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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10. 15:14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더 이상 샤워를 할 수 없었다. 얼른 몸을 닦고나니 수건은 곧바로 누른색으로 염색되어 버렸다. 입에는 치약이 벌써 말라 붙었다. 아니, 이빨을 닦을 생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빨은 왜 닦았어, 일과시간 동안 저녁에 사용할 생수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집을 떠날때 항상 챙기는 생수를 깜빡했다.
어쩔수 없이 그 상태로 방으로 돌아왔으나 이런 상태에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입은 휑궈야하고 흙탕물로 덮어쓴 몸은 온갖 바이러스가 내 몸속으로 기어들어 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맥주 박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여기 유엔 직원들 모두 마찬가지지만 나 역시 주바에서 와인과 맥주를 구하고 싶었다. 북부 수단에는 술을 구할수 없지만 여기는 피.엑스 (P-X)가 운용되어 마음껏 양주, 와인, 맥주 등 주류를 싼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여기 도착하기 전에 우리 직원들에게 맥주를 몇박스 준비하라고 부탁했더니 벌써 두 박스를 갖다 놓은 것이다.
그래, 이빨이 없으면 잇몸이라도, 맥주 캔을 따서 우선 입을 휑궜다.
입안은 풍선처럼 부풀려지고 거품이 온 얼굴을 덮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인가 찜찜하다. 내 몸의 피부는 아무려면 어때 견딜 것 같은데 앞과 뒤의 중요한(?) 부분 속으로 나쁜 병균이 들어오는 것 같아 이대로 잠을 청할수가 없었다.
좋아, 이왕 시작한것, 다시 맥주를 한통씩따서 주요 부분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세상에, 맥주로 샤워아닌 샤워를 하다니!
다음날 아침 지난밤의 황당한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시설물 담당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물을 관리하기에 저런 흙탕물이 나오게 하느냐고. 이 물은 바로 저 옆에서 흐르는 나일강물을 직접 끌여 들여 물탱크에 저장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끔 정화 장치가 고장나면 우기로 범람해진 강의 흙탕물이 곧바로 수도 꼭지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평화유지군과 유엔직원들은 이런 물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대부분 그들은 아프리카 출신들이어서 도리어 그들 나라의 상황보다 좋지않는가. 그래도 이 누런 강물이 이곳 사람들에겐 식수로 사용되고 농사도 짓고 빨레도 할 수 있는 생명수인 것이다.
평생에 가질 수 없었던 이상한 경험과 함께 1박 2일의 첫 방문 일정을 마치고 다시 수도 카튬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S자를 그리며 북으로 흐르는 나일강을 따라 비행하는 것 같다.
회색 잿빛의 황량한 사막 중앙을 가로지르며 북으로 북으로 흘러내리는 나일강 모습이 보인다. 남부 수단 주바 공항을 이륙할 때 함께 출발한 강물이 약 1시간 20분의 비행 후 북부 수단의 수도 카튬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나일강은 특이하게 남에서부터 시작하여 북으로 흘러내린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6,700킬로미터)으로 알려져 있고 담수호로써 세계에서 북아메리카의 슈피리어호 다음으로 크고 남한 면적의 3분의 2정도 크기로써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등 3개국에 걸쳐 있는 동아프리카의 생명점인 빅토리아 호수 (68,000스퀴어 킬로미터)에서 시작된 백나일(White Nile: 3,700킬로미터)과 이디오피아 고원지대에 형성된 타나 호수로부터 흘러내리는 청나일 (Blue Nile: 1,600킬로미터)의 두 지류가 수단의 수도 카튬에서 합류하여 북서쪽으로 거대한 S자형의 곡선을 그리며 이집트와 수단의 국경에 위치한 나세르 호수로 흘러 들어가서 지중해로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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