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1,866
08/09/2009. 16:12 코리아포스트 (125.♡.243.58)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집주인들은 전쟁을 전후로 대부분 영국이나 미국에 이민을 가서 이 나라를 오고 가며 부유한 생활들을 하고 있다. 집을 관리할 대리인을 고용하여 나오는 수익을 원거리에서 챙기고 있는 것이다.
프리타운은 내전으로 대부분의 사회 기반 시설들이 파괴되어 전기가 일부 지역에만 간헐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해가 지면 캄캄한 암흑 세계가 되어 버린다. 극심한 빈부 차이로 거리에는 굶주려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로 넘쳐 나는데 잘사는 사람들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집에는 발전기를 설치하여 냉장고, 비디오, 오디오 등 각종 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여 50개도 넘는 채널이 나오는 위성 TV를 시청하면서 불편 없는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미션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유엔 직원들은 오기 전에 미리 함께 근무한 동료들이나 같은 나라 출신의 직원들을 통하여 기본적인 가구가 비치되어 있는 집들을 소개받는 것이 통례이다
비용은 약 미화 500불에서 1000불 정도로 부엌과 거실이 딸린 서너 개의 방을 나누어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집들은 주인이 발전기를 제공하고 유지비는 세입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다.
일단 계약하게 되면 취소하지 못하고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불편하게 지내면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션 지역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비행기 티켓만 가지고 이곳에 도착한 나는 도착 당일 본부에서 가깝고 그나마 상태가 양호하다고 하는 근처 호텔에서 하루 밤을 묵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는 움직이기만 해도 먼지가 뿌옇게 올라오고 흙먼지를 뒤집어 쓴 에어컨은 만지기가 겁이 나서 무더위와 주변의 소음을 견디며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운 미션에서의 첫 밤이었다.
이 근처의 호텔들은 비슷한 수준이라 우선 집을 먼저 구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다음날 열 일을 제쳐 두고 현지 직원이 알고 있는 침실이 두 개 딸린 집을 보기로 했다.
잠깐 둘러본 집은 언뜻 보기에 그럴 듯해 보였다.
조그만 발전기도 구비되어 있고 중고 냉장고, 침대, 소파와 선풍기, 아쉬운 대로 TV등도 갖추고 있어서 지내기에는 별로 불편함이 없을 듯이 보였다. 집 앞에는 조그마한 발코니도 있고 창문을 열면 커다란 라임나무가 만드는 그늘이 제법 시원한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호텔 숙박비와 비교해보니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곳은 둘러볼 생각도 하지 않고 주인이 제시하는 6개월 분의 집세를 두말도 없이 지불하고 계약을 했다. 한국 사람의 전형적인 급한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몇 주가 지나갔다. 날씨는 우기철을 지나 완전한 건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서부 아프리카의 시에라레온은 6월부터 12월까지가 우기이다.
양철 지붕을 뚫을 것 같이 굵은 장대비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건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더운 시기여서 이 곳 사람들은 겨울이라고 부른다.
1,2월부터는 대서양의 습한 바람과 태양이 작열하는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건기가 시작이 되어 보통 5월까지 계속된다.
며칠 전부터 발전기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는 아예 시동도 걸리지 않고 집주인에게 여러 번 부탁을 했지만 부속이 없다는 핑계로 고쳐 줄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운이 좋으면 가끔씩 들어오던 전기도 요사이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하루 종일 햇볕을 받아서 달구어진 양철 지붕에서 쏟아 내리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다.
창문으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에 잠시 잠이 들지만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또다시 잠이 깨고 무더위를 식혀 보려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아침을 맞는다. 집을 구할 때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대가를 단단히 치르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목 부위가 매우 따갑고 아프다.
거울을 보니 마치 끓는 물에 데인 것 같이 피부가 벗겨져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