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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도 올겨울 코로나(COVID-19)와 독감(Influenza),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등 세 가지 감염병(感染病)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는 이미 지난 6-7월 남반구 겨울철에 ‘트리플데믹’을 겪는 바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WUSTL) 의과대학 지야드 알리 교수(전염병학) 연구팀이 미 최대 통합 의료 시스템인 미보훈처(VA) 보훈병원(報勳病院)이 지난 2년간 수집한 미국 내 감염자와 재감염자, 비감염자 600만여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반복 감염되면 각종 장기가 받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에 재감염되면 폐와 심장, 뇌, 혈액, 근골격계와 소화기계, 신경계 질환 위험도가 더 커졌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든 미접종자든 마찬가지였다. 두 번 이상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한 번 감염된 환자보다 폐질환에 걸릴 확률이 3.5배 높았다. 심장질환은 3배, 뇌 질환은 1.6배 위험이 컸다. 당뇨와 신장병, 정신질환 발병 위험도 크게 높아졌다.
연구팀 책임자 알리 교수는 “코로나19를 두 번 이상 걸릴 때 마다 중증화 위험은 계속 높아진다”며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중증화 증상을 낮춰주는 백신을 추가로 접종받으며, 아프면 집에서 쉬는 등 향후 재감염을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온갖 장기 손상 등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재감염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다만 60세 미만은 감염 이후 중증으로 진행됐어도 추후 완전히 회복됐다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재감염 사례는 60만명에 육박하며, 지난달 전체 감염자의 10%가량이 재감염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에서 사망과 중증이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9-11일 사흘간 코로나 사망자는 151명으로 하루 50명 이상 발생했다. 주간 하루 평균 사망자가 10명 아래로 떨어졌던 지난 6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사망자가 5배가량 증가했다.
새로 입원한 환자도 지난 7일 122명에서 4일 만에 239명으로 2배가량 뛰었다. 이날 병원에서 산소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345명에 달했다. 코로나 델타 변이 때와 증상 부위가 달라졌을 뿐, 최근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확진 2-3주 뒤에 나타나는 위중증과 사망이 늘고 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가 유행한 최근에 가장 흔한 증상은 인후통(咽喉痛), 콧물, 코막힘, 기침, 두통 등이다. 이전까지 주요 증상이던 후각(嗅覺)상실, 고열, 호흡곤란 등은 줄었다.
미 행정부는 2020년 1월 처음 코로나19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한 이래 90일마다 연장해오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내린 연장 결정은 내년 1월 11일까지 유효한데, 미 보건인적자원부(HHS)가 60일 전 통보를 요청함에 따라 현행 비상사태를 한 차례 더 연장, 2023년 4월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11월 11일 로이터 통신이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Joe Biden•80)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코로나 오미크론 하위변이 겨냥 2가 백신(화이자 BA.4/5 개량백신)을 접종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량백신 무료접종이 BA.1(오미크론) 기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11월 7일부터, 그리고 BA.4/5(오미크론 하위변이) 기반 화이자 백신은 11월 14일부터 18세 이상 국민들에게 가능하다.
즉, 14일부터 코로나19 동절기 추가접종 백신에 BA.4와 BA.5 변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화이자(Pfizer) 개량백신(2가백신)이 추가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이후 BA.5가 우세종으로 11월 1주 검출률은 91.1%를 기록했다. 모더나•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은 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 등 유전자(遺傳子)재조합 백신으로 추가접종을 할 수 있다.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은 홈페이지, 1339 콜센터, 주민센터 방문 등을 통해 할 수 있으며, 당일접종은 의료기관 예비명단, 민간 SNS(네이버, 카카오) 잔여백신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국내에 도입된 오미크론 변이 대응 개량백신은 11월 10일 기준 모두 2천164만 회분이다. 필자 내외는 지난 11월 15일 오전 11시에 우리집 인근 조환석내과에서 예방접종을 받기로 예약했다. 필자는 4차접종을 지난 3월9일에 했기에 8개월이 지났다.
