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국에서 있었던 어느 연구조사에 의하면
전업주부 엄마를 가진 학생들의 상위권대학진학율이 더 높다고 했다
맨날 할일없이 노는 사람 취급을 받았던 전업주부들이
덕분에 약간 기를 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전업주부에서 일하는 엄마로 입장이 바뀌니까
진짜 전업주부할 때가 아이들에게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바쁘니까 아이들에게 덜 신경쓰고, 신경쓰고 싶어도 못 쓰게 된다
어저께는 아들녀석이
엡솜에 있는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chess competition에 나갔는데
맘같아서는 내차에 태워서 데리고 가서 경기하는 모습을 사진이라도 찍어오고 싶었는데
8시 30분에 학교앞에 내려주고는 '잘 해' 한마디하고는 돌아섰다
2주전에는 New Zealand Junior Chess Championship이라는 꽤 그럴듯한 대회에 참가비까지 제법 큰 돈내고 나갔는데, 단 한번도 따라가서 보지못했다
아이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찍고 싶어서 캠코더도 샀는데, 서랍에 쳐박아둔지 오래다
우리 딸이 다니는 유치원은 금요일은 오전까지만 하는데
나는 오후까지 일해야 하고, 그래서 아는 집에 맡겼더니
하루종일 잘 놀았다고 하는데, 내가 데리러 가니까 아주 반가워하더니
차에 태우자마자 한 5분동안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러댄다
'엄마 어디 갔어'
'일하러 갔다 왔어'
'왜'
'일하러 갔다니까'
'왜' '왜' '왜, 응?'
결국에는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라는 소리를 열번쯤 하니까 화가 가라앉은듯했다
가장 나쁜 경우는
아이들이 아플때다
한놈만 아파도 힘든데 둘이 같이 아프니까
정말 힘들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아들녀석은 이불에다 다 토해내고
몇시간 지나지 않아 딸녀석은 침대에다 쉬를 하고
그래도 좀 덜 아픈 듯한 딸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고
많이 아픈 아들은 차에 태우고 출근길에 나섰다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직장을 가졌음에 참 감사하면서
소파에 뉘어놓고 나는 일을 했다
이런 직장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잠깐 생각해보니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일하는 중간중간 녀석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자식들이 엄마맘을 이해나 할련지....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바쁜 엄마가 야속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일을 하니까
이제 진짜 내가 된것같아서 좋다
그리고 나이먹어가면서 배운 지혜로
그 일이 어떤 일이든 중요치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세상의 기준으로 사회적성공, 성취, 그럴듯한 명함등에 집착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생각은 별로 없다
현재의 내 삶은 마치 tourist와 다를바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