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아시안 이민을 본격적으로 받아 들인지 20년이 지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정착 해 온 이민 1세대는 서서히 현장에서 물러나고 현지에서 교육을 받은 이민 1.5세대들이 또한 열심히 여러 곳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 1.5세대들이 많은 혼란을 겪으면서도 본인은 물론 주위에 많은 도움으로 대부분 잘 적응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로 인해 정신건강에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문제를 안고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숫자가 점점 늘어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가끔씩 아시안 이민 1.5세대가 정신적인 문제로 자살하거나 알코올과 약물중독 문제로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사례를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다 보면 한국 커뮤니티도 이제는 이민 1.5세대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1.5세대들의 정신건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아 보다가 몇 년 전 미국에서 거주하는 1.5세대 한국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문을 발견하였다. 아마도 버지니아 한국학생의 총격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논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오래 된 이야기이지만 정말 소름 끼치도록 놀라운 사건으로 모든 이민사회에서 다시 한번 자녀들을 살피며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 사건 이었던 것 같다. 이 자료를 통해 필자 스스로 놀라운 것은 미국 이민 역사가 10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요소가 변화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하곤 많이 놀라웠다. 아마도 이민 역사가 100년 정도 되었으면 우리의 생각이나 관습도 이 서구사회에 맞게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착각 때문이었나 보다.
이 연구 자료에서 1000여명의 한국 1.5세대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한 결과 성공에 대한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 서로 다른 문화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와 부모와 가족간의 소통문제, 그리고 문화적인 배경의 차이로 인해 주류 사회 사람들로부터 받는 차별 혹은 소외 등 많은 요인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보면 이민사회에서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서로가 맞추어 가기가 어려운 자체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해결이 된다 해도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할 때 1.5세대의 정신건강에 대한 해결점은 그들 가까이에 있는 부모와 커뮤니티로부터의 도움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어졌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과 이해 부족, 커뮤니티에서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그리고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1.5세대들이 정신건강에 신호가 왔을 때 도움을 요청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들을 보게 되었다.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부모님과 상의 할 경우 부모님이 너무 많은 우려와 걱정을 할까 봐 결국은 이야기를 못하고 오랫동안 혼자서 고통을 겪었다는 사례도 이 자료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 1.5세대들이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가장 큰 장애 요소는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이었다. 여러 가지 환경적인 혹은 문화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부족이 더 크게 아이들에게 부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자료를 보면서 이제는 우리 부모세대들에게 어떤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서서히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조금씩이라도 줄여 나가는 것이 현재로서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2011년부터 정신건강에 대한 건전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이 칼럼을 통해 꾸준히 일하고 있는 새움터 모임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와 소통할 필요를 느끼면서 새로운 계획들을 준비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본인도 이 칼럼들을 통하여 내가 갖고 있었던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들이 많이 있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어떻게 나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지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우리 자녀 세대들이 성장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임애자(사회 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