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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009. 16:14 코리아타임스 (124.♡.145.168)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오늘은 유엔군 감시단으로서 처음으로 조사 활동을 나가는 날이다.
파키스탄 여단 본부로부터 인도군의 정전위반 사례에 대한 조사 요청이 몇 일 전에 들어왔다. 사건 내용은 인도군의 사격으로 파키스탄령 11세 캬쉬미르 소녀의 죽음에 대한 조사이다.
많은 카쉬미르인들이 파키스탄쪽의 정전선 부근에 농사를 지으며 소나 염소를 방목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빈번히 인도군으로부터 포 및 기관총 사격을 받아 많은 인명이 죽어가고 있다. 물론, 파키스탄군이 군사적으로 이용하여 농민들로 가장시킨 밀리턴트를 보내 간첩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인도군 측에서는 접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조건 사격을 가한다고 한다.
조사 장교들은 항상 국적이 다른 장교 2명 이상으로 구성되어야하며 가끔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인도군에서 오인 사격하여 유엔군이 희생 당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를 방지 위하여 유엔 측에서 사전에 인도군에 조사활동을 위한 접근을 2회에 걸쳐서 통보하고 확인한다.
출동 전날 하나 하나 메모해서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팀 리더에게 무엇이 빠진 것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간단하게 보고했다.
도착한 첫날부터 함께 조깅과 스쿼시를 함께 한 덕택인지 쉽게 친해져 버린 스웨덴 출신의 토마스 소령이 이것 저것 필요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을 상세히 알려 준다. 그중 다음 사항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제공하는 음식은 거절하지 말되 익힌 음식 위주로 성의껏 즐길 것.
둘째: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났을 시 위로의 말을 전할 것.
셋째: 조사 기록은 항상 공정하게 작성할 것.
넷째: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희생자를 확인할 것.
다섯째: 조사 서류는 공정하게 작성되며 유엔 본부로 보내짐을 알릴 것.
등등…
오늘 팀은 무 경험자인 나를 포함한 조사 경력이 화려한 핀란드 출신 소령으로 편성되었다. 차량엔 이미 파키스탄 운전병이 부착한 유엔기가 가느다란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다.
사고가 발생된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방탄 헬멧과 자켓을 챙겨야 했다. 관련된 사고서류, 물, 나침판, 지도등도 차에 실었다. 한국 같으면 전령이 모든 것 알아서 챙기지만 여기는 모든 것을 내 스스로 해야 한다.
꼬불 꼬불한 흙먼지 길을 달린다.
길가에는 이제 겨우 열한,두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꼬마 아이들이 머리 위에 물통을 이고 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어디서 물을 이고 오는지 모르지만 그 발걸음이 지쳐 있어 분명히 산 계곡 저 밑 멀리서부터 길어다 오는 것 같았다. 어쩌다 꼬마 여자 아이들의 눈과 마주 칠 때는 살짝 웃는 얼굴이 빨개져 얼른 눈길을 피하는 모습은 마치 비탈진 산길 옆 작은 돌들 속에서 이쁘게 얼굴을 내밀며 잘 익어가는 빠-알간 석류와 그리도 잘 어울리는지…
이윽고 우리 차량은 사고 지점을 통제하고 있는 파키스탄 대대 본부에 도착하였다. 부대 지휘관과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고 난 후 미리 부대에서 준비한 테이블로 안내되어 다과와 점심을 대접받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캬쉬미르인을 포함한 파키스탄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성의껏 대접하는 것을 큰 미덕으로 생각한다. 유엔 옵져버들이 굶어 죽는 줄로 아는 모양인지 다양하고 많은 음식이 준비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담당 장교의 안내를 받아 사고 당일 그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살해된 어린 소녀의 아버지였다. 딸을 잃은 부모는 정말 법이 없이도 살수있고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순박한 산골의 가난한 농부였다. 살해 당시 그는 정전선 부근에서 딸과 함께 염소의 풀을 먹이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이제 그 아버지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아야 했다.
"사건 당일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
"어느 방향에서 총격을 가했는가 ?"
"피해자의 상태는 어떠했는가 ?" 등등의 보고서에 필요한 사실을 묻고 그의 대답을 기록해야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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