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선생님은 부인의 권유로 상담에 오셨습니다. 아들이 대학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데 인터넷 게임을 너무 많이 하므로 아버지께서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고 매일 밤 컴퓨터를 강제로 뺏으며 야단을 치셨다. 처음에 말을 듣는 것 같던 아들이 어느 새 반항을 시작하며 그것이 힘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게다가 싸움의 빈도와 폭력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체격이 훌쩍 커버린 아들이 몸으로 반항을 하면 아버지는 힘으로 당할 수가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려 하고 아버지가 보이지 않을 때만 방에서 나와 식사를 하니 밥을 먹이기 위해 부모가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어야 했다. 부인은 이 모든 문제가 J선생님(이후 지면상 존칭어 생략) 때문이라고 몰아 부쳤다.
J의 심리적 고통은 아들의 인터넷 사용 문제보다 더욱 깊고 심각해 졌다. 머나먼 타지에서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 가족인 데 그 가족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J는 한없이 슬펐다. 그 뿐 아니라 힘이 젊은 시절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불안 초조했으며, 새로운 나라에서의 정착, 직업, 영어의 어려움 등으로 바깥에 나가서도 늘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가족을 부양하려는 일심으로 참아내고 있는 데 그 가족이 본인을 향해 등을 돌린다 생각하니 위기의 벼랑 끝에 외로이 서있는 느낌이었다.
과거에 겪었던 많은 문제때문에 두려움, 걱정 불안이 내재한 상황에서 현재 J와 같은 어려움이 발생되면 J는 가중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즉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낮은 자신감/자존감, 미래에 대한 불안, 실패감, 죄책감, 주변에서 알 것 같은 수치심, 분노, 자기 원망 혹은 가족 원망, 사회 원망으로 빠지기 싶다. 또한 집중이 안되며, 숙면이 어렵고, 식욕 부진, 지나친 걱정 염려, 우울, 대인관계 회피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이런 현상이 일정 주기 계속 되면 일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기 전에 상담을 받거나 의사를 보는 것이 좋다.)
만약 이런 고통을 잊어버리려고 담배, 술, 도박, 마약, 포르노를 선택하면 중독으로 발전하기 쉽다. 고통이 너무나 커서 그것을 줄여 보려고 쉽게 선택한 것이 오히려 중독이라는 더 큰 고통에 빠지게 한다.
다행이도 J는 가정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상담을 찾아 왔다. 우리는 함께 대화를 하며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아들을 윽박지르고 감시하며 통제하려고 하던 것을 멈추기로 했다. 예전에는 주로 J 혼자 1시간 이상 또는 여러 시간 아들을 앉혀놓고 설교했으며, 등산을 데리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줄곧 잔소리했노라고 고백했다. 그것이 아들 사랑이요, 아들 잘되라는 일심에서 그런 것인 데 결과는 완전 반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방법, 즉. 아들을 향한 설교, 충고, 지시하는 대화의 방법은 줄이고 아들의 의견을 묻고 들어 주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또한 아들이 잘못할 때 지적하는 방법을 줄이고 잘 하는 것을 열심히 찾아서 칭찬하는 노력을 했다. 또한 아들에게만 향했던 관심을 줄이고 본인의 필요를 돌아보고, 아내와 지내는 시간을 늘이기로 했다.
J의 이런 노력은 수 개월 만에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향한 만족감은 90% 이상으로 향상되었다. 자신이 달라지니까 아들도 변하고 관계가 좋아졌다고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인터넷 게임 사용 또한 대화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부인도 J의 지혜로운 대처에 대해 칭찬을 해 주니 마음이 무척 흡족하다고 하셨다.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자 J의 피드백을 이 곳에 소개한다. (케이스 공개에 대해 J 동의함)
“자신의 의견만이 옳은 길이라 믿고 가족에게 강하게 밀어 부친 것은 나의 좁은 시야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각을 듣고 다른 각도로 내 가정을 바라보니 새로운 방법,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우리 부모 세대가 우리 자신의 부모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거나 칭찬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러니 내 자녀에게도 내가 배운 그대로 칭찬에 인색하고 사랑의 표현을 하지 못했다. 내 아들 또한 칭찬은커녕 늘 야단을 맞고 못하는 부분을 지적 받았으니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덜컹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잔소리 대신 들어 주고 사랑을 말로 표현하고 칭찬하는 노력을 하고 싶다. 내가 아직은 완전히 변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잘 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글>> 조정임: 새움터 멤버, 아시안패밀리 서비스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