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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2011. 13:05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코리아포스트 전망대
우유는 소의 젖이다. 뉴질랜드는 대표적인 낙농국가다. 젖소가 2010년 기준으로 6백만 마리에 달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젖은 연간 160억 리터다. 전에는 양을 길러 양모와 양고기를 수출하는 게 짭짤했지만 이제는 단연 젖소가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양을 사육하는 농가가 줄어들고 젖소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폰테라를 들어봤을 것이다. 폰테라는 젖소 농가들이 생산하는 연간 160억 리터의 87%를 수거해간다. 수거해서 가공하여 우유로도 팔고, 분유로도 판다. 폰테라의 각종 낙농제품은 이들 젖소 농가를 생산기반으로 한다. 최근 우유 가격을 놓고 폰테라와 소비자 보호원이 대립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원은 우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주장이다.
1년에 10% 올랐다는 것이다. 젖소 농가들이 중간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생산지 우유 가격은 2리터에 1.60달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폰테라 브랜드의 일부 우유는 2리터에 4.80달러다. 하여 소비자 보호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우유 가격이 도대체 적정한 지 아닌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원은 이런 요청을 받고는 한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녹색당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결국 우유가격의 적정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사실 우유 가격을 놓고 연초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폰테라는 일찌감치 이를 눈치채고 잽싼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것이 바로 지난 2월 18일 발표한 우유 가격 동결 방침이다. 폰테라는 우유는 뉴질랜드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식품으로 올 한해 현재 가격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인상 요인은 많지만 이를 기업이 감수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전가하지 않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루가 다르게 우유 값이 오르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고맙기 그지 없는 발표였다.
그런데 왠지 이런 발 빠른 대응이 석연치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일반 시민들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뉴질랜드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유가격의 놓고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독점 기업들의 횡포다. 폰테라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실상 뉴질랜드 우유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폰테라 외에 굿맨필더라는 또 다른 회사가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폰테라는 현재 브랜드 Anchor, Mainland, TipTop을 가지고 있다. 굿맨 필더(Goodman Fielder)는 Meadow Fresh, Tararua, Chesdale를 생산 유통시키고 있다. 폰테라는 뉴질랜드 경제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폰테라는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우유의 95%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0%를 육박한다. 문제는 폰테라의 독점적 지위다. 독점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점 기업은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라마다 독과점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유는 처음부터 독점되어 있는 식품이 아니었다. 우리들에게 친근한 데어리 숍을 봐도 알 수 있다. 동네 코너마다 있는 편의점의 이름이 데어리다. 신선한 우유가 아침마다 동네 가게에 진열되어 있고, 동네 사람들은 이 신선한 우유로 아침을 열었다. 캐나다의 편의점 가운데 베커스 밀크가 있다. 캐나다에서는 가장 큰 편의점 체인 가운데 하나다.
캐나다 역시 뉴질랜드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인근 농장에서 짠 우유가 그저 병에 넣어져 데어리에 나왔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동네 젖소에서 짠 우유를 마셨다. 그렇게 친근했던 식품이 우유다. 우유는 다른 식품하고는 다르다. 정서적으로도 다른 먹거리다. 우유를 마시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우유를 마시면서 가족,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제 뉴질랜드 우유가 독점 식품이 되면서 가격을 놓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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