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받는 시험준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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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받는 시험준비(1)

0 개 1,002 김준

2022년이 겨우 두달여 남은 오늘. 사무실 의자에 넋놓고 앉아서 엊그제 선물받은 커피를 갈아 홀짝거리며 농땡이를 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다 지나갔네...’ 달력의 숫자가 아닌 시험까지 남은 날수로 일년을 소분하는 저로서는 당분간 여유있게 커피를 즐길 날이 없을거라는 긴장감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캠브리지 과정의 학생들은 이미 연말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고, 몇 주 후면 NCEA와 IB 과정 학생들의 시험이 시작될테니, 그들을 다독이며 최후의 순간까지 보조를 맞추어야 할 제 입장에선 마음이 가벼울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 


한 해의 공부를 마무리 짓는, 그리고 내년의 학업을 준비하는 신호탄이 될 external 시험을 코 앞에 바라보는 요즈음, 시기가 시기인지라 아무래도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시험준비의 ABC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듣게 되는데요.. 오늘은 시험준비의 시작이자 마무리인 기출문제 풀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뉴질랜드의 현행 3대 교육 과정에 대한 시험준비 자료들을 살펴볼 때, 공식 시험의 기출문제가 아닌 출판사나 사교육기관이 작성한 시험대비문제는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습니다. NCEA의 경우 약간의 참고서들이 자체문제를 수록하고 몇몇 학교에서 자체 시험지를 제작하기도 하지만 그 문제들의 수준을 생각해 볼 때 연습문제 일수는 있어도 시험대비문제로는 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공식 시험의 기출문제는 사실상 유일무이한‘제대로 된’시험준비 자료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인지 기출문제를 어떻게 풀어보느냐에 따라 시험의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학부모님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우리애가 혼자서 열심히 공부를 해요.. 그래서 뭐 몇 년치 기출문제를 풀어 봤는데 대부분 A정도 (혹은 Excellence)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아유. 학생이 정말 성실하고 공부에 열정이 있는가봅니다. 혼자서 그렇게 준비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요. 좋으시겠어요. 저도 학부모인데 부럽네요.’


그런데요.. 말씀은 이렇게 해 드리지만 혹시나 그 학생이 기출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씀은 차마 하지 못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말을 더 신뢰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자칫 입바른 소리 했다가는 원망을 듣는 일이 다반사라서 말이지요. ㅎㅎ 


방법적인 문제야 어찌되었건 학생들이 스스로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그런데 기출문제풀이를 통한 시험준비의 올바른 방법을 적용한다면 더욱 유익할 것임이 당연하겠지요. 그 바람직한 방법론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우리의 자녀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부적절한 자기평가의 사례를 몇가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를 알아야 해답을 고민할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사례 1. 실수한 거 고려하면 (맞았다고 치면) 85% 정도 되요.


기출문제를 풀어가며 시험준비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어본 나름 타당한 자기변호 입니다. 그러니까 학생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원래는 이 정도 문제를 못 맞출만한 실력은 아닌데 문제를 잘 못 읽어서, 혹은 다른 비슷한 내용하고 공식이 헷갈려서 틀린겁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시험을 치를 때는 절대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테니 이 문제는 맞았다고 치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라는 의미로 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학생은 운동선수가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한가지 동작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이유가 무언지 모르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실수를 연습하고 있는 자신’을 그렇게 쉽게 용납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지식이 모자라면 공부해서 보충하면 되지만 실수로 점수를 날리는 버릇은 왠만해서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수로 날리는 점수 또한 회복될 수 없음이 당연합니다. 실수라는 것은 오랜 시간 쌓여온 학생 스스로의 습관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습할 때의 실수가 실전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될 확률이 99.9%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고질적인 습관을 고치기엔 이미 늦어버린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그나마 피해를 줄일수 있을까요? 


첫째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둘째로, 스스로의 점수를 미리 예견해 보고 싶다면 실수로 잃어버릴 점수를 %로 환산해 미리 감점요소로 감안해야 합니다. 만약 80%를 목표하는 학생이 평균 10%의 실수비율이 있다면 실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감점여유는 10% 밖에 안 된다는 뜻이 되므로 시험준비는 90%를 목표로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90% 받을 만큼 준비해도 실수 때문에 10%를 더 날릴 테니까 말이지요. 



사례 2. 채점해보니 제 답안에 excellence를 줄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에게는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혹독한 법입니다. 학생들이 이렇게 애매한 자기평가를 말하는 경우는 주로 긴 문장의 답을 요구하는 NCEA 시험지를 풀고나서 인데요.. 평가기준이 상대적으로 모호 하다 보니 과학과목의 경우 숫자로 답이 나오는 절반 정도의 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반은 (대부분 Merit이나 Excellence 문제들) 사실상 채점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마킹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답을 쓴 사람도 정답에 대한 확신이 없고 답을 채점하는 사람도 오답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어찌보면 답을 쓰기가 매우 모호하다 할수 있고 또 달리보면 답안작성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고 말할수도 있겠습니다. 


시스템이 가진 한계야 어찌되었던 학생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답을 적어야 하는데요.. 이렇게 애매한 평가 기준을 만족시키는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답안을 작성하려면 학생들은 답 쓰는 훈련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임이 자명합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그 중요한 훈련을 대충대충 스리슬쩍 끝내버리고는 맙니다.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에게 너무 너그럽기 때문이지요. 키워드를 빼 먹어도 괜찮고 문법이 틀려도 괜찮고... 어느정도 뜻만 통하면 자신의 답안에 Full Mark를 주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자신이 풀어낸 기출문제를 스스로 채점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똑똑히 말하고 싶습니다. 학생은 스스로에게는 ‘자신’ 이지만 채점자에게는 ‘타인’ 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답안지를 바라볼 때에야 정확하고 객관적인 채점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채점해야 할까요? 


공식 답안지의 명사, 동사, 형용사에 집중해야 합니다. 답안지를 인쇄해서 펼쳐놓고 세가지 색깔의 형광펜을 준비한 뒤 모범답안의 명사에는 노란색, 동사에는 파랑색, 형용사에는 녹색, 이렇게 표시를 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들이 자신의 답안에 적여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어물쩡 넘어가려했는 비스무리한 단어들이 걸러져서 한결 정확한 판단과 교정이 가능합니다. 


사례 3. Syllabus(교과 과정 요약)에 없는 문제가 나와서 틀렸어요. 

 

간혹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Syllabus를 보며 스스로의 지식 정도를 재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syllabus는 말 그대로 교과과정 요약일 뿐 시험에 출제가 될 법한 부분이나 필수 중요사항에 대해 다루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있듯 시험이라는 것은 아주 쉬운 문제를 제외하고는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계나 적절한 응용을 묻는 것이지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나 공식 자체를 묻는것이 아니고, 그렇다보니 syllabus나 text book 만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겐 상급 응용문제들이 ‘시험에 출제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문제를 풀때마다 뭔가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 자꾸 출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기출문제 풀이를 시작하길 권합니다. 컴퓨터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지 말고 종이에 프린트해서 과목별 년도별로 파일링을 해 가며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손과 머리가 학습내용을 동시에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점수가 계속 저조한 챕터들은 어찌해서든 만회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실행에 옮겨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Syllabus나 text book만 들고 있는 학생들이 있지요. 시험에 임박해서도 Syllabus만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들은 많은 경우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심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풀었는데 틀리게 되는 경우를 지극히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정도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학생들은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문제를 읽어보기만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 어떠한 문제로 연결되는지는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기억합시다. 어떠한 개인적인 성향, 심리적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시험의 준비는 문제풀이가 가장 기초가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자기평가의 실수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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