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苦. 그래도 웃으며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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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苦. 그래도 웃으며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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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060 김지향

  돌 지난 지 두 달이 된 유은이가 일어서서 첫걸음을 떼었다. 카톡으로 보내 온 비디오에서 유은이의 환희가 보여 나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몇 달 전부터 유치원에 다니느라 아가들이 걸리는 유행병은 다 달고 살았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잘 넘기면서 지냈다. 부모가 힘들어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유은이 또한 편하게 지내는 거 같다.


  유은이의 사진과 비디오들은 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게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비디오가 생각이 나서 웃고 있다. 저절로 나오는 웃음소리. 내가 워낙 이렇게 잘 웃던 사람일까? 


  유은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누워서 우유를 마실 때와 잠들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종일 움직인다. 여자 아기라서 그런지 사부작거리면서 장난감부터 온갖 것을 다 꺼내어 논다. 


  자유롭게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부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손에 닿는 문이란 문은 다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살림살이를 꺼내고, 아예 그 안에 들어앉을 추세이다. 왕성한 호기심을 그 누가 말리랴.


  일찍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더니, 아기들 먹기 대회가 있다면 우승할 정도로 잘 먹는다. 아직 손가락 움직임이 어설프니, 숟갈로 음식을 퍼 먹지는 못하고, 숟갈 든 손은 푸는 흉내로 그치고 자유로운 맨 손으로 집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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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먹고 있는 비디오를 보내왔는데, 여기저기 묻히고 흘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렇게 먹으면 뒷수습이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서도 손으로 먹게 놔 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한단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웠다. 


  한국에 있는 이모할머니들과 나를 위해 유은이의 비디오는 열심히 돌아간다. 손주가 셋인 언니도 아직 손주가 없는 내 동생도 유은이 비디오가 도착하면 배꼽을 잡고 웃는다. ‘대박’이라는 말을 연거푸 쏟아내면서 난리도 아니다.


  코미디언들이 제 모습을 망쳐가면서 관중들을 웃기는 것처럼 비디오에 찍힌 유은이의 모습은 가관이다. 유은이가 십대가 되었을 때 보여주면 짜증이 날 비디오도 여럿 있을 것이다. 상상 외로 재미있어 할 수도 있겠다.


 첫돌 선물로 유은이 일지노트와 잡지를 만들어 놓더니, 다시 직장에 나가는 바람에 그때처럼 세세하게 기록하고 돌 볼 시간이 없어서인지, 유은이의 재미있는 일상을 사진들과 비디오에 담아 둔다.


  유은이의 팬들이 생각 보다 많다. 한국에 계시는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들부터 친가 외가 친척들이 유은이의 팬들이다. 그 중 이모할머니들은 열광팬들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팬을 섭렵하고 있는 유은이가 부럽다. 


  어느덧 유은이의 매니저가 되어버린 내 딸. 바쁜 직장생활 중에 비디오까지 찍으려니 고달프기 짝이 없겠지만, 팬클럽의 열광에 보답하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워낙 주인공이 엽기적인 행동을 많이 하니, 그때마다 놓치지만 않으면 문제없을 것이다.


  “너무 귀여워.”

  “요새 먹여 주는 거 싫대요.  자기 앞에 그릇 놔두라고.”

  “ㅋㅋㅋ 이모랑 무지 웃었다.”

  “막 먹을 때, 음냠냠 거리면서 먹어요.ㅋㅋ

  저렇게 먹고 나면 뒤처리가 정말. ㅋㅋ”

  “너도 그리 컸다.”

  “갈수록 두 턱 쓰리 턱이 되 가죠.”

  “아이고”

  “저렇게 잔뜩 먹고 나서, 저희 먹을 때 와서 더 달라고 그러는...”

  “너무 뱃고래 키우지 마셩.”

  “안주고 싶은데 엄청 찡찡 대서...”

  “그만 먹여~”

  “ㅋㅋㅋㅋ”


  워낙 다사다망한 내 동생이지만 유은이 비디오를 보면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댓글 세례를 가장 많이 날리는 막내 이모할머니. 조만간 유은이를 직접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다. 


  유은이 매니저가 요 근래에 너무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내왔다. 이 비디오를 보고는 까무러칠 정도로 웃었다. 이제 겨우 한 발짝 뗀 아기가 혼자 양말을 신으려 하는 비디오였다.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 쌍의 양말을 줍더니,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중 한 짝의 양말은 바닥으로 던져버리고 양 손으로 한 짝을 펼쳐 들었다. 앉은 채로 오른쪽 발을 들어 올리고 양말을 발에 끼우려 하니 몸이 뒤뚱거리면서 균형을 잃었다. 그 순간 왼손을 양말에서 떼고, 방바닥을 짚어서 나자빠지는 걸 겨우 면했다.


  갑자기 오른 손에 쥐고 있던 양말 한 짝을 방바닥으로 휙 집어 던지더니, 고개를 양쪽으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렇게 고개를 휘젓고 나서 동그란 눈으로 정면을 쳐다보는데, 아마 엄마를 바라 본 것이리라.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귀엽던지 박장대소를 했다.


  내 동생은 이 비디오를 보더니만, “어머 어머” “요즘 애들은 빠르다더니...” “대박” 이렇게 댓글을 올렸다. 나는 그저 옆에서 “ㅎㅎㅎㅎ”만 연발했다.


  언니 왈. 


  “우와~~~   이런 건 여기저기 알려야 할 대박 비디오. ㅎㅎㅎ”

  “한 번 해보다 잘 안되니 절레절레  에구 어려워서 못하겠네. ㅎㅎㅎ”

  “세상살이 힘들다~~~ㅎㅎㅎ”


  코로나 4차 백신을 맞고 며칠 째, 열이 나고, 설사에 온갖 고통을 다 짊어진 채 끙끙 앓던 언니가 아픈 와중에도 이렇게 웃으면서 카톡에 댓글을 남겼다.  


  조만간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올 내 동생. 그동안 세 자매가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께 자주 들리면서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 병원에 가면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네 부녀는 근처 찻집에 가서 담소를 즐긴다. 


  어려서부터 성대모사를 잘하고 남을 웃기는 재주가 많았던 막내딸이 함께 늙어가는 부녀들에게 커다란 기쁨조였을 것이다. 약방 안의 감초가 따로 없었던 동생을 멀리 떠나보내는 게, 언니들로선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이제 완전히 정신 줄을 놓아 버리신 아버지를 두고 떠나는 내 동생 역시 발길이 무거울 것이다. 추석 연휴 때 요양원에서 뵌 아버지의 모습은 이제껏 뵌 중에 최악이었단다. 그래서 자신이 뉴질랜드로 오기 전에 엄마가 모셔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가슴이 아팠다.



  인생살이가 참 고달프긴 하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여섯 명의 어린 동생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온갖 고생 다하면서 사신 아버지. 그나마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셨지만 부인을 먼저 여의고 혼자 사신 몇 년이 외롭고 고달프셨으리라.


  이제 다른 세상에 가셔서 새로운 체험에 빠지셔도 괜찮을 거 같다. 그리워하는 당신의 부인과 함께 두 분만의 세상을 즐기실 때도 되지 않았을까? 뚜벅뚜벅 걸어오신 그동안의 발자국이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해도 아쉬워하지 마시면서 새로운 길을 가셨으면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남편이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곱게 반숙으로 부친 계란프라이와 따끈하게 데운 초콜릿파이가 나란히 누워있는 접시를 내밀며 빙그레 웃고 있다.


  “인생은 苦다.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리라.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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