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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콩이 들은 송편을
눈썰미로 제치고
기대감으로 한 입 깨물면
입안에는 인생 최대의 좌절이 번지고
깨가 들은 송편은 누이들에게 들려 있었다
소나무 잎을 왜 떡 밑에 깔아야 하는지
어머니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나이가 훤히 든 날에 알게 된 추석의 향
추석이 지나 싸온 아이들의 도시락
열어 제낀 뚜껑에 전 하나쯤은 붙어 있어
아이들의 명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저녁 상에는 조금 쉰 듯한 부침개들을
모두 넣어 끓인 김치찌개를 두고
늙으신 부모가 다음 명절을 기다렸다
유치한 생각도 오늘만은 허락되어
그리운 이들도 저 달을 보고 있을까
거룩하게 쳐다보는 타국에서의 밤
벌써 물기 젖은 풀잎 위로
속절없이 내려 앉은 마음도 촉촉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