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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0/2009. 16:43 코리아포스트 (122.♡.149.251)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그런데 이 친구의 목소리와 행동이 어쩐지 좀 느끼해 보였다.
말할 때는 나의 손목까지 잡으면서 자꾸 신체적인 접촉을 하려는 것이 갑자기 섬뜩해지면서 느낌이 이상하다. 안되겠다 싶어서 정색을 하고 이야기했다.
“내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으니 제발 오늘은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
며칠이 지난 후, 필리핀 친구들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더니 이 친구가 시에라레온 유엔 미션의 게이들 중 가장 인기 있는 ‘황태자 게이’라는 것이다. 유럽 어느 나라의 황태자처럼 핸섬하고 귀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나에게 접근한 것은 생각할수록 황당하다.
한참 후에 함께 어울렸던 몇몇 필리핀 친구들이 게이였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전체 유엔 직원에 비해서 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유엔 내의 분위기는 최소한 이들에 대해서 터부시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 날 대서양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의 조그만 호텔 수영장 잔디밭에서 파티가 열렸다. 그렇다고 거창한 파티는 아니지만 서로 외롭게 혼자 지내다 보니 무슨 건수만 있으면 부담 없이 모인다.
특별히 누가 미션을 떠날 경우는 음식과 술을 제법 근사하게 차려 놓고 친한 친구들을 초대하여 즐거움과 아쉬움을 함께 나눈다. 물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춤으로 끝맺음을 한다.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을 즈음에 저쪽에서 어느 여자가 걸어온다.
분명히 여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서 그녀를 본 순간 큰 혼란에 빠졌다. 얼굴과 목소리는 평상시에 내가 알고 있는 필리핀 남자 친구인데 여자 옷차림, 굽 높은 구두, 짙은 화장과 헤어 스타일 등 모습은 완전히 여자 같아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이 친구 또한 게이인가보다. 이후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유심히 그를 보게 된다.
업무도 똑 부러지게 잘하고 대인 관계도 좋은 것이 그냥 보기에는 보통의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어쩌다가 여자가 되고 싶어졌을까?
물이 필요한 곳에 물을 나르는 이웃나라 일본인들
사무실 행정 보조원으로부터 한국 사람이 나를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런데 나의 사무실로 들어온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젊은 여성이다.
우리 부서에서 만들어 내는 지도를 얻기 위해서 온 것이다.
‘평화의 향기 (Peace Winds Japan)’라는 일본 비정부기구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직원으로서 프리타운 현지 사무실에 파견되어 약 1년 전부터 시에라레온 난민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고 한다.
PWJ은 1996년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도와준다는 (to provide necessary support to people in need)’ 모토 아래 일본 도쿄에서 설립되었다.
이란, 이라크, 몽고, 인도네시아, 이스트 티모르, 라이베리아, 아프가니스탄, 수단, 파키스탄 등 국경을 초월하여 분쟁과 혼란으로 발생된 난민들과 빈곤 및 재난으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특별히 2001년 4월부터 이 곳 프리타운에서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UNHCR)의 요청과 협조 아래 대규모 난민과 내전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를 운용 해 오고 있다. 이들이 다시 정착해서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와 정착촌에 우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 이 조금만 NGO가 굵직굵직한 국제기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랑을 베푸는 모습은 남의 나라 일이지만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시스템은 굉장히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일단 어떤 프로젝트가 준비되면 직접 자국 인원을 엄선하여 대상국에 파견한다. 이 곳 시에라레온에 파견된 직원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한 경험이 있고 그냥 보기에도 똘똘하고 야무진 친구처럼 보였다.
여자의 몸으로 이 버려진 땅에 홀로 파견되어 손수 사무실도 구하고 현지 직원도 채용했다고 한다. 우물 프로젝트에 대하여 다른 국제기구, 구호기구 및 지역 커뮤니티를 통하여 계약까지도 주관하는 그야말로 준비, 계획 단계부터 실행, 완성되는 전 과정을 감독하면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여러 많은 난민 구호 단체 및 각종 국제 NGO들과 직. 간접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비효율적인 사업에 지원하거나 지원금이 현지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감시하는 기능이 있지만 실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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