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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011. 16:22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아이비리그 진학 칼럼
미국 대학 진학에 있어 강조되는 지원자의 자질 중에 리더십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생회장을 맡는다던가, 소속되어있는 특별활동에서 리더로 활동한 경력은 당락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리더십은 어떻게 함양할 수 있는 자질일까? 많은 학생들이 유행처럼 리더십 캠프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그저 이름뿐이기 쉬운 리더십 이력으로 자신의 리더십 부분이 증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입시사정관이 지원자의 리더십 자질을 평가할 때에는 단순히 기록된 리더십 경력뿐 아니라, 지원자가 리더의 자리에서 실제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고루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졌는지까지 평가하게 된다.
우리말 중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인기투표에 의해서건 능력에 의한 선출이건 일단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그 자리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면서 자연히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반대로 리더로서의 자질을 먼저 만들고 그 자질로 인해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리더의 자질은 어디서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지혜를 배우기 시작하는 곳이 가정이듯이 리더의 자질 또한 가정에서 그 기초가 형성된다. 일전에 막내의 산행을 위한 집합 장소에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운전하는 나를 위해 지도를 읽어 달라는 부탁에 아이의 첫 반응은 ‘이어폰으로 흐르는 음악에 심취해 있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예상은 적중했고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진행하고 있었다. 외길이 길게 늘어져있는 Waitakere Ranges에서 이정표를 성의 없이 무시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순간 시간 안에 도착 못하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왜 두 사람이 힘을 합해야 하는 일인지, 왜 가는 길엔 음악에 심취하고 정식 산행은 도착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출발을 준비하고 집합 지에 도착하는 과정까지가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했다. 산행을 즐기는 것과 함께, 산행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할 중요한 경험들이 어떤 것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되돌렸다. 길을 잘못 든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과 사태를 수습해보려는 의지를 보면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확인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또 노파심에 40km의 거리를 산행했다는데 만족하지 말고, 인솔하는 사람으로부터 우수한 지도력을 배워오도록 하라는 잔소리도 추가하면서……
태어나면서 리더의 자질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부모의 적당한 자극이 자녀의 리더십을 함양하는데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노출되는 대화의 장이 그 한 예이다. 쉽게 무시될 수 있는 자녀들의 미숙한 의견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아이의 주장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대화하는 부모의 자세는 자녀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중재하는 자질을 키워주고, 자신의 주장을 대중 앞에서 소신 있게 펼칠 수 있는 설득력을 키워준다. 부모가 솔선하여 봉사하는 모습과, 성숙함과 미숙함을 떠난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자녀에게 협동심과 봉사정신을 북돋아 준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고 익힌 학생들이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리더로서의 자격을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리더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이라는 명분이 아닌, 진정으로 바람직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오늘 우리의 자녀들에게 리더십의 자질 함양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한다면 내일 그들은 이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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