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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에 이르기까지
물 맑고 산 좋기로 소문난 양평군에서 용문사에 이르는 길은 한 번쯤 멈추지 않고선 못 배길 테다. 강변 정취를 뽐내는 카페, 곳곳에 숨은 맛집이며,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전답마저도 “길을 멈추고 들러 보시라”며 호객에 열중이다. 관광객들로 붐벼 지독한 교통체증에 발이 묶여도 차창 너머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해 얄밉기까지 한 양평군이나, 천백 년 수령의 은행나무로 영험한 용문사야말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 아닌가!
온갖 유혹을 마다하고 용문산관광단지에 도착하면, 개표구에서 템플스테이 예약 문자를 제시해야 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에 한해 입장료와 주차료를 면제해주니 문자는 꼭 보관해두자. 이곳부터 얕은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걸어야 양평 용문사에 닿을 수 있다. 짐을 최대한 단출하게 꾸려야 할 이유다. 단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동행하거나 아이와 함께여서 짐이 많은 일행에 한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 경우라면 사전에 담당자와 연락해 도착 일정을 상의하면 좋다.
자연에 덧칠한 아늑한 템플스테이의 공간
사천왕문에 도착해 오른편으로 난 샛길로 빠져 1분만 더 걸으면 템플스테이 사무동에 도착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 단층 건물인데 건물 내부의 계단을 통해 한 층을 더 오르면, 템플스테이 전용 전각들이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펼쳐진다. 누각의 경사진 계단을 거쳐 사찰의 상층부인 법당에 들어서듯 템플스테이 사무동이 누하(樓下) 진입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님과의 차담, 요가, 단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휴월당의 좌우에 선월당과 수월당, 위아래로 달심원과 빛채움당이 자리하고 있다. 네 전각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운용 중인 방의 개수가 25개나 되고, 코로나 시국에도 1일 40명(평소 80여 명)의 참가자를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규모를 자랑한다.
휴월당 뒤편, 용문산 자락에서 시작한 곡선이 지형의 단차를 따라 아래까지 편하게 이어진다. 사방으로 펼쳐진 전각들이 고운 잔디를 깔아 놓은 마당을 감싸 안은 형국이라 아늑하다. 사방을 포위한 전각들 덕도 있지만, 이곳에 오가는 진출입로가 템플스테이 사무동과 법당으로 향하는 휴월당 옆 샛길뿐이어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동선 역시 안온한 정서를 더한다.
방의 크기와 위치에 차이가 있을 뿐 참가자들이 머물 공간은 모두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방마다 목욕이 가능한 화장실을 구비하고 있고, 옷과 짐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딸려있다. 눈썰미 좋은 참가자는 눈치채겠지만 방문 옆마다 잠자리채가 놓여있다. 이는 방에 난입한 곤충을 발견할 경우 살생하지 말고 방생하라는 불가의 생명존중사상을 실천하는 도구다.
어느 곳에 묵든 방문을 열어젖히면 자연과 조우한 한옥의 선과 색이 따뜻함을 덧칠하니, 툇마루에 걸터앉아 무방비 상태로 봄볕에 나를 맡기고 용문산의 배경이 되어보자. 운이 좋으면 용문사 템플스테이를 수호하는(?) 사묘왕(四猫王, 솜털, 선녀, 선재, 아리)의 간택을 받을 수도 있겠다.
충만한 행복을 위한 여러 선택지
용문사 템플스테이의 장점은 참가자의 선택에 따라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점이다. 템플스테이 사무동의 벽면을 가득 채운 알림글 몇 개만 봐도 용문사가 참가자들의 체험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예를들어 절집 풍경과 동화되길 원하는 참가자는 밀짚모자와 고무신을 챙기면 된다. 단 고무신을 반납할 때 다음 참가자를 위해 닦아주는 일을 잊지 말자. 또 지금 여기, 오직 한 장의 추억을 원하는 참가자라면 즉석 사진기를 빌려도 좋겠다, 어쩌면 용문사에서의 찰나가 평생의 추억이 될 수도 있을 테니.
