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화를 슬기롭게 다스려 지혜로운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화를 어리석게 다뤄 자신과 주변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 비벌리 엔젤 -
K씨는 부인이 경찰을 불러 집에서 쫓겨났다. 25년을 함께 살아 왔는데 화 좀 냈다고 경찰을 불러 집에서 쫓아 내며 부부의 연을 끊을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울화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이유를 모른채 식욕도 잃어 버리고 완전 쇼크상태로 우울증 약 복용을 시작했다.
K씨는 무엇이, 얼마만큼 부인을 화나게 해서 자신을 집에서 쫓아내는 극한 방법을 썼는지 모를 수도 있다. 분노를 받는 가족은 대응 방법을 모르고, 또 상대하기가 무서워 그냥 넘어가기 때문에 (‘억압 상태’) 자신의 분노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도무지 모른다. 분노를 다른 사람이나 강자에게 표출하지 못하고 약한 가족을 향해 폭발하는 것은 다반사이다. 또한 가족을 향한 분노 폭발은 습관처럼 반복되며 강도가 점점 심해지기도 하여 분노 폭발과 ‘억압 상태’는 가족 해체를 유발하고 엄청난 상처를 온 가족에게 남긴다. 특히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분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하겠다. 자녀는 가족, 특히 부모의 분노 폭발을 보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부모의 슬기로운 대처를 보며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도 체득할 수 있다. 이것이 어려움 속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하나의 선물이다.
‘타임 아웃’이 분노 폭발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대방에게 “미안하지만 잠깐 열 좀 식히고 올께”라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좋다. 자신의 화난 상태을 먼저 인정하고 자신의 숨겨진 화가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화가 난 사건에 대해 종이에 적어보며, 화내기 전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화가 난 당시 어떤 일이, 또는 사고 방식이 상태를 악화시켰는지, 아니면 도움이 되었는지, 그리고 화를 낸 후의 결과를 기록해 보는 것이다. 종이에 적어 기록으로 남길 경우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고 또 그 패턴 안에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분노가 폭발되는 경우에는 옳고 그름의 상황 분석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 당시의 나쁜 기억만 강하게 남게 된다. 또 가족들의 ‘억압 상태’는 분노를 폭발하는 당사자가 가족이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하는지 모르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억압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 전달 방법을 다방면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 보다는 일인칭 요법인 ‘나’ 전달법을 사용한다. “내가 참 슬프네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나는 당신이 이런이런 것을 해주면 좋겠어요.” 만약 직접 말하는 것이 힘들다면, 전화 혹은 편지로 전달하는 것도 좋다.
분노 폭발이나 ‘억압 상태’ 모두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 자신의 분노를 슬기롭게 대처한 말기 암 환자 엘렌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먼저 바꾸려고 노력 해 보자. 어린 시절, 극심한 마음의 상처를 준 어머니를 평생 원망하면서 살았던 엘렌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용서하는 훈련을 적극 실천했다. 어머니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며, 그녀를 용서하고 축복하는 훈련을 계속하던 중, 엘렌은 어머니보다는 분노로 인해 스스로의 인생을 망친 자신에게 더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자신을 안아주고,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고, 좋은 일을 생각하는 모습을 마음 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그녀는 차츰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고, 오랜 분노에서 놓여 남으로써 심신의 건강은 물론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이다. 우리도 엘렌처럼 남과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화가 나 있는 자신을 먼저 어루만지며 용서해 보자.
글쓴이>
조 정임 (새움터 멤버/아시안 패밀리 서비스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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