국적인데,

이럴 때 회오리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영락없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오랜 준공 년도를 또렷이 이마에 새기고 듬성듬성 서있는 거리의 건물들,

아마도 그들은 바리바리 싸 들고 이곳으로 이주했던 초기 영국 이민자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서있으리라.

그리고는 지나는 여행객의 눈길을 유혹하는데,

이미 주파수를 미래에 맞추고 지나치는 객들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간다.


여행객은 미래에 있고,

주민들은 현재에 있는데,

과거를 싸 않은 내 이상은 홀로 25번 도로를 스쳐간다.


황토물이 미치지 못하여 푸른 바다가 시작되는 이곳 부터는 가도 가도 꼬부랑길이다.


시속 30킬로 이상 속력을 낼 수 없는 배리배리 뒤틀리고 비썩 마른 도로가 제한속도 100KM 여서 의아하다.


통행자가 없는 곳이니 법만 준수하고 몸조심하는 건 네 몫이니 알아서 가라는 뜻이다.


다만 30KM를 넘으면 위험하니 극히 조심 하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하찮은 것을 제어한 옳은 법인 것 같다.

바다는 파랗고 백사장을 껴안은 작은 동네들은 아름답다.


언젠가는 이런 곳에 살고 싶어 기억에 담아 두었는데,

그것으로 인하여 정월 대보름날 외갓집 마당처럼 또렷하여 정말 다행이다.


타푸라는 곳에 이르렀다.


우측으로 800 미터급 산이 있어 계곡이 깊다.


그것은 바다와 맞닿은 계곡의 하류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오랜 기간 강줄기는 산맥의 바위 거죽을 흩어 바다 어귀에 널은 평지를 일구고,

가슴이 시원하도록 아름다운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들 기준이라면 횟집과 위락시설이 있어야할 곳에 사람들은 화장실 하나 달랑 지어 놓았으니,

아직은 오래전 우리 어릴 적 심성이어서 고맙기까지 하다.


바다와 인접한 백사장에서는 사람들이 연신 무엇을 줍고 있다.


조개 내지는 무언가 가 있을 것이어서 다가가 보니,

홍합 치고는 아주 큰 놈들이 모래 속에 촘촘히 박혀 있다.


홍합은 원래 갯바위에 서식하는데 이놈들은 묘하게도 모래에 파묻힌 작은 자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강 어구가 생산하는 먹이사슬의 영향으로 이곳에서 만 볼 수 있는 특이 현상인 듯 하다.


어떤 날 계곡을 따라 이어진 비포장도로를 넘어 본 기억이 있다.


기억이 잊히지 않는 것은 살아오면서 육안으로 본 나무 중에 가장 큰 나무를 그곳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산맥을 넘는 도로 변의 초라한 진입로는 나무 난간으로 컴컴하여,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건장한 젊은이도 숨을 몇 번은 몰아쉬어야 도달할 수 있는 진입로 오솔길은,

무언가를 만나 귀가 멍해 질 즈음이면 카우리 나무는 태산을 이루고 그곳에 서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날들에 대한 고민의 실상이 역사책을 떠나 이곳에 있다는 것을,


바람과,

구름과,

계절과,

햇수와,


그리고 삶에 대한 한껏 고민은 그래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는 양팔 벌려 하늘을 쳐다볼 일인데 그것은 일부러 입을 벌리지 않아도 하늘은 요란하여,

벌려진 입은 현기증을 동반해야 다물 수 있을 것처럼 천년이 넘은 거목은 그렇게 하늘을 파묻고 서서히 돌고 있을 것이다.


단지 그것 만으로 정적이 흐르고,

돌아서서 바라보는 산맥은 울창하여 특별히 조심스럽게 길을 내려오면 작별은 성립되는 것이다.


계곡 중간 중간에 있는 용소와 작은 폭포는 건장한 젊은이라면,

한번쯤 멱을 감고 가는 것도 괜찮을 정도여서 아늑하고 정겹다.


뉴질랜드는 첩첩 산중이라도 한국에서 처럼 함부로 노상 방뇨를 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어디에서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뜻인데,

고산에서 외롭게 양을 키우며 목장을 하는 사람들의 집들이 숨어있고,

이정도의 절경이라면 어쩌다 별장 또한 있을 것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어릴 적부터 줄곧 이런 도로에 익숙한 양치기들은 좁은 길도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데,

간혹 외진 길에서 그들을 만날 때면 특별히 속력을 줄이고 조심해야 한다.


차 두 대 빼곡히 지날 공간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는 그들을 보노라면,

등에 식은땀이 나고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아야 겠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진흙길도 익숙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사륜자동차와, 숙달된 감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그런 곳에서의 일반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잡아도 차가 밀리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을 더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넘는 도로는 동해를 향해 넘어가는데,

사람의 인생만큼이나 외롭고 비탈진 도로여서 서슬 퍼런 그리움을 끼고,

또 다시 타푸를 지나 25번 도로를 달려간다.

산자락을 좁게 파헤쳐 앉은 도로는 갯바위를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고,

먼 바다에서 비추이는 실루엣은 무언가를 연신 낚아내는 낚시꾼 등에서 사라진다.


한눈 한번 팔 수 없는 길은 연이어 꼬부랑길인데,

늘어진 포우트카와 나무는 열심히 붉은 꽃으로 일색이다.


드디어 구릉의 완만한 언덕은 멀찍이 나타나서 등허리를 들이미는데,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포구는 한 폭의 그림이다.


썰물에 휩싸인 만은 쭈뼛쭈뼛 양식장 형태로 뚜렷한데, 그것으로 인하여 언젠가 통영 산자락에서 보았던 아득함이 이 곳에서 되살아난다.



코로만델의 주산 품이 홍합이고 보면 홍합 양식장으로 착각하는 건 누구나 당연할 텐데,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곳이 굴 양식장이라고 하여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평지가 시작 되도 속도는 한껏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굴 양식장에서 운영하는 도로 옆 작은 상점을 지나치지 않기 위함이다.


좌측에 자그맣게 위치한 상점은 방금 채취해 진열한 홍합과 굴이 일품으로,

그 날의 저녁을 윤나게 책임질 것인데, 여행에 대비하여 미리 초고추장을 휴대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일이라는 건 그날 저녁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기슭은 점점 넓어지고 완만한 경사지에 주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산중에 고립된 기분은 가족들이 짙게 그리워지는 연한 불안감으로 젖어 들며,

코로만델은 선뜻 그렇게 다가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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