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번째 보험회사가 뉴질랜드 보험시장에서 퇴장 당하고 있다. 가입되어 있는 모든 보험을 다른 곳으로 정리, 이전하라는 안내문과 이제 뉴질랜드를 떠나니까 서운하다는 서신과 함께. 앞으로 과연 몇개의 화재보험사가 생존할지…. 세계의 불경기와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진이 맞물려 뉴질랜드의 화재보험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불경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가 가면 갈수록 보험업계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두 모습이 아니라 살아남는자와 사라지는자와의 차이다. 위기에 처했던 세번째 회사인 AMI Insurance 문제가 간신히 뉴질랜드 정부와 IAG의 협상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이제 China Taiping Insurance가 문을 닫는다.
이유는 세가지다. 일단 지진으로 인한 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회사인데도 말이다. 일본 지진의 피해 규모는 일본 전체 화재보험 1년치의 피해 규모인 반면 뉴질랜드는 뉴질랜드 전체 화재보험 산업의 6년분에 해당된다. 경제의 규모와 지진 피해의 규모의 차이가 이 정도다. 앞으로 계속 돈을 부어 넣을 여력이 없다는 말이다. 두번째 이유는 보험사도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일명 ‘재보험’인데, 특히 자연재해 그러니까 오클랜드시에 산재 해 있는 약 100여개의 휴화산, 동쪽 바다와 타우포 남부에 있는 2개의 활화산, 북섬 동남부와 남섬 전역에 걸쳐 있는 지진대등, 환태평양의 전형적인 자연 재해국가인 뉴질랜드에서는 필수적인 이 재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보험사의 신용 등급에 따라 요율을 다르게 적용받는데 뉴질랜드 소비자가 받는 보험료를 맞추려면 작은 보험사들은 오히려 적자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현 시점에서 NZI의 Credit Rating은 AA-(Standard & Poor’s) 이고, China Taiping Insurance은 B+(A.M.Best Co.)이다. 우린 지난 과거 IMF를 경험해 보았지만 신용 등급의 차이가 얼마나 이자율에 영향을 주는지 진하게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보험사의 신용등급 또한 재보험요율을 결정하게 된다.
세번째 이유로는 ‘capacity’이다. 한국어로는 ‘수용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수용력의 여유가 없다. AMI는 자신의 Capacity 보다 더 많은 보험을 가입시킨 것이 문제였다. 예를들면 보험 어드바이저가 아무리 PWC 빌딩이나 Delloitte빌딩을 영업해 와서 뉴질랜드에서 제일 크다는 보험사에 신청서를 가져가 보험가입해 달라고 해도 현재는 ‘NO’라는 대답을 들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외국의 듣도 보지도 못한 보험사 2-3개를 조합해서 간신히 견적은 나올 수는 있을수도 있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의 상황은 급히 변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수용력이 문제가 되는데, 매년 Market 상황에 맞추어 미리 확보해야 하는 Capacity는 보험사들의 규모와 예산에 따라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보험업을 하루도 쉬지 않고 20년을 해 왔지만 한번도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없었던 현상이다. 앞으로 화재 보험업계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상업용 빌딩을 구매하려다가 막판에 보험 때문에 은행 융자가 거절당한 고객이 찾아왔다. 그 보험이 무엇이길래 융자 거절 이유가 될 수 있냐고. 그 건물의 Tenant도, Lease Term도, 수익성도 지역의 발전성도 좋은데다가 구매자인 자신도 현금주고 바로 구입해도 되는 튼튼한 자금 운용 능력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빌딩은 1935년 건축되어진 빌딩이었기에 보험 가입이 뉴질랜드내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진 이전에는 많은 보험사들이 받아줬지만 이젠 뉴질랜드에는 받아 줄 보험사가 없다. 런던에 있는 재보험사에 직접 가입해야 하는데 가입 여부도 불투명 하지만, 보험료가 많이 올라 있는 뉴질랜드 일반 보험요율의 5배에서 10배정도라니 어느 Tenant가 순순히 내겠는가? 게다가 뉴질랜드의 상업용 빌딩은 관할시청으로부터 the updated Building Act 2004에 의거 NBS(New Buildings Standards) Rating을 받게 되며 67%이상이면 안전하나 그 미만이면 건물을 보강하여야 하는데, 특히 33% 이하로 판정되면 일정기간 내에 건물의 보강작업을 꼭 해야한다. 이젠 이 비용을 계산해서 빌딩가격을 계산해야 하며 보험사도 NBS Rating을 요구하거나 Engineering Report 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보험 가입이 힘든 빌딩은 융자가 안되고 그래서 매매가 어려운 부동산이 된다. 어렵게 모은 재산, 정말‘관리’를 잘 해야 하는 이 시기에 관련 정보 하나 하나 신중하게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