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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3/2006. 11:35 KoreaTimes ()
박기태의 한방칼럼
혈액순환이 안되면 열 균형이 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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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나이 든 어른이나 ‘무릎이 시리다’, ‘등에서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젊은 사람과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배가 차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머리ㆍ가슴ㆍ배ㆍ팔다리 중에서 생명 활동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들이 위치하고 있는 부위가 바로 배다. 따라서 배가 차가운 것은 우리 몸의 생명 활동에 지장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배가 찬 사람도 체온을 재보면 정상인 경우가 있고, 반대로 배가 차가운데 체온을 재본 결과 열이 있는 경우가 있다. 보통 체온은 겨드랑이나 혀 밑을 이용하여 재는데 온몸 전체에 열이 잘 전달되고 있을 때는 이렇게 체온을 재도 문제가 없지만, 그렇치 않을 때는 특정 부위의 온도를 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얼굴은 달아 오르고 가슴은 답답해 죽겠는데 배는 얼음장같이 차고 따뜻한 이불 밑에서도 발이 시려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체온과 상관없이 배가 찬 것은 심장과 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다. 심장의 혈액순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우리 몸 어디에도 차갑거나 뜨거운 느낌이 있을 수 없다.
배가 차가워지는 것은 술을 자주 마신다든지,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 장과 위가 약해졌다는지, 자연유산이나 소파수술을 자주하여 자궁이 약해진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또 고민이 많은 부인들이나 짜증이 많은 남성들, 생각이 많은 학생들 중에 배가 찬 사람이 많고, 우울할 때도 배가 쉽게 차가워진다. 이러한 사실에서 위ㆍ장ㆍ자궁의 이상 외에 우리의 감정상태도 신체의 열균형을 깨뜨릴 수 있음을 잘알 수 있다. 즉, 긴장ㆍ불안ㆍ초조ㆍ짜증은 온몸의 열을 가슴 위쪽으로 뜨게 만들어 가슴이 답답한 증세와 두통을 일으키고, 아랫배를 차갑게 하는 것이다. 특히 많은 생각과 걱정은 위장 활동을 억압하여 윗배를 차게 하고, 실망ㆍ낯설음ㆍ공포의 감정 역시 장기적으로 하초의 신장기능을 억압하여 배ㆍ허리ㆍ무릎을 시리게 만든다. 따라서 마음이 어지간히 넓은 사람이 아니면 요즘처럼 복잡한 생활에 부대끼며 배가 차가워지기 쉽고, 그러다보면 가슴 위쪽으로 열이 잘달아오르며, 그러면 열을 내리기 위해 또 찬물을 마시는 등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의한에서는 배를 매우 중기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배를 따뜻하게 만드는 한약재로 증세를 다스려왔다. 약재를 사용하여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 때문에 배가 차가워졌는지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그에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