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지난 2월 어느날 오클랜드의 메도우뱅크에 있는 한 치매 전문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일하는 간병인과 함께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데 복도 저쪽에서 저와 함께 있던 간병인을 보고 반갑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60대 초반 정도로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 환자였는데 그녀는 간병인의 손을 잡고 저희를 자기방으로 안내하더니 앨범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그 앨범 속에는 웨딩 사진을 비롯하여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치매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살고있는 그 환자를 보며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뇌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여러 인지 기능 등을 상실하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치매는 특정한 질병 이름이 아니라 특정한 증상들의 증후군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두부외상 그리고 혈관성치매 등이 있는데 이중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약 6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지만 대체로 65세 이후의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60대에서는 100명 중 1명 정도로 치매가 발병하고 85세 이상 이후에는 4명 중 한명 정도로 발병합니다. 알츠하이머 뉴질랜드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도에 약 43,396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 숫자는 2026년에 74,821명 그리고 2050년에는 149,699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서 20-50대의 치매 환자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재 65세 이하의 치매환자들은 약 2,0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치매의 증상은 발병 원인과 종류, 그리고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기억력 상실은 치매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으로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망증과는 달리 귀뜸을 해 주어도 기억을 못하는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시간이나 방향감각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외에도 치매 환자들은 사고력, 추리력 및 언어 능력등의 영역에서도 장애를 보이고, 인격 장애 및 성격의 변화 그리고 비 정상적인 행동들도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나타납니다.
만일 본인이나 가족중에 누군가가 치매로 의심된다면 곧 바로 GP를 찾아가서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GP는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병력이나 증상등을 진찰하고 치매 진단을 위해 전문의에게 의뢰하기도 합니다. 치매는 대부분의 경우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하나 초기에 적절히 치료할 경우 상태가 완화되거나 호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조기 진단은 미래의 계획을 세우거나 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받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치매는 사람에 따라 진행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의 경우 처음에는 병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크게 진행된 후에야 알게되어 후회 하는 일이 많습니다.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치매의 특성상 오랜 치료와 간병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치매 환자 가족들은 다양한 심적 부담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호에서는 뉴질랜드에서 치매 환자 부양 가족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한 영희 Counsellor/Health Promoter (Asian Family Serv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