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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009. 17:11 코리아포스트 (219.♡.219.203)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따르릉, 따르릉" 저녁 10시경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여보세요!" 무심결에 전화를 받았다.
유엔본부 평화유지부 (DPKO)에서 전화가 왔다.
서부 아프리카 시에라레온 평화유지와 국가 재건을 위한 지형정보분야의 총책임자를 선발하기 위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얼마 전 인도. 파키스탄에서 유엔 정전감시단으로서 유엔 민간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그들이 국제 공무원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공헌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부러워했다.
"나도 저런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유엔 직원이 되었을까?"
"무슨 자격요건이 필요할까?"
정전 감시단으로 각국에서 파견된 현역 군인들에게 유엔 직원들은 선망의 대상이였다.
업무는 매우 전문화되어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똑 부러질 정도로 수준급이고 자신감 있고 소신 있게 일하는 모습은 국제 공무원답게 멋있었다.
그래서 그 곳에서 약 1년 동안 근무를 마치고 다시 한국군으로 돌아온 어느 날 우연히 유엔 웹사이트를 찾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분야에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눈에 익은 용어들이 나의 모든 신경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고 나의 심장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시에라레온 (Sierra Leone)의 유엔 평화유지미션에서 지형정보를 제공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분야의 총책임자를 선발한다는 공고였다. 자격요건은,
첫째. 8년 이상 지형정보분야 근무 경력
둘째. 지형정보분야에서의 군 경력
셋째. 유엔 평화유지 군 경력
넷째. 지형정보분야 석사학위 이상
다섯째. 영어 및 유엔 공식어 능통 등등
아니! 어쩌면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군 경력과 학력이 그들이 원하는 것과 일치할 수 있을까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래, 나도 한 번 도전해보자!
즉시 필요한 지원양식과 서류를 준비하여 유엔 본부로 팩스를 넣었다. 지원서를 보내고 약 4주 후에 유엔에서 인터뷰에 대한 연락이 온 것이다.
인터뷰는 약 30분간에 이루어졌고, 각각 3명의 질문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너무나 의외이고 긴장된 탓에 그들이 하는 질문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여러 번 반복해서 묻고 대답을 하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윽고 마지막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할 차례이다.
"만약 당신이 선발된다면 언제쯤 시에라레온으로 갈 수 있나요?"
그 곳에 대한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이였지만 선발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다고 답변했다.
며칠 후, 유엔본부의 인사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최종 선발 되었으니 건강 검진 결과를 보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약 6주 후 한국의 UNDP로부터 푸른색 커버의 유엔여권과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의 배경이 된 서부 아프리카 시에라레온 행 항공권이 집으로 도착되었다.
오, 하나님!, 저를 이렇게 준비시켜 주시고 주님께서 예비하신 길로 인도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출국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기약 없는 이별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내 두 딸들. 십 수년의 내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아직도 화염 냄새가 가시지 않은 곳으로 남편을 보내야 하는 나의 아내. 내가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금방이라도 "여보! 그만 포기해요. 우리 그냥 이 곳에서 같이 살아요" 라고 울면서 내 발길을 붙잡을 것 같은 이 사람. "나는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곳에 평화를 심고 건강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떠나야 하니 나의 가는 길을 막지 말아요. 6개월 후에 휴가를 받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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