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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007. 14:16 KoreaTimes ()
박기태의 한방칼럼
일반적으로 한약은 효과가 더디다고 한다. 특히 보약은 더욱 효과가 더디기 때문에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야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보약의 효과란 경우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빠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또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한약을 먹을 때는 한의사의 진찰을 받아 자신의 체질과 몸상태에 따라 처방을 받고 약을 먹는 것이 좋다.
꽃나무가 시들시들 말라 죽는다고 거름을 듬뿍 주면 오히려 더 빨리 죽는 수가 있듯이, 사람의 몸에도 무턱대고 보약을 많이 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또한 보약 중에서도 어떤 약재를 쓰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꽃나무에 두엄 같은 자연 비료를 주면 잘 자라지만, 화학 비료는 토양의 성분 조성을 치우치게 하여 오히려 꽃나무를 약하게 만든다. 보약도 마찬가지다. 정력강화와 회춘에 좋다는 말만 듣고 독성이 있는데도 무턱대고 많이 쓴다면 오히려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
항상 먹는 음식에도 극단적인 음식이 있다. 입맛에만 맞추어 사람들의 구미를 끄는 자극적인 음식들이 바로 그러한 극단적인 음식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결국 몸에 해를 끼친다. 그래서 약식동원(藥食同遠)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먹는 음식이 바로 약이다.’ 이는 음식이 큰 생명인 것처럼 약도 곧 생명이라는 생각이고, 약도 음식처럼 무리없이 우리 몸의 기능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신중히 쓰라는 말이다. 그래서 화학 비료보다는 자연 비료가, 재배 약초보다는 야생약초가, 수입 약재보다는 신토불이 우리 약재가 좋은 것이다.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여덟 가지 방법이 있다.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등이 그것인데, 우리 몸의 기능이나 질병의 양상에 따라 이 여덟가지 방법 중에서 골라 치료하는 것이다. 보약을 쓰는 방법도 그 하나에 속하는데,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보약을 쓰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다.
예를 들어 한의사에게 정확한 진찰을 받지 않고 기적적인 효과가 있다는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 무턱대고 아무 곳에서나 약을 지어 먹거나 또 깨끗하지 않은 약재를 오래 먹다 보면 치료시기를 놓쳐 큰 병이 생길 수 있는 등 생각지도 못한 약의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 있다.
옛말에 ‘병은 능히 살인할 수 없으나 약은 능히 살인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한약이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아무에게나 그리고 어느 때나 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