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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010. 16:52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2005년 가을,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유럽 프로 축구구단에서 유명한 선수로 맹활약을 했던 청소년들의 우상, 조지 웨어(George Weah)와의 두 번에 걸친(run-off) 결선 투표를 통하여 67세의 엘렌 존슨 샤립(Ellen Johnson-Sirleaf)이 라이베리아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음을 전국민과 세계에 알린다.
아프리카 대륙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흑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도어(Doe) 군부정권 동안 두 번이나 감옥에서 지내야 했고 찰스 테일러의 공포 정치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도피와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그녀는 해외 생활 동안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세계적인 시티은행과 월드뱅크(World Bank)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유엔 개발 프로그램(UNDP)에서 아프리카 담당관으로 일한 적도 있다.
이제 막 내전이 끝나고 인구래야 겨우 3백만명 조금 더 되는 조그만 도시만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그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았다.
내부적으로는 파괴되고 분리된 국민 감정들을 되살려서 화해시키고 무너진 국가 기간시설 및 경제를 하루 빨리 재건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
전력은 수력 발전에 의존하여 왔으나 오랜 내전으로 인하여 모든 시설이 파괴되고 없으며, 전신주와 전선 등 기본시설 조차도 파괴되고 없다. 전쟁 고아들을 수용할 고아원이 없어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잠을 잔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지만 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길거리서 배회한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기구가 없다. 먹는 식수도 소금도, 휴지도 도대체 하나도 자급자족 되는 것이 없다. 오로지 세계 어느나라에도 있는 코카콜라와 맥주 공장 두 곳만 겨우 운영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라이베리아 여성 대통령은 그녀가 방문하는 어느 곳이든 항상 라이베리아 주재 중국 대사가 동행한다.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나는 이 나라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을 위하여 거지가 될 수 있다.”라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넌지시 중국 대사에게 필요한 사항을 요청한다.
내가 근무하는 로지스틱스 베이스는(Logistics Base: 물자지원기지) 본부와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일주일에 두번씩 본부에서 열리는 오후 회의에 참석한다. 요즈음처럼 데모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밖으로 나가기 전엔 항상 안전 상황을 내부 인터넷을 통하여 확인해야 한다.
깜빡하고 차를 몰고 본부를 향하여 한참 가고 있는데 도로에 차들이 보이질 않는다. 순간, 저 앞에는 수백명의 데모 군중들이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들고 웅성 웅성거리는 것이 보인다. 아찔했다. 아무리 유엔차량이라도 성난 군중들 앞에 무엇이 보이겠는가?
벌써, 여러 차례 유엔 차량들이 데모에 의하여 손상을 입었다. 그런데, 어째, 좀 이상하다. 유엔 경찰 및 헌병들도 주변에 보인다. 겉으로 보아 데모하는 무리들인데 마치 시장통 약장사의 솔깃한 말을 들으려고 고개를 쳐들고 군중 속의 한 여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것이다. 데모 군중 속에 무언가 열변을 토하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다.
아니, 이친구들이 데모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는가? 중간 중간에 데모 군중들 사이에서 밥과 음식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도 보인다.
“여러분, 데모도 배고프면 하기 힘드니 우선 밥부터 먹어요.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어요… 여기는 우리 라이베리아의 얼굴입니다. 정부가 다시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시설을 갖추어 줄 거예요.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수도 몬로비아 주도로변에 난잡하게 들어선 난점들이 시내 교통 체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시장에서 나오는 온갖 쓰레기가 주변 환경을 더럽히므로 정부에서 정비를 실시 한 것이다. 물론, 다시 구획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을 기존 장사하던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장사를 못하는 상인들은 빨리 해결해 주지 못하는 정부를 대상으로 데모를 벌이는 것이다. 이를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지만 시골 아줌마와 같은 대통령은 직접 나와 데모 무리들에게 밥까지 제공하면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 날뿐만 아니라 데모가 있을 때마다 자주 나타나서 밥을 나눠 주며 그들과 직접 대화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계 최초의 여성 흑인 대통령을 그냥 엄마라고 부른다. 엄마는 자식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는 존재가 아닌가.
내가 라이베리아를 떠나 수단으로 향하기 몇 일전,
중국 기업체의 원조로 발전기 시설을 설치하여 16년만에 몬로비아 시내 일부에 전기가 들어왔다. 어두운 시내가 마치 대낯처럼 환해졌다.
모두 거리로 솟아져 나와 축제의 분위기를 즐긴다. 그래, 이 “희망의 불빛”이 라이베리아 전역을 영원히 밝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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