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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006. 14:48 KoreaTimes ()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금년 초 동남아시아에서 지각변동으로 대 재앙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다. 태국의 유명한 바닷가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거닐던 코끼리가 갑자기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말을 잘 듣던 코끼리가 갑자기 소란을 피우는 이유를 주인은 알 수 없었다. 주인이 코끼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달래도 보고 매질도 해 보았지만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불안해 하던 코끼리는 주인의 매질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실은 채 길을 벗어나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언덕 위로 달려 올라갔다. 주인이 헐떡이며 코끼리를 뒤좇아 언덕에 올라설 때쯤 코끼리는 다시 주인 말을 잘 듣는 코끼리로 돌아와 있었다. 주인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저 아래 바닷가를 뒤돌아 내려 보다가 깜짝 놀랐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먼 바다에서 몰려 오더니 조금 전에 코끼리와 함께 있었던 해변을 덮치고 있지 않는가? 순식간에 야자나무와 별장, 호텔이 사라지고 그곳에 있던 휴양객들도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코끼리는 보이지도 않는 해일이 오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1960년대만 해도 빈대나 벼룩, 이가 사람들을 괴롭혔다. 밤에 불이 켜져 있으면 숨어 있다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면 어느 틈에 나타나서 사람의 피를 빨았다. 어느 사람이 궁리 끝에 방 한가운데에 나지막한 평상을 깔고 그 위에 이부자리를 펴고 방에 물을 가득 채웠다.
빈대가 물 위를 헤엄쳐 오지는 못하겠지 안심하고 이부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빈대가 또 몰려들었다. 얼른 불을 켜서 살펴보았더니 빈대들이 벽을 타고 천정으로 기어올라 가서 이부자리 바로 위 천정 한가운데서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모기는 한밤에 불을 켜 놓으면 어딘가 숨어 있다가 불을 끄면 사람에게 달려들어 피를 빤다. 그러다 불을 켜면 다시 어디론가 숨어 버린다.
사람은 동물이나 곤충과 같은 미물(微物)이 우매하다고 하찮게 여긴다. 사람의 입장에서 사람의 잣대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주어진 삶의 환경조건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혜롭기 짝이 없음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많다. 미물들이 사람을 본다면 사람이 매우 어리석고 둔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금년 초 인도네시아 해변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동물들은 미리 알고 피하였기 때문에 죽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수십만 명이 죽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은 쓰나미가 오고 있음을 알지 못하였을까? 미물들은(미물이라는 관념으로 불러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