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숙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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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2006. 18:46
박신영 ()
사는 이야기
방학한지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2월 7일이 개학이니, 아직도 한달넘게 남았다. 이렇게 긴긴 방학을 어떻게 잘 보내나 조금 걱정이다.
이곳에는 방학숙제가 하나도 없다.
한국처럼 독후감도 없고 만들기도 없고 그림그리기도 없고 일기쓰기도 없다.
방학이 끝나면 그 숙제들로 상장도 수여하니까 솔직이 엄마가 신경안 쓸 수가 없어서, 만들기 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곤 했는데...........
방학숙제에 치여 방학같지도 않은 방학을 보내는 것에는 물론 반대하지만, 그래도 막상 이곳에서는 숙제가 하나도 없으니까 좀 어색하긴 하다.
한국에서라면, 숙제하라는 잔소리를 꽤나 했을텐데, 여기서는 그런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놀게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여러 고민끝에 공부시간표를 만들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영어읽기 및 쓰기는 매일하고,
수학은 하루건너 한번씩 문제집 다섯장씩 풀고,
국어읽기 및 받아쓰기 시험은 역시 하루건너 한번씩,
하모니카 불기 연습 2번,
슬기로운 생활 및 즐거운 생활 교과서 다섯장씩 읽기 일주일에 한번
매일 잠자기전 영어성경책 읽기
한자그림책 수시로 보기
대충 이정도로 정해 놓았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2도 빼먹을 수가 없어서
일주일에 여섯 번, 하루 한시간씩 하기로 했다.
방학 첫 주는 로토루아 여행 다녀오느라 완전히 놀았고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차곡차곡 잘 지켜오고 있다.
지난 학기 동안에 영어가 꽤나 늘었는데 긴 방학보내면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영어과외를 권하지만........
한국에서도 아니고 외국까지 와서 그렇게 해야하나 싶어서 망설여진다.
방학하기전에 담임선생님에게 어떻게 영어공부를 시킬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대답은 간단했다.
엄마가 영어책을 많이 읽어주고 쓰기 연습도 좀 시키라는 거였다.
그래서 영어책을 좀 빌려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내년에 이 학교 안 돌아온다고, 그래서 빌려줄 수가 없단다.
그럼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야겠다니까 방학중에는 도서관도 쉰다고 했다.
공공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보라고 한다.
아니, 그래도 학교도서관은 문을 열어야지, 방학이라고 도서관도 쉬다니....
공공 도서관에 다니자니, 어린 둘째 데리고, 차끌고 다녀야 하니까 솔직히 도서관다니기는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아서 주위에서 책을 구해보기로 했다.
우선, 옆집 엄마가 안 보는 책이라며 영어책을 여러권 주길래 그걸로 2주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아들 친구집에서 책을 빌려다 보는 방법을 생각중이다.
한국집에서는 공공도서관이 집앞이어서 수시로 다니며 일주일에 9권씩 빌려다 읽게 해 주었고, 학교도서관도 수시로 다녔는데, 여기서는 갑자기 책이 귀해졌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책이 귀하다 보니까, 특히 한글로 된 책은 어떻게 한 권이 생기면 아주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 새로운 습관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책을 구하느냐가 더 문제가 되버렸다.^-^
2, 3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수학,과학,국어등의 한국수준에 맞는 공부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보다 엄마가 해야할 일이 더 많아지고 책임감도 더 막중해졌다.
그래도 방학인데 마냥 공부만 시킬 수도 없고, 중간 중간에 동물원, 바닷가, 수영장에도 다녀와야 하는데........그럼 꽤나 바쁜 방학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