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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009. 15:41 코리아타임스 (219.♡.20.19)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딸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말을 건내을 때 소녀의 아버지는 단지 두 손바닥을 모아 하늘을 가르키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인솰라" 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믿는 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딸을 잃은 슬픔과 고통, 괴로움을 자신이 믿는 신을 통하여 극복하려는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소녀의 아버지 눈에는 지난 이틀 동안 이미 평생에 흘릴 수 있는 눈물을 모두 흘렸는지 눈썹 밑에 푹 패인 주름살은 마치 그 눈물이 강을 이루어 이제 메말라 버린 강줄기처럼 보였다.
그의 죽은 딸에 대하여 질문하는 동안 내내 나 자신은 마치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이를 내내 지켜본 동료 장교는 한마디 충고한다.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공식적으로 그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나도 죽은 그 소녀의 나이와 비슷한 사랑스런 딸이 있지 않는가. 야, 이놈아! 너도 어디 나와 같이 이쁜 딸이 있어 봐라. 너라고 별수 있겠는가.
약 30분 동안 조사 보고서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시간 정도쯤 가파른 계곡으로 내려갔을까 ?
그 곳은 인도군의 초소가 저만치 보이는 깊은 계곡 밑은 작은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현장엔 아직도 소녀가 흘린 핏자국이 여기 저기 시커먼 상태로 그 날의 아픈 비극을 말해주고 있다.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몇 장의 현장 사진을 찍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까 방탄 헬멧과 조끼를 입고 내려 갈 때는 몰랐는데 다시 내려온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45도 이상의 무더위에 온몸의 상체를 뒤덮은 20킬로그램의 납 조끼는 너무나 무겁고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큰 신체에 비하여 작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한여름 계곡에서 흘러 내리는 폭포수다.
계곡 정상에 도달했을 땐 온몸이 한동안 소나기를 맞은 듯 흠뻑 젖어 있다.
우리 일행은 죽은 소녀가 안치된 병원으로 향했다.
이 지역에 존재하는 유일한 시설로써 복도, 대기실, 병실, 주차장 거의 구분없이 모두가 환자들로 붐볐다. 냉방 시설이 없는 병원은 그 특유의 냄새(?)로 역겨웠고 마치 사우나탕에 온 듯 후덥찌근 했다. 이슬람 풍습으로 죽은 후 24시간 내에 장례를 치르고 묻어 버리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죽은 소녀의 시신이 보관되어 있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못 볼 것을 보았다. 총과 항상 함께 해야 하는 직업 군인이지만 생전 처음 총에 의하여 죽은 사람을 본 것이며, 그것도 어린 소녀의 시신을…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죽어있는 소녀를 보았을 때 인도군의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절명하는 모습과 그 죽어가는 딸을 가슴에 앉고 울부짖든 아버지, 딸을 살리기 위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가슴 찢겨지는 고통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소녀는 분명히 꺼져 가는 목숨의 그 힘든 고통을 어찌 할 줄 몰라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힘없이 쳐다보며 "아빠, 아빠 !" 라고 가느다랗고 희미해져 가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불렀을 것이다.
복귀하는 조사 차량의 뒷좌석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을 쇠면서 하루 종일 지친 몸을 달래보지만 머리 속엔 온통 오늘 목격한 여러 장면들이 오버렙되면서 아까 20킬로그램의 납 자켓 보다 몇배 더 무거운 큰 바위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듯하다. 죽은 소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그래, 내가 너를 위하여 저 죽은 소녀의 아버지를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사실을 조목 조목 유엔 조사 보고서에 담아 너와 같은 희생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유엔 본부로 전달되도록 할께.
그리고 먼 훗날 캬쉬미르인들이 이루고자 하는 독립의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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