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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010. 10:26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아이비리그 진학 칼럼
“아시안은 수학을 잘 한다”라는 말은 마치 상식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타 교과에도 고루 두각을 나타내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원어민과 당당히 경쟁하여 우수한 성적을 만들고 있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부모님도 학교도 월반을 고려하지만, 월반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의 2세들이 한국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혀서 2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으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가 아님에 따라 학교에서의 영어 교과를 위해서는 원어민보다 더한 노력이 요구된다. 영어의 유창한 구사 능력이 대학에서 필요한 고급 단어를 이해하고 그 단어들을 활용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꾸준히 독서와 토론을 통해 읽고 쓰는 능력도 함께 향상시켜 학문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연마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단지 언어적인 능력 외에 학생의 창의력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한 넓은 상식이 고급 에세이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타 교과들이 그 교과의 지식을 이해하고 풀어내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영어 교과는 특히 인간적인 성숙함을 크게 요구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에세이에 많은 비중이 실리게 되는데, 이 에세이는 지식을 암기해서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써야 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다독과 감성적인 성숙함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요소가 된다.
미국에 이민해서 살고 있는 아시안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리서치 결과에 의하면 학급 내에서 연장자의 그룹에 속한 이민자 학생이 어린 그룹에 속한 이민자 학생에 비하여 월등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다른 급우들보다 정신적으로 성숙 하다는 의미는 남보다 더 잘해야 마땅하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지고, 급우들 사이에서 리더쉽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지며, 학업에 임하는 자세도 보다 자신감 있게 접근하면서 탁월한 결과를 만드는데 한 몫 한다는 결론이다.
특히, 미국 대학을 포함한 경쟁력 있는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뜻을 품은 경우에는 단순히 학업 성적만이 당락을 결정짓지 않는다. 해마다 경쟁률이 높아지는 현재의 입시 상황에서 예년보다 많은 지원자 사이에서 우수한 후보자를 골라내기 위해 입시사정관들은 지원자의 성품에도 관심을 갖는다. 학생이 어떤 활동을 하면서 어떤 성장을 했는가를 통해 대학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필자의 여식이 AIC에 진학할 때에도 학교측은 성적이 우수함을 이유로 월반을 권유했었다. 그때 학교의 권유대로 월반을 택했다면, 아이가 하고자 했던 다양한 특별활동뿐 아니라 여유 있게 학창시절을 즐기면서 학업에 열중하는데도 한정된 시간으로 인하여 많은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해야 할 학업 량이 많아짐은 물론 각 교과의 난이도 또한 높아진다. 그러므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저학년에 앞으로의 학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투자하거나 특별활동에 열정을 쏟기를 권한다. 월반은 단순히 현재의 학교 성적만을 잣대로 결정되어지기 보다는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해야 한다는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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