이외에도 홀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보이차 끽다거’, 돌탑 쌓기, 탑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충만한 템플스테이를 원하는 참가자라면 머뭇거리지 말고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탁탁탁! 참참참! 모닥불 앞에서 두런두런
스님과의 모닥불 프로그램을 놓치면 아쉽다. 절에서 캠핑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양평 용문사만의 특전으로 19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다. 체험형, 휴식형 구분 없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뜨거운 불의 열기가 온몸을 데우고 격의 없이 스님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9년간 양평사 템플스테이를 이끌어 온 진각 스님의 능숙한 진행 솜씨 덕에 몸과 마음이 무장해제 되고, ‘탁탁탁’ 장작 타는 소리와 ‘참참참’ 어둠을 밝히는 불빛에 집중하다 보면 ‘불멍’의 순간이 찾아온다. 진각 스님이 피워 올린 모닥불은 평소보다 이른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불멍’ 덕에 몸과 마음이 이완돼 노곤한 몸을 이끌고 방에 도착하면 스르륵 잠에 취하게 되니…….
서둘러 떠나면 만족이 두배
5년째 용문사 템플스테이를 책임지고 있는 보리연 팀장은 용문산관광단지부터 용문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계절마다 빼어난 풍경을 선사하는데, 빠듯하게 도착해 이를 즐기지 못하고 허둥지둥 절로 올라오는 참가자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용문사도 아름답지만, 일찍 도착해 절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면 여행의 맛이 배가 될 것”이라며 조금 서둘러 도착할 것을 당부했다. 용문산관광단지가 꽤 넓고,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을 비롯해 계곡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꽃과 나무들까지 감상하려면 두어 시간을 내어도 빠듯한 편이라고 하니, 양평 용문사행을 결정했다면 평소보다 넉넉하게 이동 시간을 조정해 두면 어떨까.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즐기는 법
❶ 일행이 많을수록 다다익선
용문사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주말에, 휴식형 프로그램을 매일 운영하고 있다. 참가 인원에 따라 체험비에 차이가 있는데, 같은 방을 몇 명이 공유하느냐에 따라 체험비가 결정된다. 휴식형을 택해 동성인 일행 3명 이상이 방을 같이 쓸 경우 1인 5만원, 주말의 체험형의 경우엔 1인 6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1인 1실을 이용할 경우 2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며(2인 1실은 1만원 추가 체험비 발생), 60세 이하의 남녀는 자녀를 둔 가정을 제외하고는 같은 방을 쓸 수 없다.
만약 60세 이하의 남성 2인과 여성 1인, 총 3명이 1박 2일 동안 머무를 경우, 휴식형은 남성 2인 1실 12만원, 여성 1인 1실 7만원의 체험비가 책정된다. 다다익선이라 여러 명이 동행할 경우 한층 가볍게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❷ 주말 체험형은 종합선물세트
주말에만 운영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은 요가, 단주 만들기와 은행잎 소원지 달기, 채식 피자 시식 등이 포함되어 있어, 휴식형보다 다채로운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휴식형 참가자도 소정의 체험비만 납부하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으니, 담당자에게 미리 귀띔해주자. 모든 참가자는 오리엔테이션과 공양시간만 엄수하면 자유롭게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으니, 오리엔테이션 때 배부되는 일정표를 감안해 본인의 여행을 계획하면 된다.
❸ 커피, 차와 함께 하는 여유
덧붙여 1일 1아메리카노를 고수하는 참가자라면 시간을 내어 전통찻집 미르를 방문해 절집 ‘아아’를 맛보자. 찻집은 사천왕문 옆에 위치한 너와지붕 건물로 계곡과 사찰 경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선별된 재료로 직접 담근 전통차를 내어 놓는다. 08:30 ~ 17:30 사이에 운영한다.
■ 양평 용문사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782
010-5342-5797 / yongmunsa.templestay.com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