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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생명체가 탄생한 곳이며 플랑크톤, 해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갑각류 등 약 33만 종이 살고 있다. 또한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의 물 중 98%가 바닷물이며 나머지 2%는 육지와 대기 중의 물이다. 또한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플랑크톤과 해조류에 의해 생성되는 산소의 양이 식물의 광합성에 의하여 생성되는 산소량의 50%를 차지한다. 거기에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1을, 열에너지의 90%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바다에 대한 탐구는 아직까지 5%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 1899-1975)가 말했듯이 “바다는 인류의 거대한 기업이며, 세계 인구가 지금의 10배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충분히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몸속에 바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혈액, 알 그리고 세포를 감싸고 있는 액체는 모두 바닷물의 염분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포유동물이 태어나기 전에는 엄마의 뱃속 양수 안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데 양수 또한 바다와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태아는 안정된 무중력상태인 따뜻하고 아늑한 바다 속에서 지내는 것이다.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한국에서는 바다와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벼농사 중심의 생활 패턴은 육지 지향이었고 좁은 국토에서 내부 싸움만 일삼고 살아 왔던 우리민족이다. 9세기 신라시대 때 장보고 장군이 암살당하지 않고 제대로 꿈을 펼쳤으면, 그리고 지금까지 그 정신을 계승해왔으면 한반도의 역사는 확연히 다르게 진행되었으리라.
바다는 한자어 海가 말해주듯이 물( )과 어머니(母)로 구성되어 있고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다. 한반도의 반대편인 뉴질랜드까지 이주해서 오클랜드에서 살다보니 바다와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비치에 나가보면 한국인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이를 데리고 와서 모래밭과 물속을 오가며 놀게 하거나 수영을 하는 한국인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키위들은 겨울에도 수영을 하고 젊은 엄마들이 유아들을 데리고 나와 같이 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비치에 나와 맨발 걷기를 하다 보니 기왕에 시간을 내서 걷는 거라면 바다 물속을 걸으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물과 접촉하는 질감이 좋았고 청량감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우주의 기(氣)가 내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다. 그리고 온 몸의 노폐물이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파도를 해쳐가는 운동효과도 좋았다. 바다 걷기는 투자 수익률이 탁월한 사업이나 마찬가지이다. 걷기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자기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고자 하는 일이다. 같은 투자로 신발을 신은 체 걷기만 하는 것보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으면 몇 십 배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일이고 맨발로 바다 물속을 걸으면 그보다 또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 되는 것이다.
바다의 좋은 점은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자유이용이 가능하다. 아무 때나 찾아가면 받아주고 누가 찾아와도 차별을 하지 않는다. 둘째는 넓어서 여유가 생긴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므로 시야를 넓게 바라보든 좁게 바라보든 자유이다. 바다에 나와서 신경질을 부린다거나 사람에게 적의를 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셋째는 공기가 좋고 햇볕이 좋고 바다에 모여든 사람들도 좋다. 따라서 기분이 좋아지고 몸과 마음의 힐링(Healing)이 된다. 넷째는 항상 변한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고 파도가 일면서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닷물의 성분이 변한다든지 변하는 주기가 들 쑥 날 쑥 변하는 일은 없다. 다섯째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용료는 무료임은 물론 꾸밈이 없이 즐기는 일이기에 특별히 준비하거나 치장할 일이 없어 경제적이다.
비치를 걷는 사람은 많아도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걷는 이는 아직 흔하지 않다. 비, 바람에 상관없이 매일 걷는 사람은 더욱 보기 힘들다. 맨발로 바다 걷기를 한지 여섯 달이 지났을 무렵 뱃살이 빠진 거 같아 몸무게를 달아봤더니 평소보다 5kg 정도 덜 나갔다. 젊었을 때부터 67-8kg 정도의 몸무게가 유지되어 왔는데 62.5kg가 되었으니 획기적인 변화인 것이다. 그동안 입었던 양복은 옛 모델이고 헐렁해서 입기가 거북하게 되었는데 아들이 놓고 간 양복을 입어보니 금방 맞춰 입은 듯 딱 맞아 떨어졌다. 생각해보니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으로 발의 통증이 시작하려고 해 GP한테 약까지 처방을 받아놨는데 어느새 없어져버렸고 무릎 통증도 기미가 있었는데 슬며시 달아나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물려받은 자연 자산이 풍부한 땅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넓은 대양을 이용할 유리한 위치에 있는 복 받은 땅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특히 오클랜드는 도시가 바다에 물러 싸여 있어 섬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리한 조건을 십분 활용하여 틈만 나면 바다로 나가는 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겠다. “영혼 없는 육체는 시체와 같고 육체 없는 정신은 귀신과 같다.” 나는 오늘도 숙명적으로 아내와 같이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 물속을 걷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