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2,725
22/12/2009. 17:05 코리아포스트 (125.♡.244.2)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빠바박, 빠바박, 척척척. 척척척”
사무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무기 절단기가 아침부터 요란하게 돌아간다.
수거된 무기들은 부서지면서 5센치 간격으로 잘려 나가고 있다.
내전이나 분쟁 지역에 유엔 미션이 시작되면 최초로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DDRR이다.
DDRR은 무장해재(Disarmament), 시민화 또는 비동원화(Demobilization), 재통합(Reintegration), 재활여건 조성(Rehabilitation) 줄임말로서,
이 프로그램 중 “무장 및 동원해제” 작전은 2004년도 4월부터 시작해서 2005년 3월까지 거의 1년 동안 유엔 평화유지 미션이 주관하여 다른 유엔기구, 국제구호단체 및 정부가 함께 거국적으로 실시한 무기 수거 작전이었다.
이 작전의 주요 내용은 14년간의 내전에 동원된 7만 여정의 무기를 회수하고 약 십만 여명의 전투병을 무장해제 시킨 후 직업교육 및 정신 재활훈련 등을 통하여 각자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 파괴된 가정과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여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내전에 참가했던 반군이나 정부군이 유엔에 무기나 총포류, 탄약류, 폭발물 등을 자진해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반납하면 유엔은 그들에게 생활 정착금으로 300달러를 주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 돈은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두 번에 걸쳐 나누어 지급되었는데 최초 무장해제 단계에서 150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3개월 뒤에 다시 지급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무장해제 장소(D-1 site)는 수도 몬로비아에서 약 120 킬로미터 떨어진 카카타 (Kakata)라는 곳에 설치되고 조직해체 과정을 담당하는 D-2 site는 D-1에서 약 20 킬로미터 이격되어 있는 보아(Voa)라는 곳에 준비될 예정이었다.
무장해제 장소와 조직해제 장소를 따로 설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군이든 구 정부군이든 그들을 등록하고 무기를 회수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그러나 내전하는 동안 서로 적이었던 사람들을 무기 회수 후 같은 장소에다 섞어 관리하게 되면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DDRR이 시작되어 평화유지 총사령관과 함께 무장 해제 현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변 곳곳에 무장한 유엔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고 철조망 통로를 따라 수백명의 반군들이 총과 포를 들고 줄을 지어 서있다.
사뭇 진지하고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내심으로 내전 동안 무고한 사람들을 수많이 살해한 저들이 혹시 불만을 품고 사령관과 나 쪽으로 사격을 한다면 어떡하나, 머리카락이 쭈빚 서는 듯하다.
물론, 반군들이 캠프로 수송되기 전에 분리된 장소에서 유엔군이 이미 폭발물과 탄약을 수거하였지만, 사람의 생명을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그들로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003년에 실시된 무장해제 작전 기간 동안 대규모의 소동과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본부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드디어 이 나라도 이제 평화를 회복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귀로에 서 있구나.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이땅에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우리나라의 교훈이 되기를…
수 백만의 인명이 죽어가고 급기야 다시 우리 땅에 유엔의 이름으로 유엔군이 파병되어 라이베리아의 오늘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