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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2009. 12:34 코리아포스트 (122.♡.144.183)
김동열 칼럼
지금 세계는 도시간 전쟁에 돌입했다. 과거 나라와 나라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라면 무력충돌이었지만, 지금은 국경 없는 도시들 사이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가히 진짜 전쟁과 다름이 없다. 총성 없는 전쟁이 바로 브랜드 전쟁인데 그 가운데 도시들이 있다. 8월 8일부터 인천에서 ‘세계도시 박람회’가 열린다. 여기서 도시간 브랜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콘이 없는 도시 서울
서울엔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구경거리가 적은 것이 흠이다. 서울을 뚜렷이 알릴만한 상징물을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 재직 시 청계천을 복원해 큰 화제가 되었지만 그 크기나 규모로 보아 서울의 아이콘(Icon)이라 부르기는 부족하다. 고궁도 중국 자금성과 비교하면 턱 없이 작아 서울을 대표하기엔 무리이다. 결국 서울이 세계 속의 명품 도시가 되기 위해선 서울을 한 눈에 알릴 수 있는 아이콘 개발이 시급하다. 우리가 사는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라는 절대적인 아이콘이 있어 만인이 오고 싶은 도시에 손 꼽히고 있다. 로스엔젤레스도 할리우드 때문에 미 서부지역의 관문이 되었다. 뉴욕은 맨하튼이라는 빌딩숲이 형성돼 빅애플(Big Apple)이라는 호칭과 함께 세계를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화려하고 정교한 건축물 에펠 탑이 파리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세워져 프랑스를 상징하고 있다. 영국의 테임즈 강은 과거 부강했던 대영제국을 상징한다. 이렇듯 유명 도시는 정체성과 상징물이 잘 조화를 이루며 대표적인 아이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인구1천만 명 이상이 살고, 낮 시간에는 1천 수백만 명으로 늘어나는 대 도시이지만 아직까지 상징성 뚜렷한 아이콘을 가지고 있지 못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한강이 서울의 아이콘이다
강은 대도시를 만드는 기본 요소인 동시에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강은 남과 북을 알맞게 갈라놓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물줄기도 완만하고 길어 이용도가 매우 높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강은 다리와 철도의 용도만으로 단순히 이용되고 있지만 용산 재개발과 미군기지가 철수한 후 한강과 연결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유력한 장소가 될 수 있다. 대부분 뚜렷한 아이콘을 갖고 있는 도시들은 상징성뿐만 아니라 문화면에서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에펠 탑의 경우 루블 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이 어울려 각종 파리 문화 활동의 본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의 경우 뒤늦은 과업이 되겠지만 서울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한강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영구적인 서울의 아이콘이 탄생될 수 있다. 그러면 왜 도시의 아이콘이 필요한가? 그 이유는 도시의 아이콘이 바로 그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국가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터득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과거 한국을 방문 했던 많은 관광객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통한옥을 손 꼽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옥은 그 정교함이나 자태가 자신들의 상상을 초월한 건축물로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 한옥들이 박정희 시대부터 시작된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밀려 집단 아파트 단지로 변해 버린 것이다. 아직도 서울 문안에 있던 한옥을 기억하는 외국인이 한국인 보다 더 한옥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와 문화를 등한시했던 국가 지도자들의 단견이 결국 서울을 아이콘 없는 대도시로 만든 것이다.
잠재력이 큰 서울
부수고 짓는 일에 익숙한 서울 사람들도 서울의 변화가 이젠 경제성만이 아닌 도시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논리에만 억매여 도시를 더 이상 콘크리트 서울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과 주위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는 사람이 사는 공동단지가 아닌 콘크리트 덩어리로 비쳐진지 오래다. 그런 추한 모습의 아파트가 서울을 흉물의 도시로 만들고 있다는 현실에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 아파트 단지에 똑 같은 모양의 아파트 건물을 짓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시민들 가운데 도시가 정체성을 가지고 특색 있는 도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울의 잠재력은 더욱 커졌다. 그저 잠자는 도시가 아닌 생동하는 모습의 도시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 서울에 어떤 아이콘이 등장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문화와 역사성을 갖춘 아이콘이 나오기 바란다. 서울의 아이콘이 탄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이유는 서울 시민의 브랜드 필요성 의식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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