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있는 교민자녀나 유학생들은 나라와 대학 두 가지를 다 고려하여야 하므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하여야 한다.
여러 나라의 수많은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대학의 평판과 수준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이같이 각 나라별로 많은 대학 중에서 한두 가지 기준만으로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없다. 학생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맞고 나아가 학생을 훌륭한 지성인으로 길러낼 수 있는 대학을 고른다는 것은 대학진학 준비과정에서도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나라와 대학을 정할 때 기준은 우선 학부모와 학생이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자녀가 학업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대학에 진학했다 하더라도 자녀의 적성이나 취향에 맞지 않거나 각종 이유로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선택은 소위 ‘명문대’라는 유명세에만 치우쳐서는 결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대신 학생의 성적, 적성, 전공, 미래 계획, 대학의 특성 등을 두루 고려해 자녀와 학부모가 치밀한 계획과 숙고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이와 함께 지도교사나 카운슬러의 도움을 얻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학을 선정하는데 있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고정관념부터 없애야 한다.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가 최고라든가 한국은 소위 SKY 대학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학생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최고로 좋은 대학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고의 대학(The Best School)’이 아니라 자녀가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알맞은 학교(The Right School)’을 찾으라는 조언들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경제적 고려
대학 진학 시 대부분의 가정이 부딪히게 되는 것은 바로 학비와 주거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칼리지 보드의 지난 2009-2010 학년도 통계에 따르면 주립대의 경우 주거생활비를 포함해 4년 동안에 소요되는 예산은 최소 미화 20~30만 달러이며 일류 사립대의 경우 학비가 이보다 휠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따라 학비보조 프로그램을 잘 갖춘 학교가 있으므로 재정능력과 학비보조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 등을 고려해 지망대학을 가늠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대학의 경우 유학생과 국내학생의 등록금 차이가 없다. 국공립대학은 일년 학비가 1천만 원선을 넘지 않으나 사립대학의 경우 2배 이상을 예상하여야 한다. 한국의 대학들은 장학 혜택을 받기가 쉽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카이스트 등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여 주기도 하므로 학교별 학비보조 프로그램을 꼼꼼히 챙겨보는 것이 좋다.
대학의 규모
한국이나 미국이나 재학생 총인원이 2천명도 안 되는 소규모 대학서부터 3만 명을 넘어서는 초대형 대학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규모가 작은 대학의 경우 학생과 교수의 관계가 친밀하고 인간적인 면이 있으며 학교분위기 역시 매우 안정돼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세부적인 전공과목 선택의 폭이 좁고 다양한 행사나 활동이 부족한 게 흠이다.
규모가 큰 대학은 학생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찾아 챙겨야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세부적이고 방대하다.
이 때문에 고교생활에서 갓 벗어난 신입생들은 과목선택에서 강의실 찾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어려움을 겪기가 쉽다.
대학의 문화
독립된 생활을 할 경우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학교친구 등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칫 학업에 소홀하게 될 소지도 다분히 있다. 실제로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학생 가운데는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잘못 시작된 학업태도로 인해 결국 도중하차해야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한국대학의 경우 서양과는 많이 다른 한국 특유의 선후배간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갔다’는 학생이 1년도 채 안돼 거주지 인근의 커뮤니티 칼리지로 전학해온 경우라면 바로 이런 예일 가능성이 높다.
대학 주변환경
학교가 도시 한복판에 있는지 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도심지에 위치한 대학의 경우 생활자체가 보다 편한 반면 이 같은 주위환경으로 인해 학교생활이 산만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자제력이 약한 학생이 관광 휴양지 인근의 대학을 다니게 된다든가 특정기후에 민감한 학생이 이를 무시하고 이 같은 기후조건의 대학을 선택했을 경우 학업에 지장을 받을 소지는 다분히 클 수 밖에 없다.
교수진 및 교수 대 학생비율
일류대학의 경우 교수대 학생비율은 10대1 안팎의 수준이며 낮게는 5대1에서 높게는 20대1 수준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세분화된 전공과목일수록 교수대 학생비율은 낮아지지만 학교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저학년 교양과목에서는 명문대학조차 대강당에 2백~3백 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의하기 일쑤다. 또 교수진의 수준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경력의 유명 교수가 있다 하더라도 학부학생을 상대로 직접 가르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판단착오다.
입학 필수조건
어떤 고교학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입학관련 시험을 치러야 하느냐에 따라 일찌감치 희망 대학을 추려 낼 수 있다.
특정대학의 입학사정 과정에서 특히 강조하는 고교 이수과목이 학생의 취약과목이라든가 타 대학에 비해 자신이 잘하는 과목을 상대적을 적게 인정해준다면 사전에 희망대학 리스트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희망 프로그램 존재여부
전공하려는 분야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좋은지도 조사해 볼 부분이다.
대학 학부과정에서 깊이 배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전공과 주변 분야가 세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면 학생이 장차 학업을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러 조건들을 다 분석하여 가급적 저학년부터 미리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 체계적인 준비를 한다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물론 성공적인 대학생활의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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