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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 재호
10년 전 이른 겨울
커다란 이민가방에
남은 꿈을 구겨 담으며
떠나온 고향
행여 하나 빠뜨릴까
바리바리 챙겨 담은 짐 속에
빠져버린 홀어머니
낯 설은 생활의 골목들을
이리저리 헤매 도느라
달음박질쳐 멀어진 세월
살 만하면 모실게요
전화선 밖으로 사라져간
텅 빈 내 약속에
손주와 지내고픈 소박한 바람은
늦가을 애써 버틴
마지막 한 잎인 양 아슬하다
기력 없는 늙은 어미를
태평양 건너에
홀로 두고 온 지금
등에 업어 깊은 산 속에
버린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래도 아들이 버리고
돌아가는 길을 행여 잃을까
떨어뜨렸다는 그 솔잎 같은 마음
내 걱정은 말아 난 잘 지낸다
근데, 아들아
오늘은 네가 정말 보고 싶구나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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