현재 미국은 올초 재유행을 야기했던 오미크론 하위변이 BA.4와 BA.5가 쇠퇴 징후를 보이면서, 동시에 BA.5 계통 하위변이 BQ.1과 BQ.1.1이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까지 한 주간 감염 사례의 약 44.2%를 이 두 변이가 차지했다. BA.5는 지난주만 해도 미 전역 감염 사례의 약 41.1%를 차지하더니, 이번 주엔 약 29.7%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Omicron) 하위변이 300여종을 추적 중이지만 그 영향 평가는 쉽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수의 오미크론 파생 하위변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여 전 세계가 또 한 번 재유행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비상사태(PHEIC)가 유지되면 코로나 검진과 백신, 치료제 무상 제공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정기석 교수(한림대 호흡기내과, 前 질병관리본부장)는 자연면역(코로나19 감염을 통한 면역 획득)과 인공면역(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 획득)의 지속 기간을 120일로 보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한 60세 이상의 코로나19 면역자는 현재 450만명 정도다. 이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3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65%는 이번 동절기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겨울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최다 20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겨울철 변이 바이러스 유입 등으로 확진자가 하루 최다 20만명까지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 겨울철 재유행이 본격화했다”고 공식화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월 9일 이같이 밝히고 “감염재생산지수도 3주 연속 1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감염재생산지수(Rt)는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값이다. 지수가 1을 넘으면 유행 확산, 밑이면 유행 억제를 뜻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최근 늘어났다.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은 대응 역량이 충분하므로 별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하루 유전자증폭검사(PCR) 건수는 최대 85만회가 가능하며, 신속항원검사(RAT) 검사의료기관도 1만2천327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전담병상은 6천여 개가 보유돼 있으며, 정부는 1만2천개의 일반격리 병상을 추가 준비 중이다. 먹는 치료제는 현재 200만4천명분이 확보돼 있다.
독감(인플루엔자) 환자도 크게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23-29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毒感)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9.3명으로 직전주(7.6명)보다 22.4% 증가하여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13-18세는 1000명당 19.9명으로 일주일 만에 30.2% 급증하여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4.9명의 4배가 넘는다.
한덕수 총리가 밝힌 겨울철 확진자 전망치는 지난여름 예측치보다는 적지만 실제 여름 유행 때 발생한 확진자 규모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지난 7월 초 시작한 여름 유행 때는 확진자를 당초 20만-28만명대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8월 중순 18만명대에서 정점을 찍고 규모가 서서히 감소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1월 들어 7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방역 당국은 동절기 추가접종, 먹는 치료제 적극 투약, 감염 취약 시설 보호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확진 또는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국민이 3500만명에 이르면서 사회적 면역력이 상당 부분 떨어져 있다. 이에 신속한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감염이나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은 시간 경과에 따라 감소하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중증 사망 위험이 높은 건강취약계층과 60세 이상 고연령층, 요양병원•시설과 같은 감염취약시설 거주•이용자, 중증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기저질환 보유자는 반드시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이 올 겨울 7차 유행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하지만, 백신 예약률과 접종률은 18-59세뿐만 아니라 60세 이상 고위험군에서도 미미하다. 이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가는 와중에 반복적인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인구 대비 접종률 현황(2022년 10월 28일 기준)은 1차 접종 87.9%, 2차 87.1%, 3차 65.6%, 4차 14.7%, 개량백신 1.6%이다. 이에 개량백신 접종률은 4차보다도 크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접종률 하락은 백신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지난 9월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백신혁신센터 천병철 교수팀이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1.9%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모든 백신은 유익하다’에 동의한 비율은 39%, ‘백신 제공자(정부, 제약사 등)로부터 받는 백신에 대한 정보는 신뢰할 만하다’에 긍정적 응답을 한 비율은 40.7%에 그쳤다.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 중 백신과 감염에 의한 것을 모두 합쳐도 전체의 35%만 면역을 갖추고 있다. 이에 지난달 11일 60세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동절기 추가접종을 시작했으며, 지난 7일 18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변이 바이러스 전파력이 강한 상황에서 고위험군은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개량백신을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